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열네 살, 중학교 1학년이었던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가.
마을의 분교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고, 3학년부터는 4킬로미터 떨어진 본교에 다녔는데 학교도 크고 넓고 학생수도 많아서 처음에 어리둥절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고향에 하나뿐인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학생수가 더욱 많아진데다 다섯 개의 반 중에서 세 반은 남자 반, 두 반은 여자 반으로 나뉘었다. 우리 반 학생 수가 예순 다섯명을 넘어서서 교탁 바로 앞에서 부터 교실 맨 뒤까지 책상과 의자로 가득찼고, 쉬는 시간이면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소리로 언제나 웽웽거렸던 기억이 있다. 특히 남자 아이들과 반이 갈려서 내숭떨 필요가 없어져선지 쉬는 시간이면 책상을 앞으로 밀어부치고 신나게 말뚝박기를 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어쩌면 그 해 가장 야생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김진영 작가의 <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을 읽어나가면서 내 자랄 때의 모습과 주인공 장하리의 모습을 비교해보며 달라진 것은 어쩌면 아이들의 말투뿐이란 생각도 들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외모에 관심이 부쩍 늘고, 예쁜 옷, 예쁜 신발을 갖고는 싶은 데 돈은 없으니, 뽀리는(?) 짓도 마다하지 않던 친구들 역시 내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인물들의 도벽은 어떤 결핍으로 인한 것이고, 그게 습관처럼 굳어버린 경우이지만 말이다. 그때도 하리의 담임처럼 학생들을 갈라서 대우를 하던 선생도 아주 많았었다. 오히려 그러지 않은 선생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책을 읽어가면서 물건을 훔치는 상황이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부모의 돈에 손을 댄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어려서 할머니 가방에 손을 댄적이 있었다. 할머니라서 엄마 아빠보다는 어수룩해 보였고, 모르실 거라고 판단한 나는 처음엔 백원을 훔쳐서 과자를 사먹었고, 눈치를 채는 사람이 없자 다시 5백원을 훔쳤었다. 그때 얼마나 떨렸던지 오줌을 쌀 것만 같았다. 할머니께서 나중에 가방에서 돈이 없어진 것을 알고 누군가 훔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디다 두고 기억을 못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서 찾아다니는 것을 보고 뜨끔해진 나는 뽀림질을 멈출 수 있었다. 그렇게 끝이 났다. 책을 읽는 내내 혹시나 들키는 것이 아닐까 싶어 그 떨림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들켜버려야 하는 데 마음은 들키지 말았음 하고 바라는 것도 같았다.

물론 이 책은 단순히 도벽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허울뿐인 가족이 아니라 좀 더 서로를 이해하고 다가서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읽혀지기도 했고, 사춘기 아이들의 연애 감정, 아이들을 줄세우는 학교의 모습, 부모의 재력에 따라 아이들의 모습도 달라지는 현실, 엄마의 도벽을 지켜봐야 하는 딸의 마음, 가난한 부모의 모습...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열 네살,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나이. 또는 열다섯 살, 열여섯 살... 어른이니 아이니 구분 짓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아야겠다. 그리고 학교가 대학 입시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른 꿈을 꿀 수도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꿈꿔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