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뚤귀뚤 누구 노래지?
조안 바킨 지음, 클로딘 게브리 그림 / 애플비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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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무렵, 항상 부모님과 함께 자던 나는 독립을 선언했다. 이제 나도 내방을 갖고 싶다고...그래서 독립에 성공한 나는 학교에서 돌아와 내 방에서 조용히 대자로 누워 있는 시간을 즐기곤 했는데 팔월 말 저녁이면 귀뚜르르 귀뚤귀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어~아직 팔월인데...벌써 가을인가?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면서 아~ 가을이 머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사람은 달력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예감하는데 곤충들은, 바람은, 나무들은, 풀들은 저절로 느껴지는 것일까? 

 귀뚤귀뚤 누구 노래지?라는 책을 아는 사람으로 부터 선물을 받았다. 놀잇감 사주기를 주저하는 부모덕에 아이는 주로 책을 놀잇감 삼아 노는데 이 책에는 플라스틱 귀뚜라미 모형이 붙어 있고, 머리 부분을 누르면 귀뚜라미 울음소리같은 똑딱 소리가 난다. 특히 좀 큰 엄마 귀뚜라미 소리는 더 큰데 반해 작은 아기 귀뚜라미 소리는 작게 들려서 아이가 두개를 번갈아가면서 소리의 변화를 느낄 수도 있고, 엄마가 읽어주면서 귀뚜라미 소리가 나오는 부분은 모형을 눌러서 소리를 나게 해 책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손으로 누르는 과정을 통해 손가락 힘도 기를 수 있고 소근육이 발달할 것도 같다. 책 내용도 세살인 우리 아기에게 적당하고, 내용 중에 여러 의성어들이 나와서 청각을 자극하는 것도 같다. 또한 책이 견고하게 만들어져서 혹시라도 모형이 떨어져서 손을 긁힌다던가 이런 우려는 접어도 될 것 같다.계절이 봄이지만 가을이 오면 귀를 기울이고 아이와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생각을 하면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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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푸른도서관 36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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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기는 정확히 50% 순위의 몸무게와 키로 태어났다. 그런데 모유수유에 지장을 줄까 싶어 분유량을 엄격하게 조절하면서 태어난지 한 달 뒤에도 몸무게가 전혀 늘지 않아서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다. 지금도 키는 정상이지만 몸무게는 부모의 바램보다는 조금 적은 것 같아서 항상 어떻게든지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우리 아이가 나중에 비만해져서 놀림감의 대상이 되면 안될텐데라는 생각은 부모의 머릿속에 언제나 자리잡고 있다. 이만큼 우리 사회는 비만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눈에 보이지 않는, 또는 눈에 보이는 차별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항상 뚱보로 놀림이나 받아왔던 외모에 공부도 그다지 시원찮은 여고 1학년생이면서 누구나 꿈꾸는 멋진 대학생 오빠와 뜨거운 연애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여학생은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작가는 이 뚱뚱한 여학생의 증발에서부터 추리소설을 방불케하는 치밀하면서도 간결한 구성으로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교직 11년차 담임선생님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여고 1학년생 학급의 비밀을 파헤쳐나간다.

 
그리고 그 비밀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 나감에 따라 비만과 외모에 대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야간자율학습에 시달리며 시들어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청소년들이 짊어지고 있는 온갖 무거운 짐들이 모두 이 작품 속에 등장하게 된다.

 
(거의 모든 청소년들이 그러하겠지만) 자신의 외모에 대해 고민 하는 청소년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학교에 몸담고 있는 모든 분들이 한 번은 꼭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에는 (이금이 작가의 자녀분이 그렸다고 하는) 이 책의 표지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보여지게 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상적인 남자친구로 그려지고 있는 진하오빠가 친구인 패트릭이 주인공을 포옹하였을 때 패주고 싶을 정도의 분노를 느꼈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유치한 차원의 질투의 감정이 아직도 사랑의 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다소 놀라운 일이다.

 
본문에서 발견된 오자는 다음과 같다.

