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millan English Dictionary (Paperback, 축쇄판, 미국식) - American English
Michael Rundell 지음 / 넥서스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예문이 좋고 뜻풀이가 좋고 종이질이 좋고 하드커버라서 생긴 게 뽀대가 나고 다 좋지만, 일단 사전은 자기 마음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사전이라도 일단 손이 잘 안 간다면 그건 꽝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집에 굴러다니던 옥스포드 하드커버판과 콜린스 코빌드 페이퍼백을 헌책방에 처분하고 이번에 새로 맥밀란 사전 축쇄판을 들인 것은, 순전히 생긴 게 마음에 들어서였다.

이 사전은, 작고, 아담하고, 깔끔했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한 것도 아니다. 축쇄판이라 함은 사이즈만 작아졌을 뿐 내용은 오리지널과 똑같지 않은가. 있을 것 다 있으면서도 가볍고 작아졌으니, 더이상 사전이 무겁다고, 펼쳐보기 거북하다고 핑계댈 수 없는 사전을 장만한 셈이다. 롱맨도 축쇄판이 있었지만 빨간 색의 2도 인쇄가 깔끔해서 이쪽을 택했는데, 정말 잘 택한 것 같다. 사전이 예뻐서라도 손이 자주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맥밀란 큰 사이즈에는 딸려있는 CD롬이 없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종이사전을 주로 찾아보는 환경인 나로서는 괜히 CD롬 때문에 큰 것 사서 과거의 옥스포드와 코빌드 꼴이 나는 것보다 백배 나은 선택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찾아보다 보니, 이 책의 뜻풀이가 매우 깔끔하고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요새 '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에 감명받고 영단어장을 그림으로 그리는 중인데, 이 사전을 보며 꽤 쉽게 쉽게 그 작업을 해내고 있다. 여러모로 초보에게 도움되는 좋은 사전이다. 새 사전 뭘 살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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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블랙잭 1 - 제1외과 편
슈호 사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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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만화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신문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일본에서의 인기가 어떻고 하는 소개글과 함께 극찬을 늘어놓았길래 대체 어떤 만화인가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확실히, 미덕이 살아있는 만화라고 할 수 있겠다. 닥터 K나 블랙잭 같은 기존의 의료 만화가 현실 고발이 들어있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수퍼맨 주인공의 개인기로 사건 해결을 보는 만화였다면, 이 만화는 병아리 인턴을 내세워 현실의 엄혹함을 좀더 크고 무겁게 다루고 있다.

이 병아리 인턴은 다른 만화 의사들처럼 신의 메스를 휘둘러 환자를 구하지 못한다. 그저 이타심으로 넘칠 뿐. 그가 할 수 있는 건 다른 유능한 의사를 구하는 일 정도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만화는 리얼리티를 갖고 있다. 차가운 현실이 적나라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가령 1권에서 '죽고 싶지 않거든 밤에 사고를 내지 말라' 라는 말. 오싹하지 않은가? 이게 '현실'이라고 이 만화는 고발하고 있다. 그것이 오늘날의 의료 현실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진행중인 문제라고.

그렇게 1,2권에서 연줄과 권력으로 혼탁한, 일반 권력 사회와 다를 바 없는 종합병원을 그려냈다면 지금 진행중인 3권에서는 인간의 윤리가 가장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는 영역 중의 하나를 다루고 있다. 바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미숙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장애 미숙아동이 인큐베이터에 들어있는 것을 본 부모의 참담한 심정. 순간 순간 저 생명연장장치를 방치하고픈 심정이 드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우리 본연의 모습일 것이다. 그걸 단지 이기심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현실은 이상론이 아니기에.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불임 부부도, 사회적 약자에게 가차없는 일본 사회(한국은 아마 더 심하리라)의 차별에 시달리고 지쳤기에, 장애를 안고 태어난 자식을 그대로 방치하고픈 욕망에 미치도록 시달린다.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으로 고민하다가 '그럼 내가 기르겠다'고 외치는 사이토에게, 나는 애송이적에 다 해본 고민이다, 결국 자식은 부모밖에 기를 수 없다고 외치는 주임의사의 말은 폐부를 찌를 수밖에 없다. 천륜으로 그 형벌에 묶인 친부모가 포기할진데, 그런 천륜적 의무조차 없는 남은, 과연 순간순간 그 아이를 유기하고픈 욕망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앞으로의 전개가 무척 기다려진다. 사이토는 과연 어떤 의사로 성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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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역사 - 학술총서 218
스기하라 야스오 지음, 이경주 옮김 / 이론과실천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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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교재라는 것들은 1천페이지는 거뜬히 넘어가는 주제에, 이상하게도 그 학문의 역사적 배경을 거론하는 데에는 페이지를 너무 적게 할애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싶다. 사실, 이 개념이 이렇고 저렇고 논하기 전에 일단 그런 개념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지식부터 알려주는 것이 학생들의 이해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차에 이 책을 보았다.

이 책 역시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왜 '헌법'이라는 것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갈증을 풀 수 있었다는 느낌이다. 대학 교재에 줄구리장창 나오던 nation주권과 peuple주권의 명확한 유래와 차이, 왜 국가법인설이라는 것이 등장했고 그 연원과 핵심은 무엇인지. 이런 책을 따로 구해 읽어야만 이해가 가는 대학교재의 현실이 암울하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돋보인다. 그렇게 어려운 서술방식을 취하지 않고도(과목에 대한 기초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헌법의 역사에 대해 차근차근 해설해 주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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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체온 - 뷰티플 라이프 스토리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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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새삼 느낀 거지만, 만화는 역시 캐릭터인 것 같다. 배경이 휑해도 캐릭터가 살아있으면 시선이 가고 눈길이 간다. 요시나가 후미는 그런 면에서 재능있는 작가라 하겠다. 읽다보면 캐릭터에 시선이 확 가게 된다. 큰 굴곡 없는 잔잔한 사건들 속에서 그런 포인트를 드러내는 능력, 작품 전반에 흐르는 은근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마음을 참 따듯하게 했던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마지막 에피소드인 발레 왕자 얘기였다. 이야기의 주제가 '손'인데, 읽다보면 정말로 자꾸 '손'에 시선이 가게 된다. 특별히 예쁘게 그려진 손도 아닌데, 펜선에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맨앞 이야기도 좋았다. 특히 아버지. 멋지다. '상대 여자애는 너보다 100배는 더 창피했어' 라니. 요새 신문을 장식하는 이기적인 부모와 참으로 대조되지 않는가. 그리고 나레이션.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결국 요새 애들도 자신의 젊은 시절과 다르지 않다는 그 나레이션 부분은 뭐랄까, 은근히 가슴을 찔렀다.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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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 4 - 완결
요시나가 후미 지음, 장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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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서적을 탐독한 뒤로 케이크는 고사하고 빵류도 일체 끊었던 저에게, 오랜만에 케이크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 결말이 조금은 급작스러운 감도 있지만, 전반적인 느낌이 굉장히 좋은 책이더군요. 작가 요시나가 후미는 일상의 잔잔하지만 중요한 감정을 포착해내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캐릭터들이 생생한 현실감을 얻고 있지 않은가 합니다. 사실 이 주인공들이 비현실적으로 잘난 놈들만 우글거리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없이 '그냥 사람'의 느낌을 부여받고 있달까요?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감정과 캐릭터를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읽다 보면 푸근한 여운에 젖어드는 책. 자극적인 단 맛이 아니라 은근한 단 맛으로 계속 먹게 만드는 그런 케이크 같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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