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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편지
최향 지음, 심미아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시가 참 좋다. 말랑말랑한 언어가 주는 즐거움, 리듬감이 있는 시를 읽노라면 언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 아이가 말을 하려고 하는 단계라서 동시를 읽어주곤 한다. 아이는 반복적인 구절들이 들어간 대목에서 말의 재미를 느끼는 것도 같다. 아이가 더 읽어달라고 조르거나 어떤 대목에서 웃음을 지을 때면 ’얘가 알고 웃나?’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 도서출판 문원에서 나온 <반쪽편지>라는 시집을 읽었다. 정사각형을 닮은 시집은 겉모양부터가 기존 시집과는 달라서 눈에 띈다. <반쪽편지>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엄마, 저랑 결혼해요’ 편은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한다. 처음 시작하는 ’반대말 쓰기 시간’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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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말 쓰기 시간
선생님 ’하늘’하면
난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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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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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행복’하면
난 ’가난’
가난이라고 썼는데
’행복의 반대는 불행이야."
선생님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가난이라 했는데
가난하면 행복하지 못하다고 했는데
난 고갤 갸우뚱
선생님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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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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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첫 시부터 녹록치가 않다. ’연못 신문’이라는 시를 읽어보면 신문의 정치면과 경제면, 사회면, 문화면의 성격처럼 시가 쓰여져 있는데 아이들과 신문을 펼쳐놓고 살펴 본 후 다시 시를 읽어보는 방법도 좋을 듯 하다.
2부는 숫자들의 노래라는 타이틀에 맞게 수학과 연관된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인의 관찰력과 숫자에 대해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재미난 상상력을 통해 즐거움을 안겨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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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과 8
3은 3끼리
안아 주고 싶을 거야
8이 되고파
8은 서로
나누고 싶을 거야
3이 되고파
3은 추워서
하나 되고 싶고
8은 외로워
둘이 되고 싶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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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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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체통과 새’를 살펴보면 유독 물과 관련한 시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시인들은 바다, 강, 비를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고 그 변화를 놓치지 않고 시어로 담아내고 있다. 이 중에서 요즘의 계절과 닮아 있는 ’꽃물결’을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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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물결
꽃밭에 부는 바람
출렁출렁
밀려왔다
밀려갔다
소리없이 외치는
합창
-- 흔들려 봐야 큰다
-- 흔들려 봐야 큰다
바람 따라 일렁이는
꽃들의 노래
마을을 울린다
산과 들을 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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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7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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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초등 4학년이상에게 어울릴 것 같은 동시다. 시가 주는 따뜻함과 그리움이란 감정과 더불어 이웃에 대한 사랑, 꽃과 새 등 시인의 따스한 시선을 통해 어느새 내 마음도 따스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