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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알렉스(다산책방,2012,05)》로 국내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은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키 작은 형사반장 '카미유 베르호벤' 삼부작에 속했던 《알렉스》와 달리 이 소설은 독립적인 작품입니다. 카미유는 물론 다른 형사도 등장하지 않고요. 피해자와 가해자의 숨막히는 심리 추격전이 이야기의 흐름을 구성합니다. 《알렉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서도 피에르 르메트르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데요. 대화가 거의 없고 독백 형식으로 인물의 심리에 치중하는 이 "은밀하고도 점진적인" 접근 방식은 감정이입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일급 연쇄살인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치고는 상당히 고요하고 깨끗하다는 점도 이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묘사가 없어서 거북함은 없지만,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폭력성이나 잔혹함에 비할 때 다소 밋밋한 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렇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를 놀라게 한 건 엄밀히 말해 그것이 아니었다. 사실 그는 벌써 오래전부터 그녀를 사랑해왔다. 아니, 지금 끔찍할 정도로 감동적인 것은 다른 것이다. 그것은 그가 그녀에게 온갖 정성을 쏟고, 그녀를 가공하고, 조종하고, 인도하고, 정성껏 빚어온 결과, 지금 그녀가 그의 어머니 사라와 똑같은 얼굴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본문 중에서)

 

 

     범인(프란츠)의 유년기와 정신적 트라우마, 복잡미묘한 심리 묘사에도 불구하고 쉽게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범인의 복수 대상이 된 소피에 대한 애매한 감정선이 혼란을 빚어내고 있어요. 단순한 복수심과 연정(戀情) 사이를 오가는 프란츠의 심리를 정확히 읽어내기 어렵고, 따라서 몰입이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공감하기 어려운 건 범인의 복수심, 그리고 복수 대상입니다. 범인의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기묘한 분위기였다. 그녀는 밤에서 빠져나오고 있는데, 그는 거기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본문 중에서)

 

   

       소설의 절정은 후반부의 반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황이 역전되는 이 부분에서 갑갑한 속이 좀 트이는 기분이랄까. 긴장감도 느껴지고요. 어쨌든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결말을 맞이하고 보니 완벽하게 짜맞춰졌다는 느낌이랄까. 다소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하. 이 소설을 뭐라 규정할 수 있을까요. 추리소설이라 하기에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심리소설이라 하기에도 어설픈 감이 들어요. 연애소설의 분류에 넣을 수도 없겠고요. 상당히 애매합니다. 그냥 피에르 르메트르의 방식이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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