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9월 내맘대로 좋은책


 
"내년 여름에도 꺼내들을 수 있는 음반!"
 
덥고 또 더웠던 8월이 지나가고... 이제 선선한 9월이 돌아왔다! 8월 내 귀를 거쳐간 200여장의 음반 중 내년 여름까지 나의 라이브러리에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는 음반 5장을 꼽아보았다. 
 

 
1. Depapepe - Let's Go : 두 젊은 친구가 들려주는 감각적인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시원하고 열정적이며 감각적이고 짜릿하다! 콘서트 하면 만사 제치고 달려갈 아티스트에 또 한 팀 늘었다!
 
2. SINGER SONGER - ばらいろポップ (장미빛 팝) : 이 앨범은 발매가 며칠만 늦었으면 아마존 재팬으로 가서 구입할 뻔 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는 음반! 이 좋은 앨범이 왜 이리 안팔리는지...
 
3. Rachael Yamagata - Happenstance :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면 껌뻑 죽는 나를 위한 앨범. 지금 알아두면 분명, 평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아티스트, 평생 함께 할 앨범이 되리라 확신한다.
 
4. Martin Stadtfeld - Bach : Goldberg Variations : 골드베르크 하면 다들 굴드나, 앙타이, 혹은 쉬프를 떠올린다. 속는 셈치고 한 번 들어보는게 어떨까. 클래식 음악은 이런 아티스트 덕에 발전하는 것이고 사랑받는 것이다.
 
5. Crazy Frog - Crazy Hits : 우하하하! 우울할 때, 청소할 때, 심심할 때, 답답할 때 언제든 꺼내 들으라! 2005년 최고의 댄스 앨범!! ㅎㅎ
 
마징가 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 지음 / 스튜디오 본프리
 
& ...8월 최고로 재밌었던 책 하나. 이 정도면, 망상도 존경할 만하다! 기가 막힐 정도의 치밀함과 황당함 내기를 하는 듯한 어이없는 생각들이 모여 이루어낸 가장 감동적인 결과물. 진심으로, '마에다건설 판타지영업부'를 존경한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8월, 알라딘엔 스밀라 열풍"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아래의 글을 여기에 꼭 가져오고 싶었다. 묵묵히 짐을 싸들고 끊임없이 방을 옮기는 사람들의 행렬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창을 다 열어 놓은 채 시끄럽고 들뜬 여름 밤을 지낸 8월, 고독에 대한 스밀라 식의 존중이 얼마나 큰 위안이었는지 모른다. (덧붙여, 무한을 스밀라식으로 배웠다면 나는 지금쯤 숫자로 시를 쓰고 있을지도 -,-)
 
다른 사람들이 교회의 축복을 느끼는 방식으로 나는 고독을 느낀다. 고독은 내게 있어 은혜의 불빛이다. 나는 내 방문을 닫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칸토르(러시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일생을 보낸 수학자)는 학생들에게 무한의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무한한 수의 객실을 가진 호텔 주인 한 사람이 있고, 이 호텔 객실에는 손님이 모두 들어차 있다. 거기에 손님 한 명이 더 도착한다. 그래서 호텔 주인은 1호실에 있는 손님을 2호실로 옮겨준다. 2호실에 있던 손님은 3호실로 옮긴다. 3호실 손님은 4호실로.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이렇게 하면 1호실은 새로 온 손님을 위해서 비워진다.
 
이 이야기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점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손님들과 주인 모두가, 한 손님이 자기 방에서 평화와 고요를 얻을 수 있도록 무한한 수의 작업을 지극히 당연하게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고독에 대한 커다란 존중의 표시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p. 22에서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 지음, 이종태 엮음 / 부키
 
그리고 <쾌도난마 한국경제>. 제목 그대로 시원시원하게 한국 경제의 오늘을 꼬집는다. 개념으로 알고 있는 것 - 이를테면 신자유주의나 주주 자본주의, 경제 민주화 -들이 현실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찬찬히 살펴야 한다는 메시지에 200% 공감. '재벌을 타도한다고 노동 시장 유연화가 극복되고 신자유주의를 저지할 수 있는 건가?' 또는 '소액주주운동이 경제 민주화를 이끄는가' 등의 문제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고 많이 배웠다.
 
인문.사회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모험이라면 역시 사남매!"
 
8월에는 재미있는 책들을 나름 많이 읽어서 이 날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예전에 이렇게 썼더니 몇 권을 읽었냐고 묻는 분들이 꽤 여럿 계셨다. 제발 그러지 마시라, 본인은 기록 습관 같은 것은 애초에 없을 뿐더러 가끔씩 내 정신이 네 정신인 사람이다 -_-;;)
 

 
<그 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프란시스코의 나비>, <너는 쓸모가 없어>, 세 권의 청소년 소설은 모두 아픈 상황을 최대한 건조하게 그리고 있는 점이 좋았다. 특히 앞의 두 권, 그 내용은 때로 그만 읽고 싶을만큼 참혹했지만 작가가 너무 담담해서 나도 담담하려 애쓰며 결국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성장한다고 할 때의 '책'은 이런 책을 일컫는 말일 게다.
 
