사일런트 콜링 1
시노하라 우도 지음, 고현진 옮김 / 시공사(만화)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비방하려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처음에 이 책의 역자가 <고현진>이라는 것을 보고 망설였습니다.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 분이 번역한 은영전 만화책에서 이름이 상당수 우습게 번역되었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도 어쨌건 정식판이고, 제가 갖고 있는 해적판보다는 종이질이 좋을 테고, 해적판에서는 무엇보다도 인쇄가 한 페이지 잘못 뒤바뀐 부분이 있다는 치명적 결함이 있어서 라이센스판으로 새로 장만하기 위해 구입했습니다만....

지금 저의 생각을 말하라면, 괜히 샀다는 생각. 사실 우리가 번역을 볼 때, 내용의 오역은 흐름에만 잘 뒤섞여 있다면 잘 모릅니다. 유명한 오역으로 고스트 바둑왕에서 '각성'을 '반성'으로 썼다는 예도 있지만, 어쨌건 그런 건 사실 그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문맥에만 맞는다면. 하지만 호칭은 눈에 띕니다. 그건 사물에 부여된 고유한 이름이니까요.

이곳에서는 거슬리는 호칭이 여럿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은 수퍼 컴퓨터의 이름인 <파자>. 일본어를 조금만 해본 사람이라면, [파자]란 영어 [파더]의 일본식 표기라는 것을 압니다. 내용상으로도 이 컴퓨터의 이름은 [파더]가 맞고요. (흔히들 말하는 '마더'컴퓨터의 대응되는 개념으로 보이거든요) 그런데 '파자 파자' 하고 있으니, 읽으면서 내내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와이트필드'라는 말이 나옵니다만...물론 white 의 발음은 '와이트'가 맞습니다. 미국식으로 하자면요. 하지만 그것을 한국말로 표기할 때는 영어학원에서 배우는 게 아닌 한 <화이트>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그걸 굳이 <와이트>라고 표현한 것도 꽤 어색했고요.

또한가지, 이건 개인적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아케시아와 알렉스 블루필드 시바의 사이는 아무리 봐도 '너'라고 할만한 사이입니다. 물론 일본어에서 여성어 <あんた:anta>는 상황에 따라서 '너'라고도 '당신'이라고도 번역될 수 있겠지만, 이 경우에는 '너'라고 번역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일본 여성어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우리나라의 '너'와 비교적 정확하게 대응되는 'おまえ:omae'를 쓰지 않고, 이 '안따'라는 표현이 '너'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봐도 대등한 친구사이로 보이는 아케시아와 시바인데, 아케시아가 내내 '당신' '당신' 하고 있으니 그것도 꽤 껄끄럽더군요... 뭐, 물론 이건 개인적 취향 문제이니 흠잡을 이유가 될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해적판에서의 <류드란> 발음에 익숙해지다보니 여기의 <류도란>은 어색해보인다던가 하는 건... 정말 개인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

유일하게 해적판보다 잘했다고 느낀 곳이라면, 해적판에서는 엉뚱하게 번역되었던 단어인 '아이덴티티'를 그냥 그대로 표기해준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일본어로 아이덴티티라고 쓰인 것을 그대로 직역한 것일테니 딱히 번역자의 센스가 뛰어나다고 할 순 없는 일이지요.에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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