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 블랙잭 1 - 제1외과 편
슈호 사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이 만화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신문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일본에서의 인기가 어떻고 하는 소개글과 함께 극찬을 늘어놓았길래 대체 어떤 만화인가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확실히, 미덕이 살아있는 만화라고 할 수 있겠다. 닥터 K나 블랙잭 같은 기존의 의료 만화가 현실 고발이 들어있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수퍼맨 주인공의 개인기로 사건 해결을 보는 만화였다면, 이 만화는 병아리 인턴을 내세워 현실의 엄혹함을 좀더 크고 무겁게 다루고 있다.

이 병아리 인턴은 다른 만화 의사들처럼 신의 메스를 휘둘러 환자를 구하지 못한다. 그저 이타심으로 넘칠 뿐. 그가 할 수 있는 건 다른 유능한 의사를 구하는 일 정도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만화는 리얼리티를 갖고 있다. 차가운 현실이 적나라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가령 1권에서 '죽고 싶지 않거든 밤에 사고를 내지 말라' 라는 말. 오싹하지 않은가? 이게 '현실'이라고 이 만화는 고발하고 있다. 그것이 오늘날의 의료 현실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진행중인 문제라고.

그렇게 1,2권에서 연줄과 권력으로 혼탁한, 일반 권력 사회와 다를 바 없는 종합병원을 그려냈다면 지금 진행중인 3권에서는 인간의 윤리가 가장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는 영역 중의 하나를 다루고 있다. 바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미숙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장애 미숙아동이 인큐베이터에 들어있는 것을 본 부모의 참담한 심정. 순간 순간 저 생명연장장치를 방치하고픈 심정이 드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우리 본연의 모습일 것이다. 그걸 단지 이기심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현실은 이상론이 아니기에.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불임 부부도, 사회적 약자에게 가차없는 일본 사회(한국은 아마 더 심하리라)의 차별에 시달리고 지쳤기에, 장애를 안고 태어난 자식을 그대로 방치하고픈 욕망에 미치도록 시달린다.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으로 고민하다가 '그럼 내가 기르겠다'고 외치는 사이토에게, 나는 애송이적에 다 해본 고민이다, 결국 자식은 부모밖에 기를 수 없다고 외치는 주임의사의 말은 폐부를 찌를 수밖에 없다. 천륜으로 그 형벌에 묶인 친부모가 포기할진데, 그런 천륜적 의무조차 없는 남은, 과연 순간순간 그 아이를 유기하고픈 욕망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앞으로의 전개가 무척 기다려진다. 사이토는 과연 어떤 의사로 성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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