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자 들어간 벌레들아 - 생태 동시 그림책, 동물편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1
박혜선 외 지음, 김재홍 그림, 신형건 엮음 / 푸른책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올해들어 동시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내 자랄적에 이런 책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똥’자 들어간 벌레들아>는 생태 동시 그림책으로 동물편이다.
아마도 식물편이 따로 있나보다.

표지를 살펴보면 잔잔한 시골길에 커다란 쇠똥이 가마솥마냥 넓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페이지를 넘겨보면 단아한 느낌의 그림들이 얌전히 자리잡고 있다. 김재홍 그림작가의 특성이 물씬 드러나는 그림들이다.
종다리, 버들붕어, 지렁이, 매미, 자벌레, 풀무치 등등 평소 눈여겨 보지 않으면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양페이지 펼침면에 시의 주인공 동물들이 풍경과 더불어 그려져 있고, 시가 잔잔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아래엔 주인공 동물에 대한 부가 설명이 되어 있다. 책을 읽노라면 종다리나, 지렁이 등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아름다운 시어에 저절로 빠져 들게 된다. 페이지 양이 많지가 않아서 부담도 적고, 자주 넘겨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친절하게도 동시에 나오는 동물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에 관해 따로 뒷장에 설명을 두고 있다.

이 시들 중에서  마음에 꼭 들었던 한편을 소개해 본다.







반딧불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으로
     숲으로 가자

 
 
   


반딧불이의 빛을 달 조각으로 표현하였다. 역시 시인의 감수성은 뭇사람과는 다르다.
시를 많이 읽을수록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 같다. 메마른 마음에 단비와 같은 시! 아이들에게 많이 많이 읽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열네 살, 중학교 1학년이었던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가.
마을의 분교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고, 3학년부터는 4킬로미터 떨어진 본교에 다녔는데 학교도 크고 넓고 학생수도 많아서 처음에 어리둥절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고향에 하나뿐인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학생수가 더욱 많아진데다 다섯 개의 반 중에서 세 반은 남자 반, 두 반은 여자 반으로 나뉘었다. 우리 반 학생 수가 예순 다섯명을 넘어서서 교탁 바로 앞에서 부터 교실 맨 뒤까지 책상과 의자로 가득찼고, 쉬는 시간이면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소리로 언제나 웽웽거렸던 기억이 있다. 특히 남자 아이들과 반이 갈려서 내숭떨 필요가 없어져선지 쉬는 시간이면 책상을 앞으로 밀어부치고 신나게 말뚝박기를 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어쩌면 그 해 가장 야생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김진영 작가의 <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을 읽어나가면서 내 자랄 때의 모습과 주인공 장하리의 모습을 비교해보며 달라진 것은 어쩌면 아이들의 말투뿐이란 생각도 들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외모에 관심이 부쩍 늘고, 예쁜 옷, 예쁜 신발을 갖고는 싶은 데 돈은 없으니, 뽀리는(?) 짓도 마다하지 않던 친구들 역시 내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인물들의 도벽은 어떤 결핍으로 인한 것이고, 그게 습관처럼 굳어버린 경우이지만 말이다. 그때도 하리의 담임처럼 학생들을 갈라서 대우를 하던 선생도 아주 많았었다. 오히려 그러지 않은 선생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책을 읽어가면서 물건을 훔치는 상황이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부모의 돈에 손을 댄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어려서 할머니 가방에 손을 댄적이 있었다. 할머니라서 엄마 아빠보다는 어수룩해 보였고, 모르실 거라고 판단한 나는 처음엔 백원을 훔쳐서 과자를 사먹었고, 눈치를 채는 사람이 없자 다시 5백원을 훔쳤었다. 그때 얼마나 떨렸던지 오줌을 쌀 것만 같았다. 할머니께서 나중에 가방에서 돈이 없어진 것을 알고 누군가 훔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디다 두고 기억을 못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서 찾아다니는 것을 보고 뜨끔해진 나는 뽀림질을 멈출 수 있었다. 그렇게 끝이 났다. 책을 읽는 내내 혹시나 들키는 것이 아닐까 싶어 그 떨림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들켜버려야 하는 데 마음은 들키지 말았음 하고 바라는 것도 같았다.

