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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반역자 ㅣ 문원 어린이 3
로러 윌리엄스 지음, 정현정 옮김 / 도서출판 문원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가해자인 나치소년단원이었던 어린 소녀가 유태인을 보호해주는 ‘반역자’인 어머니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점차 역사적 진실과 인간적 본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대한민국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부들부들 떨려오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다른 유태인과 나치독일에 관련된 책들은, 예를 들어 가장 대표적으로 ‘안네의 일기’와 같은 책들에는 나치와 히틀러에 열광했었던 당시 독일 국민들의 생각과 정서는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책에는 주인공 코리나의 시각을 통해서, 1차세계대전에서 패하고 경제위기에 빠져들었던 독일 국민들이 어떤 이유로 히틀러에 열광하였고, 어떻게 나치정부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와 과정은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어린 시절에 코리나와 같이 놀기도 했던 이웃의 한스 오빠는 게쉬타포가 되면서 마을사람들의 집을 수색하고 부수고 이웃 아저씨를 구두발로 폭행하는 잔인하고 흉폭한 사람으로 변해갔다. 히틀러의 소년단원들은 국가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유태계 어린 아이들을 집단으로 몰매를 주면서도 좋아서 히히덕 거린다. 그러나 이러한 구절들을 읽으면서 나에게는 1940년대의 독일 마을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의 그 끔찍했던 장면들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군화발로 20대 여성의 머리를 짓밟고 다시 축구공처럼 차 버리던 장면, 아직 말도 못하는 (라헬보다도 더 어린) 유모차의 아기들에게 소화기 분말을 쏘아대던 장면, 그리고 길 가던 외국 여행객을 집단으로 둘러싸고 짓밟아서 갈비뼈를 부러뜨렸던 사건.. 이 모든 것은 나치 독일이 그러했던 것처럼 국가의 이익과 안녕을 위하여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 의해서 저질러졌고, 바로 그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코리나의 한스 오빠처럼 바로 우리 주위의 학교 선배였고 마을의 오빠들이었던 것이다.
당시 독일 국민들은 힘든 경제를 회복시키고 국가의 위상을 다시 높여줄 것을 기대하면서 히틀러를 지지했었고, 히틀러는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를 온갖 선전수단(언론과 책자 등)을 이용하여 자신에 대한 맹목적인 광신으로 이끌어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집단적 희생양으로 유태인을 지목하여 그들을 몰아내고 쫓아내면 독일 국가의 영광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호도하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도 경제를 살린다고 하여 대통령을 선출하였고, 그 대통령은 집권 후 야심차게 언론분야를 정비(?)하고 있으며, 좌파적 발상을 지닌 사람들을 몰아내고 쫓아내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 국가의 새로운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외쳐대고 있다. 그리고 히틀러의 유겐트와 게슈타포 대신에 전투경찰들이 서울시내 곳곳을 지켜주고 있다.
다행히 아직 우리는 살고 있는 집의 벽을 파고 그곳에 ‘국가의 적’들을 숨겨주어야할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러한 상황이 우리에게도 닥쳐왔을 때, 과연 코리나의 가족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 시대의 히틀러에게 대항할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도 존재하고 있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