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번쩍 품성동화>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치 번쩍 품성 동화 번쩍 시리즈 1
글공작소 엮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한 권의 책을 읽고 여러가지 가치와 품성을 깨닫게 된다면 그 책은 참으로 훌륭한 책일 것이다.『가치번쩍 품성동화』는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품성을 갖추는 데 필요한 주제들에 맞추어 다양한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책으로 그 주제들은 이타심과 배려, 자존감과 인내, 긍정과 용기, 정직과 약속, 겸손과 공경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울러 각 주제의 끝에 롤모델이 되는 인물을 동화로 수록하여 효과를 극대화시킬 목적으로 기획된 책이다. 

차례를 살펴보니 어렸을 적 읽어봄직한 이야기 29편과 인물 동화 5편이 수록되어 있어서 이야기 메들리같다. 첫 편인 <행복한 왕자>를 읽어가는데 갑자기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왠 행복한 왕자편에 성냥팔이 소녀가 들어있지?’ 내용이 원래 이런가? 하는 의문을 품고 다음 작품을 읽었다. <외눈박이 거인의 정원>이다. 외눈박이? 얼마전에 <거인의 정원>을 읽었는데 거기선 거인이 외눈박이였다는 말은 전혀 나오지 않았는데 역시 이상하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런 의문들은 책이 의도한 가치나 품성은 고사하고 책 내용 자체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가 되었다.

문학작품을 온전히 읽지 않고 남이 줄여서 짧게 만든 것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 예를 들어 몇 달 뒤 또는 며칠 뒤에 수능시험이나 논술 시험 등이 놓여져 있을 때를 대비해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예 안 읽는 것보다는 축약해 놓은 줄거리 요약이라도 읽어두는 게 나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럴 때일수록 요약과 줄거리는 원작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원작의 많은 살과 풍미를 깎아 먹을 수 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원작의 처음의 윤곽에서 밖으로 비어져 나가거나 원작의 골격을 변형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소공녀> 편에서는 기숙학원의 민턴선생이 세라를 직접 못살게 구는 심술궂은 욕심쟁이 선생이 아니라 세라에게 잠잘 곳과 일할 곳을 소개해주는 ’친절’한 인물로 왜곡되어 있다. 그리고 만약 수능시험이나 논술시험에서 ’소공녀에서 등장하는 기숙학원 선생님의 교사로서의 자질과 품성을 현대적인 바람직한 교사상에 비추어 논하라’라는 논술문제가 출제된다면, 소공녀 원작을 읽지 않고 이 책만 읽은 학생들은 도대체 어떤 답안을 내놓게 될 것인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가 있다.

또한 이러한 왜곡과 변형은 <소공녀>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톰소여의 모험> 등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창작과 해석을 덧붙였으면 그에 대한 사전설명이 책에 반드시 나와 있어야 된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고전을 묶어놓았다고는 했으나 새롭게 손을 봤다는 대목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왠지 특정 종교에 관한 이야기가 몇 편에 걸쳐서 소개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며, 그 특정 종교에 비교되는 불교나 이슬람교 등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 편도 소개된 것이 없다. 물론 산신령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 산신령은 종교적 이미지가 아닌 그저 옛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삽화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엮은이 글공작소가 어떤 ’분위기’하에서 엮어지고 양념이 쳐진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되었다.

끝으로 소공녀에서 민턴 선생을 악인이 아닌 것처럼 뒤튼 것이 이 책을 권장도서 목록에 포함시킬지 아닐지를 결정할 각급 학교 선생님들의 비위에 거슬리지 않으려고 그런 것이라면 진짜 이건 최악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즈야 2010-08-09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전 대충 이러저러하다고 썼는데 - 사실 책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것도 있어서 말이죠 - 용궁공주님께서는 한작품 한작품 꼼꼼하게 짚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