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보는 한국사/두 바퀴로 대한민국 한 바퀴/먹지 않고는 못 참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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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로 대한민국 한바퀴 - 좌충우돌 전국 자전거 여행기
방승조 지음 / 청년정신 / 2010년 5월
언젠가 EBS에서 자전거로 일본을 여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젊은이의 궤적을 다룬 적이 있었다. 그것을 보며 '세상에 자전거로 여행을 하다니 대단하군'하고 감탄한 적이 있는데 <두바퀴로 대한민국 한바퀴> 역시 자전거 여행을 다루고 있다.
고교시절에 동네 친구들과 자전거를 배우려고 한동안 마을 분교에서 잡아주고, 페달을 밟고 하다가 넘어져서 무릎에 상처가 난 것을 계기로 자전거 타기를 접었었다. 그런 내게 자전거 여행기는 단순한 여행기를 떠나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여행기가 관광책자와 다른 점은 바로 사람의 체취가 묻어 난다는 거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여러 정보와 준비할 사항을 알려주는가 하면 떠날 수 없는 자에겐 대리체험의 기쁨을 주고, '언젠간 나도 한번....' 이라는 꿈을 꾸게 한다.
이 책은 크게 3가지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떠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둘째, 여행과정, 셋째, 자전거 여행 Tip을 다룬 부록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마치 떡국의 고명처럼 책의 맛을 살려주는 코너가 있으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다. 만화로 구성된 이 코너중 에필로그는 본격적인 여행기에 들어가기 전에 두 남녀 주인공들을 만화속의 캐릭터처럼 표현해서 글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만화 속 캐릭터들이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에필로그는 그 모든 과정이 주인공의 이름을 생각나게 하는 꿈(夢) 속 이야기 였다고 표현하여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의 저자이자 만화가인 ‘몽씨’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대목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떠나기 전에 준비할 것들’ 편에선 자전거 여행을 떠나게 된 배경과 정보 수집, 자전거 구입과 수리, 준비물 등이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자전거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적잖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본문을 살펴보면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마다 시작하기 전에 지도로 이동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에서 땅끝까지, 제주도 일주, 남해안, 동해안, 한계령까지 넘어 서울로 돌아오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전국을 돈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한달 가까운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코스를 선택해서 떠나도 될 것 같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그날 그날의 에피소드가 만화로 그려져 있다. 자전거로 여행한 26일간의 일정이 하루 하루 이야기의 형식을 빌어 날짜와 날씨, 이동거리와 이동경로, 세세한 경비지출내역까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루의 이야기가 끝나는 장에선 한 면을 가득 채운 사진과 시가 적혀 있는데 그 시가 또한 너무 멋지다. ‘몽씨’는 직업이 만화가지만 시인으로 등단해도 부족하지 않을 듯 싶다.
깃발이 흔들리는 길
보고서야 바람이 이는 것을
알았네.
흔들려 아프기 전에
알았으면 좋겠네.
사람의 마음은.
이 책이 즐거운 이유 중의 하나는 편집디자인이다.
눈이 참 즐겁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역시 사진 위에 그려진 '몽씨'와 '꼬맹'님의 만화 얼굴이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잘 드러낸 듯 하며 에필로그에서 보여준 캐릭터의 이미지가 그대로 이어지는 듯 하다.
본문에 있는 사진들이 주는 즐거움 역시 크다. 설명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읽었다. 어떤 사진들은 여러장을 이어서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연출하기도 했다. 다음에 넓은 풍경을 담을 때는 나도 이 방법을 써먹고 싶다.
강구안의 어시장을 담은 사진이다. 갖가지 해산물들을 보노라니 금방이라도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
마지막 부록으로 자전거 여행 팁을 담았다. 어떤 자전거가 여행에 적합한지에서 부터 여행 경비와 여행을 기록하는 노하우를 담은 것으로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 남녀의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재미있게 다가왔고, 여행하면서 일까지 하는 몽씨의 체력이 부러웠다.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지도 못한 꼬맹씨의 도전이 '젊으니까' 저럴수도 있지...싶기도 했고, 저렴한 돈으로 여행을 떠날때는 찜질방에서 자도 되겠구나 하는 정보도 얻었다.
몽씨가 일때문에 피시방을 찾는 대목에선 노트북을 가져가면 될 것을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날씨가 좋지 않은데 어려웠겠지 싶기도 했다. 만화가라서 전체적인 글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것 같아 가볍게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여행지에 대한 긴 설명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남편, 내 아이까지도 수시로 책을 넘겨보았다. 특히 내 아이는 노랑색을 좋아해서, 남편은 만화가 눈에 띄어서 부모님은 사진을 보느라고... 그 중에 나만 전부를 훑어보았지만...
자전거 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