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시소 동화 보물창고 19
안도 미키에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이영림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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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초등학교 5학년.
그때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갔을까.
기억을 살려보니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우선 담임 선생님이 너무 너무 싫었다. 
선생님은 중년의 약한 몸매를 지니신 분이었는데 항상 졸린 듯 하품을 하셨었다.
자습을 시켜놓고는 뒤에서 바지를 내리고 옷을 여미는가 하면(친구들 말에 의하면),
남자들하고 손을 잡으라고 해서 안 잡았더니 내 머리를 두꺼운 출석부로 때리기까지 했다.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는 아직까지도 오롯이 남아있다. 오랜동안 그 선생님을 증오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직업이 선생님이었던 그런 분이었다.

『하늘의 시소』. 표지의 일러스트가 유난히 눈길을 잡는다. 처음엔 길의 가운데 서있는 소녀의 뒷모습에 눈길이 가더니 다시 보니 하늘의 구름이 눈길을 끈다. 두껍지 않은 책은 여섯개의 작은 제목들이 있어서 처음엔 단편동화인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연작동화였다.
한편 한편 작은 사건을 중심으로 쓰여진 글을 읽으면서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고, 섬세한 심리묘사에 가슴이 아린 느낌이다.
그래서 작가의 이력을 다시 읽어보고, 중간 중간 그려진 그림이 정말 일본의 어떤 공간에 와 있는 듯, 미오를 지켜보는 친구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림 작가가 한국인인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랬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작은 일들을 담은 이야기로 미오 나이 또래 아이들에게 읽히면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서 좋아할 것 같다. 익숙했던 길인데도 조금의 변화에 그리고 미오의 심리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낯선 길이 되는 「한 방울의 바다」와 한 반 친구를 미행해서 친구가 감추고 싶은 비밀을 알게 되며, 그 친구는 누추한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비슷한 소재를 다룬 동화가 많음에도 시소라는 놀이기구에 앉아서 서로의 잘못을 저울질 하는 것으로 표현한 「하늘의 시소」가 발상이 신선해서 그 중 좋았다. 한 문장 한 문장 필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수려한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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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와 친구해요 - 자폐 세상을 바꾸는 어린이 4
엘렌 사빈, 최윤미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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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자폐증이란 그냥 자기 스스로 남들과 대화하기가 싫어서 말문을 닫아 걸은 것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자폐증이란 말뜻 그대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니, 자폐증이란 그렇게 단순하게 기분이나 심리적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뇌신경 자체에 어떤 병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마음 먹기에 따라서 또는 의지나 기분에 따라서 조절되거나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자폐증이라는 질병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이런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주변 친구나 이웃에 대해서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져야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데, 특히 같은 반 친구 중에 이런 친구가 있다면,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때문에 친구가 좀 다른 행동을 한다고 해서 오해해선 안되며, 서로 표현하는 게 다를 수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모든 유치원, 초등학교, 학급문고에 한권 쯤은 갖춰져 있어야 될 책인 것 같다.

나의 남편도 어릴 때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고 하며, 남편의 외할머니도 그러하셨다고 한다. 지금도 많이 피곤하면 말이 잘 안나온다고 한다. 이와같이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이런 저런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다만 정도의 문제일 뿐이며,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출생과 성장의 기쁨뿐만 아니라 질병과 노화의 안타까움도 함께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게 우리의 인생인 것이다. 그리고 그럴 줄 잘 아는 사람을 우리는 인격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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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파랑새 사과문고 64
김소연 지음, 김동성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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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김동성이라는 그림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책이다.
너무나 서정적인 그림의 인물들이 단아한 글을 더욱 생생하게 살리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글과 그림이 너무도 조화롭다.

볼이 발그레한 소녀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지체 놓은 집의 자녀일 것 같은데 왜 우는 걸까?
이런 물음을 품고 책장을 넘겼다. 시대적 배경은 조선시대로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읽고 나니 「꽃신」「방물고리」「다홍치마」라는 제목이 주인공들에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보물들로 
이  물건들로 인해 소중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세 편의 이야기는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방물고리가 내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덕님이가 가난한 집에 예쁘지 않은 외모를 가졌지만 어머니를 향한 효심과 당당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서 돼지를 키워내고, 장터 주막 일을 도우며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나가는 덕님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성으로서 그것도 어린 나이에 당차게 살아가는
덕님의 모습은 여자 어린이 독자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다.