외출
김형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그리고 <외출>을 읽었다. 과거와 현재를 여러 번 오가며 매우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사랑이란 역시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찰나로 끝나는 열정도, 긴 세월을 조용히 지켜봐주는 묵묵함도, 사랑은 모두, 너무, 참, 좋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매우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것으로 영화관에는 가지 않기로 한다.
 
제비호와 아마존호
아서 랜섬 지음, 신수진 옮김 / 시공주니어
 
<제비호와 아마존호>야말로 8월에 읽은 가장 재미있는 책이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는데 무어라 찬찬히 소개를 쓸 시간도 없어 그저 '가슴 벅차도록 재미있다'고 써 두었다. 진심이다. 나니아 나라 이야기도 그렇듯 모험에는 역시 사남매가 제격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아이가 넷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또한 진심이다.
 

 
아, 8월에는 친애하는 동료 S씨가 지름신으로 몸소 강림하사, 재미있는 만화책을 백만 권쯤 추천해 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꽃이 있는 정원><그와 달>이 매우 재미있었으며, 복간본 <후쿠야당 딸들>도 고이 모아가고 있음을 말씀드리는 바이다.
 
어린이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그의 열정에 매료되어"
 
iCon 스티브 잡스
제프리 영 외 지음, 임재서 옮김 / 민음사
 
한 사람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스티브 잡스의 열정으로 가득찬 삶을 읽고 나서, 그리고 그의 모습에 매료되고 나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 그가 품었던 '열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십대에 이미 백만장자에 오르는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회사에서 쫓겨나 끝도 없이 추락하고, 다시 화려하게 재기하지만 암이라는 아찔한 선고를 받기도 했던 그의 파란만장한 삶. 고비마다 선택의 순간마다 그를 일으키고 옳은 길로 인도하는 건 자신의 감각에 대한 '믿음'과 그것을 꼭 이뤄내야겠다는 '신념'입니다. 그것들이 결과적으로 지금의 그와 성공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전에는 단순히 '대단한 천재'로만 알고 있었던 스티브 잡스. 천재를 넘어 인간으로 바라본 그는 부족하고 서툴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멋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세상을 놀라게 하려고 또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그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 그런 책입니다.
 
* 스탠퍼드 졸업식에서 그가 했던 연설문을 함께 적어봅니다.
"늘 배고프고 늘 어리석어라".
그가 살아온 삶을 이보다 잘 표현해주는 말은 없는 것 같네요.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여름이여. 장르여."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 행복한책읽기
 
아, 책이 너무 좋을 땐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좋은지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 지 막막하다. <영웅문>을 모르는 친구에게 스토리를 이야기해주다가 말을 더듬는 것도, 를 읽어보라고 하긴 해야겠는데 얼굴만 벌개지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게다.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 <바람의 열두 방향>이 SF 독서의 마지막이었는데, 이 책이 또다시 장르에의 애정에 기름통을 부었다. 케이트 윌헬름이 어슐리 K. 르 귄과 더불어 SF의 여성시대인 70년대를 풍미했다는 사실도, 테드 창이 그녀를 사사했다는 점도, 심지어 이 책에 주어진 온갖 수상 딱지와 찬사도, 이 책 그 자체보다 훌륭하지는 않다.
 
원폭, 불임으로 예견되는 인류의 종말, 클론이라는 무겁고 어두운 소재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작가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사람'에 고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3편의 중편이 합쳐진 소설의 연결고리 하나를 건널 때마다 그녀는 속삭인다. 과학도, 사회도,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시적인 묘사가 가득한 짤막한 에필로그를 읽는다면, 이 책이 왜 SF 소설 중 가장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히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위기의 주부들 & 나는 스밀라에게 반하지 않았다"
 
아웃
키리노 나츠오 지음, 홍영의 옮김 / 다리미디어
 
지난 여름엔 문자 그대로 미친듯이 추리소설이 쏟아졌다. 제아무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라지만, 제발 이제 그만 좀 나와! 라고 비명을 지를 정도로. 그러나 정말 많은 신간 추리소설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6년 전에 출간된 <아웃>이다.
 
