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샤베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달 샤베트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발바닥에는 흙을 묻히고, 두 손으로는 나뭇잎을 움켜쥐며, 때로는 강물 속에 온몸을 담그면서, 낮에는 햇빛을, 밤에는 달빛을 받으며 살아야 할 사람들이, 시멘트 아파트 상자 속에 틀어박혀 살면서, 사람들은 점차 늑대의 형상을 띠게 되었다.

그래서 뽀죽히 나온 입과 찢어진 눈, 북슬북슬하고 꺼칠꺼칠한 털로 뒤덮이면서도 사람들은 오로지 각자의 시멘트 상자 안에 틀어박혀서 에어콘과 선풍기만을 틀어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자연의 만물은 서로 돌고 도는 순환이 필요했었고, 그것을 거부했던 늑대로 변한 사람들로 인하여, 도시의 열기는 점점 더 달아오를대로 달아올라, 급기야는 하늘에 달려있던 달빛 조차 녹아내리게 하였다. 



그나마 옛날옛적 자연과 살을 마주대고, 서로가 순환하고 호흡하던 시절을 조금이나마 기억하고 있었을법한 ‘반장할머니’ 늑대에 의하여, 녹아내리던 달물은 달샤베트로 남겨지게 된다. 



그리하여 모든 것의 고립과 단절, 어둠의 극한을 상징하는 ‘단전’ 사태가 찾아왔을 때, 늑대(사람)들은 희미한 달빛에 이끌려 반장할머니집을 찾게 되고, 거기에서 자연의 정기와 온정을 상징하는 달샤베트 한 조각씩을 얻어먹게 된다. 



그리고 자연의 정기를 한 조각씩 맛보게 된 늑대들은,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자연과 일체가 되어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살랑거리는 미풍을 느끼면서 기분 좋게 잠을 청하게 된다. 

 



또한 (달이 녹아내려) 살아갈 집을 잃어버린 달의 옥토끼들은, 인간의 환경파괴로 인하여 살 곳을 잃어버리고 멸종위기에 처한 자연의 생명들을 상징하고 있으며, 반장할머니가 이들을 위하여 달샤베트를 만들고 남은 달물을 화분에 붓는 ‘친절’을 베풀었을 때, 자연은 달맞이꽃을 피워주고 다시 그 달맞이꽃은 달을 소생시켜줌으로써, 인간에 대한 자연의 새로운 탄생과 축복을 형상화 해내고 있다. 



이와 같이 이 그림책에는 자연과의 혼연일체, 이웃과의 나눔의 미덕, 사라져가는 생명에 대한 자비와 친절, 소생과 부활 및 윤회 등 동서양의 모든 철학적, 종교적 모티브들이 이야기 속에 모두 녹아들어가 있다. 


 


또한 은은한 달빛, 달콤하고 시원한 달샤베트, 달맞이꽃의 화사함과 점점 커져서 마침내 소생하는 달빛과 같은 감각적 형상들이 이야기의 꼭지들마다에서 독자들의 마음속으로 안겨들어오고 있다.

한편 시꺼먼 배경과 조금씩 기울어지고 기워진 건물들의 모습은, 아기자기하고 밝고 예쁜 것을 더 선호하는 유아들에게는 조금 거리감 있게 받아들여지겠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배경에는 적절하게 조화되고 있으며, 도시생활의 푹푹 삶아지는 듯한 ‘무더위’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에게는 오히려 더 크게 공감을 주는 것 같다.

어른들, 우리 자신을 ‘시원’하게 해주기 위해서 달샤베트와 이 책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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