앓던 어머니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은 덕님이는 슬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키우던 돼지를 팔아 돈을 마련하여 
방물 장수의 길을 나선다.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홍석과 덕님의 뒷모습에 너무도 아름답다. 
그들의 앞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 내용 중에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주인공의 이름들이다. 
양반 집 아이인 선혜는 물론 한문 이름이지만, 달이, 덕님, 큰돌이라는 이름은 한번 쯤 불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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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델과 주말을 보낸다고요? 비룡소의 그림동화 25
케빈 헹크스 지음,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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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아주 다른 두 아이가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부모님이 시골 친척집에 가게 되어 웬델은 얌전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소피네 집에서 주말을 보내게 된다.
웬델은 부모님과 떨어져 남의 집에서 주말을 보내는데도 의기소침하다거나 기가 죽지 않는다.
뭐든 ’자기 멋대로’이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소피는 이런 웬델의 모습이 싫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부모님께 
웬델이 언제 가냐고 물어보는 게 전부다. 대놓고 싫다고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더이상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느 순간이 되자 웬델에게 소방수 놀이를 하자면서 자기가 뭐든 다 정하겠다고 한다. 
소피는 자신은 소방대장이 되고 웬델은 불타는 건물이 되게 한다. 물벼락을 맞아 물에 흠뻑 젖은 웬델은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친구가 된다.

솔직히 웬델같은 아이가 우리 집에 맡겨지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마지못해 맡아주긴 할 것 같은데 이렇게 천방지축이고 눈치 없는 아이에게, 함부로 야단치기도 어려울 것 같고
주의는 주겠지만 시간이 빨리 흘러 돌아갈 날만 기다릴 것 같다.
소피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웬델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 원래 타고난 기질이 저런 걸까.
웬델의 부모는 웬델을 어떻게 바라볼까? 허용적인 태도를 보여서 저렇게 천방지축인가?
하는 웬델을 둘러싼 주변의 환경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물음이 던져졌다.
나중에 서로 입장이 바뀌는 상황에서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있어서 소피는 웬델을 받아들였지만
솔직히 내 입장에선 여전히 밉상으로 보인다. 어른 중에도 이런 사람이 있고, 이런 사람 만나면 참 피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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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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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3학년 때다.
2학년때까진 마을에 있는 분교에 다녔었는데 3학년에 올라가면서 십리나 떨어진 본교로 다녀야 했다.
분교에선 한 반 밖에 없어서 중간을 갈라서 1학년과 2학년을 나눠 수업을 했었는데
본교에 가니 한 학년만 4개 반이고,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모두 있으니 내 존재가 한없이 작아보이고 어리벙벙한 기분이었다.
가장 친한 동네 친구와 한 반이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친구와 학교 교정을 이곳 저곳 돌아다니곤 했는데
가끔은 수업종이 울린 줄도 모르고 헤매기도 했다.

학교생활도 낯설었지만 담임선생님 역시 ’체전’이니 뭐니 해서 늘상 출장중이었기 때문에 임시 선생님들로
늘상 바뀌고, 자주 자습하라며 안들어 오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래서 반은 항상 시끄러웠고 개중에 유난히 튀는
까불이들이 자꾸 괴롭히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둘째 시간이 끝나고 중간체조를 하러 나가는데 갑자기 앞이 까매진다.
누군가 휙~ 두 손으로 내 눈을 꼭 가린 것이다. 깜짝 놀란 나는 그 손을 더듬었다. 
당연히 동네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만져보니 사마귀처럼 뭔가 나 있는 낯선 손이었다.
뗄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장난스레 힘을 주면서 죄는게 이게 뭔가 싶었다.
손을 떼고 난 다음에 보니 햇살에 비춘 승용이가 눈부시게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갑자기, 모든 소리, 모든 사물들이 다 사라져 버리고, 내 몸이 비눗방울처럼 가벼워져서 공중에 붕 뜬 것 같고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만이 오로지 존재하는 경험을 했다.
그 일이 있고나서 맨 뒤자리의 승용이는 쉬는 시간이면 맨 앞자리인 내 책상앞에 와서 턱을 괴고
나를 보고 웃고 가곤 했다. 그럴때마다 왠지 부끄러워지곤 했다.

<첫사랑>을 읽으면서 내 첫사랑은 언제였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승용기가 떠올랐었다. 
첫사랑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부족한, 뭐가 뭔지 몰랐던 기억이지만, 아직도 난 그 손의 감촉을 기억하고 있다. 
아주 가끔씩 가라 앉아 있었던 그 기억은 수면 위로 떠올라 빙긋거리게 만들곤 한다.

이금이 작가의 <첫사랑>엔 참 다양한 사랑들이 나온다. 아이에서 노인까지 많은 사람들이 여러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이란 감정뿐만이 아닌 자기만 아는 뻔뻔하고도 이기적인 모습들도 눈에 띈다.
혼자만의 감정일 때는 상관 없지만 둘이 나누는 과정에선 마찰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도 같다.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물과 데이트 비용에 고민하는 아이들의 이벤트적인 연애법에 놀랍기도 하다.
한뼘 쯤 더 자랐을 것 같은 동재가 다음엔 어떤 식으로 사랑할 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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