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동파 선을 말하다 - 중국 천재시인 소동파가 천년을 뛰어넘어 전하는 웃음과 감동의 선 이야기
스야후이 지음, 장연 옮김 / 김영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이름값에 비해 저작이 별로 번역이 안 되어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소동파이다. 소동파의 50대 시절부터의 시들이 관심이 있어서 책을 구하려 하는 데도 마땅한 책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이니, 의아하기까지 하다.
소동파의 오도송은 <벽암록>인가 어딘가 선어록에 실려 전할 정도로 그는 선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선이라는 것이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만큼 사실 '오도' 이전과 이후는 겉으로는 별 변화가 없어도 내면에서는 달라도 한참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소동파의 50대 이후의 시들을 좋아하는 것이고, 어느 전기작가의 '소동파의 50대 이후의 시는 감히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는 논조의 평을 읽은 바도 있다. (물론 임어당은 이런 부류의 평을 할 만한 전기작가가 아니다. 그는 서구인과 다름없어 소동파를 매우 존경함에도 불구하고 소동파의 일면밖에 보지 않으려는 편벽된 경향이 있다.)
그래서 때마침 발견한 <소동파, 선을 말하다>는 제목의 이 책은 50대 이후의 시들을 모아놓았겠거니 하고 반갑게 맞이했는데, 웬걸, 저자는 소동파의 어린 시절로부터 해서 만년까지 선과 연관이 된다고 생각하는 시들을 모아놓고 있다. 허허,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소동파의 시들을 일부분 견강부회하여 선에 끌어다 맞출 수밖에 없음은 불문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야속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소동파 시집의 번역본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아울러 50대 이후의 시들도 싣고 있어 만년의 면모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고맙기만 하다.
이 책은 시를 한 편 놓고 번역하고 해설하고, 해설 속에서 관련 일화를 (소동파 일화뿐만 아니라 선가의 일화도) 들려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동파의 선시들과 선가의 일화들을 번역하자면 적어도 선어록들의 활발발한 문체 정도는 어느 정도나마 익히고 번역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책에 실려 있는 소동파 시 한 대목을 소개한다:
 |
|
|
| |
끝없이 일렁이는 물결,
온통 거울처럼 맑아서
푸른 산봉우리가 거꾸로 잠겨 있는데,
갑자기 파도가 있어나서
백발의 노인이 타고 있는
일엽편주를 춤추게 하네.
우습구나, 난대의 공자公子는
장자의 천뢰를 이해하지 못하고
바람에도 암수가 있다고 우겼었지.
한 점의 호연지기는
천 리까지 상쾌한 바람이로다.
- <수조가두> 중에서(247면)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