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살아라
로타 J. 자이베르트 외 지음, 유혜자 옮김 / 김영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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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의 몇몇 부분은 확실히 끌렸다. 가령 “우리는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것 자체를 또 하나의 일거리로서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단순하게 사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명확한 뜻 정의 말이다.그 외에도 이 책은 우리를 격려해 주는 부분이 많다. 손에 잡히면 즉석에서 처리하는 것(이걸 아이젠하워 법칙이라고 하는 건 처음 알았다)을 가르치는 실용서는 많지만 실상 우리는 그렇게 하기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주눅들고 난 왜 못하지 하다가 포기하기 일쑤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그렇게 하기 힘든 게 당연하다”고 따스히 말 걸어주고 보다 느슨하고 융통성 있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 책에서 일러주고 있는 수많은 팁 자체가 또 하나의 일거리가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요령이 너무 많다. 모임에 5분 늦게 가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그런 것 중 어떤 것은 이 책 역시 ‘단순하게 사는 것이 일이 되는’ 함정을 피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그래도 전반적으로 볼 때 이 책은 귀담아둘만 하다. 일단 내가 위에 적은 부분만으로도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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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세트 - 전4권 (양장)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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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심장을 붙들고 긴장감을 고무줄처럼 자유자재로 조율하는 글솜씨에 있어서, 당금의 젊은 작가들 중에 이영도만한 재주꾼은 드물 것이다. 특히 온라인 연재 중일 땐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나는 이른바 '하이텔 좀비 군단' 속에 섞여 '지금쯤 올라올 시간이 됐는데...' 하며 연재란을 배회하는 것이 일이었다. 특히 전쟁 묘사에 탁월한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이번만 해도 악타그라쥬 전투씬은 어떻게 그런 발상의 전환을 이루었을까 하고 작가의 머리속이 궁금해질 지경이었다.하지만 연재가 끝나고 몇달이 지나 책이 나온 지금... 나는 조금은 냉정한 눈으로 작품을 되새겨본다.'과연 또 사야 하나?' - 독자에게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의문과 더불어.

먼저 캐릭터. 이번에는 륜 페이라는 섬세하고 유약한 (미)소년 이미지의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왔지만, 극의 핵심을 짊어진 가장 중요한 인물인 케이건 드라카의 캐릭터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이놈, 폴라리스 랩소디의 키 선장과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내면 묘사가 조금 더 많다는 것빼고는. 또한 주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비형 스라블 역시, 드래곤 라자의 제레인트와 너무 흡사하다는 감을 지울 수 없었다. 이번이 벌써 4편째 장편임을 감안하면 이정도의 중복은 봐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두 캐릭터 모두 처음부터 등장하는데 초장부터 데자뷰를 일으키고 나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달까. 무엇보다 한명은 무려 '주인공'이 아닌가. 비슷한 주인공이 두편에 연달아 나온다는 것은 좀...

내용에 있어서도, 이번 작품은 보다 추리적 면모가 두드러진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바꾸어 말하면, 이영도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인 철학적 면모가 추리적 면모에 좀 가려진 느낌.이영도 작품의 주요 흐름 중 하나는 흥미진진한 주요 스토리라인과 더불어 묻어나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었다. 그 고찰은 폴랩에서 절정을 이루었었고, 안그래도 나는 '더이상의 고찰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라고 걱정섞인 의문을 품던 차였다. 이번 작품은 그 주제가 '서로 다른 4개의 종족'을 통해 고찰된 것 같은데, 전작들은 이야기와 주제의 비중이 5대 5였다면 이번에는 후자가 밀리는 느낌이다. 독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꾼 이영도의 면모는 여전했지만 뭐랄까, 끝까지 다 읽고 모든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얻은 지금 상태의 독자로 하여금 다시 처음부터 책을 또 읽게 하는 매력이 전작에 비해 덜하달까.

캐릭터들의 호감도도 이전만 못하다. 똑같이 유쾌해도 비형에겐 제레인트에게 가졌던 만큼의 호감은 들지 않았다. 티나한은 짜증스러울 정도였는데, 이것은 단지 같은 작가의 책을 4편째 읽다보니 내가 식상해진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종족 구분을 확실히 하려다 보니 캐릭터 묘사의 폭이 다소 많이 좁아진 탓인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마시는 물질'인 물을 계속 겁내하는 티나한과 레콘 일족은 도무지 공감 안 가는 족속들이었고, 페시론 섬의 악당들을 일족의 결의로서 태웠던 도깨비들이 나가의 공격에는 그토록이나 소극적인 것도 공감가기 어려웠다.