95p 15줄: 있었던 황금소로로 마무리 짓는 코스로 잡았다. -> 있었던 황금소로를 마무리 짓는 코스로 잡았다. (사실은 “바츨라프 광장에서 ... 코스로 잡았다.” 라는 문장 전체가 좀 어색하고 비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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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보물창고 50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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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만 두 살을 몇 달 남겨놓은 아기가 있다. 그런데 이처럼 조그만 아기에게도 자기 나름대로의 취향과 호불호가 있다. 얼마 전부터는 자기 맘에 드는 옷만 입으려고 하고 때로는 엄마가 골라준 옷을 입지 않겠다며 떼를 쓰기도 한다. 이렇게 아기들은(혹은 아이들은) 점차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과 입장을 가져나가게 된다.  

보물창고에서 펴낸 <책>이라는 그림책은 이처럼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나가려는 어린 여자아이의 성장(?) 그림책이다. 서커스단의 광대와 소방대의 소방수라는 뚜렷한 자기 색깔의 직업을 갖고 있는 부모와 미래의 꿈이 우주비행사인 오빠를 두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는 문득 자기에게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자기의 이야기를 찾아내기 위한 모험에 나서게 된다.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을 같이 읽어주면서 엄마 아빠의 직업은 무엇인지, 오빠나 누나의 장래 희망은 무엇인지를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등장하는 여러 가지 다른 동화 속의 주인공들에 대해서도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평소에 부모나 가족들에 대해서 갖고 있었던 생각을 들어줄 수도 있을 것이고, 예전에 읽었던 다른 책들에 대한 기억도 다시 되살려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렇다면 우리 예쁜이(또는 똘똘이)만의 이야기는 뭐가 될까?”라는 질문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책은 한 편의 이야기와 예쁘고 아기자기한 그림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부모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것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리들을 제공해줌으로써, 아이들의 사고능력 발달에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의 그림들은 배경이 없는 대신에 그림자만 뚜렷하게 그려져 있어서 마치 동양화의 여백의 미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일부의 페이지에는 화려한 배경 그림이 장면을 꽉 채우고 있기에 마치 파도를 타듯이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끌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에 즈음하여 주인공이 왼손으로 글을 쓰는 그림도 인상적이었다.(혹시 작가가 왼손잡이였는지도...)


책장을 열게 되면서 이야기의 아침이 시작되고, 책장을 닫으면서 이야기의 하루 일과가 끝나게 된다는 구성도 재미있고, 온 가족이 모여 앉는 아침식사와 저녁식사의 자리가 이야기의 출발과 맺음의 장소로 설정된 것도 가족의 의미를 알게 모르게 강조해 주고 있는 의미 있는 장치인 것 같다.


다소 아쉬웠던 점은 글씨 크기가 조금 더 컸다면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 더 좋았을 것 같았고, 그림책에 등장하는 여러 다른 동화나 이야기에 대해서 책의 마지막에 역자나 출판사의 주석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몇 페이지에 등장하는 빨간모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주석이 가능할 것이다.


(*p) 빨간모자 : 할머니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는 빨간모자를 쓴 어린 소녀를 늑대가 유인하여 잡아먹었다는 이야기

이와 같은 주석이 있다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좀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부연설명을 덧붙이면서 이 그림책을 읽어 줄 수 있을 것 같고, 아이들도 이러한 주석들을 보면서 이 책들도 사달라고 부모님에게 조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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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자 들어간 벌레들아 - 생태 동시 그림책, 동물편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1
박혜선 외 지음, 김재홍 그림, 신형건 엮음 / 푸른책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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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들어 동시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내 자랄적에 이런 책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똥’자 들어간 벌레들아>는 생태 동시 그림책으로 동물편이다.
아마도 식물편이 따로 있나보다.