물론 이 책은 단순히 도벽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허울뿐인 가족이 아니라 좀 더 서로를 이해하고 다가서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읽혀지기도 했고, 사춘기 아이들의 연애 감정, 아이들을 줄세우는 학교의 모습, 부모의 재력에 따라 아이들의 모습도 달라지는 현실, 엄마의 도벽을 지켜봐야 하는 딸의 마음, 가난한 부모의 모습...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열 네살,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나이. 또는 열다섯 살, 열여섯 살... 어른이니 아이니 구분 짓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아야겠다. 그리고 학교가 대학 입시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른 꿈을 꿀 수도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꿈꿔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는 반역자 문원 어린이 3
로러 윌리엄스 지음, 정현정 옮김 / 도서출판 문원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가해자인 나치소년단원이었던 어린 소녀가 유태인을 보호해주는 ‘반역자’인 어머니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점차 역사적 진실과 인간적 본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대한민국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부들부들 떨려오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다른 유태인과 나치독일에 관련된 책들은, 예를 들어 가장 대표적으로 ‘안네의 일기’와 같은 책들에는 나치와 히틀러에 열광했었던 당시 독일 국민들의 생각과 정서는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책에는 주인공 코리나의 시각을 통해서, 1차세계대전에서 패하고 경제위기에 빠져들었던 독일 국민들이 어떤 이유로 히틀러에 열광하였고, 어떻게 나치정부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와 과정은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어린 시절에 코리나와 같이 놀기도 했던 이웃의 한스 오빠는 게쉬타포가 되면서 마을사람들의 집을 수색하고 부수고 이웃 아저씨를 구두발로 폭행하는 잔인하고 흉폭한 사람으로 변해갔다. 히틀러의 소년단원들은 국가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유태계 어린 아이들을 집단으로 몰매를 주면서도 좋아서 히히덕 거린다. 그러나 이러한 구절들을 읽으면서 나에게는 1940년대의 독일 마을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의 그 끔찍했던 장면들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군화발로 20대 여성의 머리를 짓밟고 다시 축구공처럼 차 버리던 장면, 아직 말도 못하는 (라헬보다도 더 어린) 유모차의 아기들에게 소화기 분말을 쏘아대던 장면, 그리고 길 가던 외국 여행객을 집단으로 둘러싸고 짓밟아서 갈비뼈를 부러뜨렸던 사건.. 이 모든 것은 나치 독일이 그러했던 것처럼 국가의 이익과 안녕을 위하여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 의해서 저질러졌고, 바로 그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코리나의 한스 오빠처럼 바로 우리 주위의 학교 선배였고 마을의 오빠들이었던 것이다.




  당시 독일 국민들은 힘든 경제를 회복시키고 국가의 위상을 다시 높여줄 것을 기대하면서 히틀러를 지지했었고, 히틀러는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를 온갖 선전수단(언론과 책자 등)을 이용하여 자신에 대한 맹목적인 광신으로 이끌어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집단적 희생양으로 유태인을 지목하여 그들을 몰아내고 쫓아내면 독일 국가의 영광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호도하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도 경제를 살린다고 하여 대통령을 선출하였고, 그 대통령은 집권 후 야심차게 언론분야를 정비(?)하고 있으며, 좌파적 발상을 지닌 사람들을 몰아내고 쫓아내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 국가의 새로운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외쳐대고 있다. 그리고 히틀러의 유겐트와 게슈타포 대신에 전투경찰들이 서울시내 곳곳을 지켜주고 있다.




  다행히 아직 우리는 살고 있는 집의 벽을 파고 그곳에 ‘국가의 적’들을 숨겨주어야할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러한 상황이 우리에게도 닥쳐왔을 때, 과연 코리나의 가족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 시대의 히틀러에게 대항할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도 존재하고 있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이야기 보물창고 17
이금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은 자라면서 어느 시기가 되면 부모와는 다른 자기만의 생각이나 고집을 부리게 된다고 한다. 또한 유치원이나 학교생활과 같이 가정 밖으로 활동범위가 넓어지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환경과 사건에도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더 사고와 감정의 깊이와 폭을 키워나가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좌충우돌하면서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는 초등학교 1,2학년쯤 되는 아이들의 일상과 사건들을 펼쳐놓은 책이다. 또한 펼쳐놓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원하는 답을 어린 독자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책장 밑에 살짝 놓아두고 있기도 하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소재들을 간결한 문체와 정감어린 그림으로, 지루하지 않은 짧은 분량으로 담아내었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거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읽혀질 것으로 생각된다.