인간들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았지만, 그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지코마 펠독스를 그토록 간단히 죽여버린 것, 그리고 그 죽음이 단지 극연왕의 과거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쓰이기 위함이었다는 것에는 심지어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뭐, 이 작가가 자기 캐릭터에 냉정한 건 폴랩 때도 알아봤지만. -_-;;)나가들 쪽에서도, 가령 비아스와 세리스마의 결말은... 물론 모범적인 결말이고 하등 나무랄 데 없는 결말이었지만, 내가 이영도라는 작가에게 가졌던 기대감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너무 전형적이라서 실망스러웠었다. (가장 화끈한 악당이었던 비아스에게는 좀더 나은 퇴장 무대가 마련되었어야 했다! 퓨처 워커의 할슈타일을 생각하라!) 도서정가제와 한정 박스라는 두 제한 때문에 일단 내가 이 책을 살 가능성은 높은 상태지만 그래도 좀더 고려를 해봐야 할 듯. 시간 제한이 없었다면 나는 이 책의 구매를 미루었을 가능성이 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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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일상 1
이케후지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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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길러본 사람이 그릴 수 있는 사실적인 이야기입니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똑똑한 고양이는 없겠지만요. (이렇게 말 착착 알아듣는 고양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먹을 것 본능에 충실한 고양이와 주인과의 투닥임도 즐거웠지만, 주인과 헤어져 떠도는 주인공을 보았을 때는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얼마전에 고양이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혹시 그녀석도 이런 과정을 거쳐 홀로 여행을 떠난 게 아닌가... 너무 안타까웠기에요.맨 뒤의 외전에서 고양이를 싫어하던-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막연한 편견으로 싫어하던 주인이 실제 고양이를 보고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마는 과정을 보며, 우리나라의 고양이 인식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나 고양이에 대해 괜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길러보면 결코 재수없지도 않고, 오히려 강아지들보다 더 우아하고 귀엽고 살가운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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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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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발'이 있는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은 즐겁다. 내가 홍세화의 책을 자주 꺼내들고 읽는 까닭은, 그의 글의 내용이 좋기도 하지만 글을 읽는 맛도 각별하기 때문일 것이다.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그의 글은 '맛있다'. 재미있는 문체를 구사한다고 해야 하려나... 같은 내용을 써도 좀더 맛깔스럽게 전달하는 필자들 말이다. 이 책 역시 내가 홍세화의 책에서 기대했던 글의 묘미가 풍부히 살아있어서 읽으면서 즐거웠다. 20년 이상 모국어 땅을 떠나있었던 사람이 어떻게 이런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인지, 참 감탄스럽고 부럽다.

그의 책에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경계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특히 앤서니 기든스의 인터뷰 기사는 거의 포복절도하게 우스우면서도 유익했다. (그 실체를 이렇게 재미있는 방식으로 알려주다니!)

하지만 뭐랄까, 이번 책에서 내가 느낀 하일라이트는, 홍세화 씨의 부인이었다. 그것도 어쩌면, 저자가 보면 화를 낼지도 모르는 방향에서 부인 분에게 감탄했다. 그녀의 일터 이야기에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개인 기업'의 자세가 나타나 있다. 그분의 일하는 자세는 설령 미국 같은 극한의 경쟁 사회에서도 능히 통할 수 있는, '일하는 자의 자세'이다. 당장 글에도 나와있지 않은가.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라고. 예전에 성신제 씨의 '창업자금 7만3천원'인가 하는 글에서 봤던 시간 때우기로 일하는 평범한 아르바이트생들-더 나아가 직장인들의 자세와 대비되면서, 부인의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며 나는 '신자유주의적'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이분은 어디에서도 성공할 사람이라고. 이런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물론 저자가 그 에피소드를 쓴 의도는 이런 게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그랬기에, 나는 그분이 프랑스의 크리스찬 디오르 일터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며 다소 당황스러웠던 것은, 부인의 의사와 별로 상관없이 한국으로의 귀국을 강행한 저자의 태도였다. 부인은, 프랑스 땅에서 자신의 일을 갖고 자녀들 곁에 머무르고 싶어하는 부인의 마음은, '남편'이라는 사람의 귀국 결정 한마디로 무너져야 하는 것일까? 양립은 불가능한 것일까? ...라고. 홍세화 씨의 결정이 가부장적으로 흐르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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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기술 - 공격적이지 않으면서 단호하게 나를 표현하는
폴렛 데일 지음, 조영희 옮김 / 푸른숲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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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계속 끄덕거렸다. 무릎을 쳤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난 바보처럼 살았구나.'
난 주위로부터 비교적 '딱 부러진다' 소리를 듣는 여자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의 나의 태도가 얼마나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이었던가를 느꼈고, 그리고 그동안의 답답했던 것들이 확 뚫리는 것을 느꼈다.'설명하지 말고 안된다고 하라'. 정말 감명깊은 구절이다. 나는 그동안 거절하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늘 변명하고 설명했다. 이 책은 그런 것이 하등 소용없음을,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도움되지 않음을 조곤조곤 알려준다.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라고. 누군가가 내게 보다 일찍 이렇듯 '당신 잘못이 아니다.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었다면 내 인생은 얼마나 더 풍요로웠을까.

또한 내가 쉽게 빠지는 함정 중 하나였던 '죄책감 갖게 하기 전법에 대한 대응책'. 상대가 오히려 나에게 덮어씌우려 할 때 순간 적절한 대응책을 떠올리지 못하고 당했던 기억들이 참 많았다. 이 책은 그럴 경우 그 핵심을 짚어 당당하게 항의하라고, 혹은 대처하라고 말한다. '내게 죄책감이 들게 하진 말아줘.'라고 말하도록 조언한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음을, 오히려 주위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더 당당한 여자로 인식하게 하는 방법임을 알려준다.물론 이 책에도 쓰여있다시피, 세상에는 '단호함'과 '공격적'인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내가 단호한 태도를 취하면 '공격적이다'고 되레 이쪽에게 덮어씌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 두려워 움츠리고 있으면 더 많은 것을--무엇보다도 자존심을 잃게된다는 것을 이 책은 더할나위없이 알기 쉽고, 즉각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알려준다.정말이지, 10년만 더 일찍, 아니 20년만 더 일찍 이런 책이 있었다면.아니면 이런 조언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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