표지를 살펴보면 잔잔한 시골길에 커다란 쇠똥이 가마솥마냥 넓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페이지를 넘겨보면 단아한 느낌의 그림들이 얌전히 자리잡고 있다. 김재홍 그림작가의 특성이 물씬 드러나는 그림들이다.
종다리, 버들붕어, 지렁이, 매미, 자벌레, 풀무치 등등 평소 눈여겨 보지 않으면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양페이지 펼침면에 시의 주인공 동물들이 풍경과 더불어 그려져 있고, 시가 잔잔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아래엔 주인공 동물에 대한 부가 설명이 되어 있다. 책을 읽노라면 종다리나, 지렁이 등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아름다운 시어에 저절로 빠져 들게 된다. 페이지 양이 많지가 않아서 부담도 적고, 자주 넘겨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친절하게도 동시에 나오는 동물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에 관해 따로 뒷장에 설명을 두고 있다.

이 시들 중에서  마음에 꼭 들었던 한편을 소개해 본다.







반딧불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으로
     숲으로 가자

 
 
   


반딧불이의 빛을 달 조각으로 표현하였다. 역시 시인의 감수성은 뭇사람과는 다르다.
시를 많이 읽을수록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 같다. 메마른 마음에 단비와 같은 시! 아이들에게 많이 많이 읽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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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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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중학교 1학년이었던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가.
마을의 분교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고, 3학년부터는 4킬로미터 떨어진 본교에 다녔는데 학교도 크고 넓고 학생수도 많아서 처음에 어리둥절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고향에 하나뿐인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학생수가 더욱 많아진데다 다섯 개의 반 중에서 세 반은 남자 반, 두 반은 여자 반으로 나뉘었다. 우리 반 학생 수가 예순 다섯명을 넘어서서 교탁 바로 앞에서 부터 교실 맨 뒤까지 책상과 의자로 가득찼고, 쉬는 시간이면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소리로 언제나 웽웽거렸던 기억이 있다. 특히 남자 아이들과 반이 갈려서 내숭떨 필요가 없어져선지 쉬는 시간이면 책상을 앞으로 밀어부치고 신나게 말뚝박기를 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어쩌면 그 해 가장 야생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김진영 작가의 <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을 읽어나가면서 내 자랄 때의 모습과 주인공 장하리의 모습을 비교해보며 달라진 것은 어쩌면 아이들의 말투뿐이란 생각도 들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외모에 관심이 부쩍 늘고, 예쁜 옷, 예쁜 신발을 갖고는 싶은 데 돈은 없으니, 뽀리는(?) 짓도 마다하지 않던 친구들 역시 내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인물들의 도벽은 어떤 결핍으로 인한 것이고, 그게 습관처럼 굳어버린 경우이지만 말이다. 그때도 하리의 담임처럼 학생들을 갈라서 대우를 하던 선생도 아주 많았었다. 오히려 그러지 않은 선생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책을 읽어가면서 물건을 훔치는 상황이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부모의 돈에 손을 댄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어려서 할머니 가방에 손을 댄적이 있었다. 할머니라서 엄마 아빠보다는 어수룩해 보였고, 모르실 거라고 판단한 나는 처음엔 백원을 훔쳐서 과자를 사먹었고, 눈치를 채는 사람이 없자 다시 5백원을 훔쳤었다. 그때 얼마나 떨렸던지 오줌을 쌀 것만 같았다. 할머니께서 나중에 가방에서 돈이 없어진 것을 알고 누군가 훔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디다 두고 기억을 못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서 찾아다니는 것을 보고 뜨끔해진 나는 뽀림질을 멈출 수 있었다. 그렇게 끝이 났다. 책을 읽는 내내 혹시나 들키는 것이 아닐까 싶어 그 떨림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들켜버려야 하는 데 마음은 들키지 말았음 하고 바라는 것도 같았다.

물론 이 책은 단순히 도벽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허울뿐인 가족이 아니라 좀 더 서로를 이해하고 다가서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읽혀지기도 했고, 사춘기 아이들의 연애 감정, 아이들을 줄세우는 학교의 모습, 부모의 재력에 따라 아이들의 모습도 달라지는 현실, 엄마의 도벽을 지켜봐야 하는 딸의 마음, 가난한 부모의 모습...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열 네살,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나이. 또는 열다섯 살, 열여섯 살... 어른이니 아이니 구분 짓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아야겠다. 그리고 학교가 대학 입시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른 꿈을 꿀 수도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꿈꿔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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