기절하는 양,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열려라 맘대로 층, 누리는 꾸꾸엄마라는 4편의 작은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굳이 이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이야기를 골라보라면 ‘열려라 맘대로 층’을 꼽고 싶다. 왜냐하면 도시서민 가정의 외로운 아이의 일상을 빠짐없이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맘대로 층이라는 어린이의 환상적인 희망을 엘리베이터 장난은 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적인(어른들이 원하는?) 결말로 매끄럽게 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누리는 꾸꾸엄마의 경우에는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이 여러 가지 내용들을 담아주고 있다. 저금의 소중함이라는 경제관념, 그러면서도 그 저금을 통째로 엄마 선물 사는데 내놓는 베푸는 마음, 엄마의 생일도 소중히 챙겨야 한다는 페미니즘, 그리고 제왕절개 수술까지 소개하는 성교육에 이르기까지 가지가지의 양념들이 맛깔스럽게 버무려져 있고, 행복한 엄마의 생일잔치와 함께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게 만들어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염소 똥은 똥그랗다 문학동네 동시집 10
문인수 지음, 수봉이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시를 하나씩 써내라고 하셨다.
잘된 시는 골라서 시화전을 열겠다며 말이다. 교감선생님께서 미술을 전공하신 분이라서 동시에 직접 그림을 그려주셨었다.
나는 자신있게 두 개의 시를 지었고 친한 친구에게 하나를 주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당선이 되고 나는 그만 떨어진 것이다.
속으로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멋진 그림과 함께 액자에 걸린 시가 너무도 근사해 보여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후 고등학교 때 전교 글짓기 대회에서 그야말로 상을 받으면서 지나간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었다. 

20대까지만 해도 시를 너무도 좋아해서 좋은 시는 따로 적어두는 노트까지 장만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결혼하면서 부터 시가 도무지 읽혀지지 않았다. 이런 저런 관계가 복잡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요즘 아이가 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하면서 시집을 다시 들게 되었다. 왜냐하면 시는 아름다운 문장들로 이루어져있을 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내용도 많고 사물에 대한 관찰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염소똥은 똥그랗다>를 읽으면서 몇번이나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쉬운 말들로 씌여 있을 뿐만 아니라 싯구들이 깔깔깔깔 소리내어 웃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장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고 있다.


                                         코스모스들이 손뼉 치며 손뼉 치며 죄, 웃는다
                                         구름이 지나가도 새 떼가 지나가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나가도
                                         수줍게 가만 가만 흔들리던 코스모스들이
                                         기차만 지나가면 깔깔깔 배꼽을 잡고 웃는다
                                         기차는 저 혼자 더 길게, 더 급히 달려가고
                                         코스모스들은 까무러칠 듯 자지러지게 웃는다


시는 물과 가까운 것일까. 냇가, 바다, 비오는 날, 강물 등 물과 관련된 소재들이 많이 나와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것 같다.

                                         <빗방울은 명랑하다>

                                         토란잎에 오는 비는 톡, 톡, 정확하게 제 소리를 짚는다
                                         아무리 바빠도 방울방울, 명랑하게 제 모양을 짓는다
                                         밤하늘 별들이 뛰어내린 걸까
                                         토란잎에 반짝반짝, 차례차례 맑은 문 뜬다


섬에서 나고 자란 내게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시들은 추억에 잠기게 한다.


                                        <섬>

                                        수평선 멀리 두근 두근
                                        작고 예쁘게 바라보이던 섬,

                                        섬에 도착하이 어!

                                        그 섬 없어져 버렸다

봄은 생명있는 모든 것들을 피워나게 한다. 그 어떤 것도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 그래서 봄이 되면 몸이 들썩들썩해지며
집 밖으로 자주 불려나가게 된다. 봄이 부르는 소리에...

                                       <봄산>

                                       나비 나비 나비 첫 날갯짓에
                                       진달래 진달래 귀가 열려
                                       손뼉 치는 손뼉 치는 날갯짓에
                                       진달래 진달래 다 몰려나와
                                       봄 산, 봄 산은 너무 떠들어
                                       나비 나비 나비 자주 자리 떠

시들을 읽으면서 삶의 복잡한 일들은 다 접어놓고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추억에 잠기게도 하고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다시 느끼게도 한다. 시는 이렇게 잊고 있었던  자신의 본질을 만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참 좋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