이 책은 1998년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으로 2004년 미국 에드가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사건과 인물, 짜임새를 잃지 않고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내러티브를 지닌, 흡입력 100%의 추리소설. 한 권, 한 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를 읽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
 
도시락 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네 여자가 있다. 구조조정으로 오래 다닌 직장에서 해고된 후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마사코, 없는 형편에도 빚을 내어 과소비를 하는 탐욕스러운 성정의 쿠니코, 자리보전한 시어머니와 딸, 손녀까지 부양해야 하는 고달픈 과부 요시에, 도박과 술집 여자에 미쳐 불성실해진 남편 때문에 고민이 많은 야요이. 네 여자 모두 각자 힘겨운 삶을 견디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더이상 남편을 참아내지 못하게 된 야요이가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다. 그녀는 늘 침착해 보이는 마사코에게 도움을 청하고, 마사코는 그녀를 돕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살인을 완벽하게 은폐하고 한 남자의 시체를 처리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 요시에와 쿠니코마저 이 일에 말려들고, 평범한 주부에 불과했던 네 여자는 잔혹하고 위험한 범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살인 전과가 있는 도박과 매춘업자가 살인자로 몰리는 가운데, 시체를 토막내어 유기하고 뒷처리하는 과정이 손에 잡힐듯 리얼하게 그려진다. (상당히 자세히 묘사되므로 비위가 약한 사람은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 얼핏 쉽게 덮고 넘어갈듯 보이던 사건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복잡하게 뒤엉키고,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 또한 커다란 내적 변화를 맞는다.
 
얼핏 평온해보이는 일상 바로 곁에 폭력과 죽음의 세계가 놓여있다.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지만 필요에 따라 한없이 잔인하고 이기적일 수 있다. 때때로 차마 감당하기 힘든 고난이 닥쳐온다. 가족의 무관심과 몰이해에 계속해서 상처입고 무릎이 꺾인다. 복잡한 세상에서 무사히 하루를 보내는 건 사실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라고 말해야 하는 게 문학-예술이 아닐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끔찍한 시간을 견뎌낸 후에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면 새로운 문을 찾아서 열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 거짓 이야기를 꾸며내든, 망각을 선택하든... 어떻게든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 결국 그것만이 유일한 삶의 명제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소년이 죽었다. 그러나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얼음과 눈, 숫자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지닌 스밀라 외에는. "나는 영웅이 아니다. 한 아이에 대한 애정이 있었을 뿐이다. 나는 그 아이의 죽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손에 내 집념을 맡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이웃에 사는 한 소년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스밀라의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책을 읽는 건 스밀라, 그녀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행위이다. 아니다. 곁에 서서 그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이다. 600여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전체가 통채로 '스밀라'다.
 
스밀라는 정말 특별한 여자다. 그린란드인과 덴마크인의 혼혈인 그녀는 이전 어느 소설의 캐릭터보다도 독특하고 냉정하며 (자신에게조차) 탱크 같은 행동력을 지녔다. 동시에 놀랄만큼 다정하고 다분히 감상적이며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행위에 익숙하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않는 그런 사람이다.
 
중간에 읽기를 여러 번 멈추고 책 귀퉁이를 여러 번 접으며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인간과 사물, 세계와의 관계 맺음에 대해 사유와 성찰과. 스밀라의 뒤에 바짝 붙어선 채, 차갑고 먼 북구의 바다를 헤매는 자신을 발견한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생존해나갈 방법 찾기를 그만두지 않는다.'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 스밀라에게 생존의 이유는 바로 '이해'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이해의 소설'이다. '이해하고 싶다는 것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고자 하는 시도다.' 스밀라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희망' 때문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라 표현되는 무엇 때문에.
 
"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냉담해질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긴장할 수는 있겠지만 냉담해질 수는 없다. 삶의 본질은 온기다." 인간에 대한 고요하고 깊은 이해와 성찰이 담긴, 진심으로 일독을 권하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1993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책'. 소설가 김연수의 진심이 담긴 추천글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글의 마지막 문단을 내 식으로 바꾼다면, 마지막 장면 속으로 잠시 들어가 그녀의 뺨에 가만히 손을 대고 '삶의 온기'를 전해주고 싶다. 간절하게.)
 
문학.예술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고양이 - 라고 쓰는데 이십분이 걸리는 세계"
 
이집트 상형문자 - 읽기와 쓰기
스테판 로시니 지음, 정재곤 옮김 / 궁리
 
이번 달에는, 쐐기처럼 생긴 수메르의 설형문자를 들여다볼 일이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점자책이 눈앞에 등장해 생전 처음으로 만져(아니 읽어?)보았다. 그리고 뜬금없이 이집트 상형문자 책이 등장했으니, 모두가 뭔가의 계시일까?
 
...싶은 심정으로 심심할 때마다 이집트 상형문자를 썼(아니 그렸?)으니,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고양이(발음은 미우)를 표현하려면 동그란 항아리 하나 + 새끼 (왜 꼭 새끼?) 메추라기 한 마리 + 그리고 이집트산답게 털이 짧은 고양이 한 마리까지 나란히 그려야 한다.
 
...무슨 고생이냐. 그러나 썩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이런 책이 나오게 되었는지 몰라도 마음에 들었다. (실은 이집트 상형문자에 대한 책이 올해만 몇권 나왔다. 이상하다.) 남에게 말을 전하기 위해 이렇게 수고하는 것이 실은 정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말들은 짧지만, 그리고 그 사람이 눈앞에 있어도, 심장을 손에 얹어 내밀듯이 백년쯤 궁리하여 내뱉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느낀다.
 
편집팀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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