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8월 내맘대로 좋은책


 
알라딘 편집팀이 2004년 12월을 마지막으로 감감무소식이었던 '내맘대로 좋은 책 그리고 음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아무 일 없던 듯 조용히 재개하려 했지만 인사조차 않는 건 너무 능청맞겠지요. 한번 바쁘다고 넘어가니 서로 눈치만 보면서 계속 그렇게 되더라,는 게 변명입니다.
 
반년간의 좋았던 책과 음반과 영화를 돌이켜 적어보니 새록새록 떠오르는 생각들에 지나간 시간이 뿌듯하게도 여겨집니다. 이우일씨가 <옥수수빵파랑>에서 권한대로 일부러 멈춰서서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는 일, 역시 즐겁군요.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의 마음에도 어떤 책들 떠오르고 있는 중일까요? ^-^
 
 
"설렁설렁.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상반기 결산을 맞아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을 쭉 소개해 드릴 계획이었는데... 무슨 책을 읽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마도 더운 날씨 때문인듯 싶습니다. 뒤척이며 잠 못 드는 밤이 많았더니 머리가 멍한 느낌입니다. (늘 TV에서 한강 둔치까지 나가 잠을 자는 모습을 보며 오죽하면 저럴까 했는데, 올해 톡톡히 '잠 못드는 열대야(熱帶夜)'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영서 읽기도 여름이면 방학을 맞이합니다. 아무래도 신경 곤두세우고 의미를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경영서다 보니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대신 설렁설렁.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그런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문학책도 많이 읽고. 예전에 한번 읽었던 여행서들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문학책이 '안 읽어도 그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괴짜경제학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닷컴
 
주말에 시간이나 보낼 겸 꺼내들었던 <괴짜경제학>과 <서른살 경제학>은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 <괴짜경제학>은 주제 선정의 '괴짜'스러움과 이국적인 표현에 왠지 모르게 첫 부분은 꺼끌꺼끌한 밥을 씹는듯 했지만, 그 고비만 넘기고 나니 (그런 표현 스타일에 익숙해지니) 속도감 있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정말 특이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에 일조한 책이기도 합니다. '경제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지만, 한번쯤 독특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나쁘지 않은 책입니다.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지음 / 인물과사상사
 
<서른살 경제학>도 허름한 표지로 알짜배기를 감추고 있는 겸손한, 그래서 잘못하면 안 읽고 그냥 지나칠 뻔 했던 책입니다. 고령화 시대에 걸맞는 재테크 방법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만으로도 큰 수확입니다. 읽다가 좀 아찔하기도 했습니다. 십삼 년 후 제가 40살이 되었을 때도 제가 중간 나이에 약간 못 미친다고 하네요. (40을 먹었는데도 인구의 반 이상이 저보다 나이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아직도 날씨는 덥고 방학은 계속됩니다. 날씨가 좀 선선해지면 그때 지금 받아두었던 책들을 꺼내 읽어야겠네요.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2005년 상반기 나만의 베스트"
 
알라딘에서 상반기 주문한 건수는 총 30건. 금액은 1,659,000원. 이 주문 중, 그리고 이리저리 알게 된 많은 작품들 중 나의 상반기 베스트!
 
1> 음반 : 실비 바르땅의 베스트 앨범
2> DVD : 달콤한 인생 감독판
3> 도서 : 옥스퍼드 세계 영화사
4> 화장품 : 뉴 르파 겐조 뿌르 옴므 오드뚜왈렛 향수
 

 
화장품은, 많은 것 중 향수를 선택했다. 원래 주로 쓰는 것은 아르마니나 폴로, 불가리였는데 겐조를 우연한 기회에 선물받게 되어 요즈음 즐겁게 뿌리고 다니고 있다. 가벼우면서도 상쾌한 느낌이 괜찮다. (전에 쓰던 것들이 좀 무겁고 힘있는 느낌이어서인지, 더 끌리는지도.)
 
도서는, 뭐 책을 그리 읽지 않는 것도 있지만, 별로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다. 다 읽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이 정도 꼼꼼한 영화사 책을 근래 보기 힘들었다는 점. 그리고 튼튼한 마무리 등 외적인 부분까지 만족스러웠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DVD는, 역시 별다른 고민이 없이 선택했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만 두 번을 본 작품으로, 감각적인 화면과 멋진 음악 등등 이른바 '간지' 가 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나오자마자 DVD를 주문했고, 매일 밤마다 어루만지면서 흐뭇해하고 있다.
 
음반은, 사실 조금 더 고민해보면 다른 앨범을 집어들 수도 있을 테지만, 비오는 수요일 오후에 딱 떠오른 앨범이 바로 실비 바르땅이었다. 샹송 앨범이라고 지레 던지시는 분도 있겠지만 '유럽' 이라는 단어에 까닭모를 흥분을 느끼신다면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듣다보면 파리의 수많은 거리들이 바르땅의 힘있고 열정적인 목소리에 하나하나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시기적으로는 30년 가까운 '음악인생'을 담은 덕에 프랑스 대중음악의 다양한 단면을 시공을 초월해 느껴볼 수도 있다.
 
지금 이 앨범은 CD로, ipod의 파일로, 노래방 레퍼토리(연습 중)로, 다른 가수가 부른 동일 곡의 앨범 구매로, 제인 버킨 등 명 샹송 아티스트들의 박스 장바구니 담기 등으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정말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듣지 못했을 음반. 새삼 알게 된 것이 기쁘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2005년 상반기, 한국에서 출판된 최고의 외국 소설"
 
바람의 그림자 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상반기 최고의 소설은 단연 <바람의 그림자>였다. 근래 외국에서 무슨무슨 상을 수상하고, 세계 몇십개 국에서 몇개 언어로 출간 예정이며, 100만 부 정도야 가볍게 팔아치웠고, 영화로 제작 중이거나 제작 예정이며, 누구누구 유명 작가가 격찬했다는 소설이 너무 많이 나온 탓에, (헉헉) 웬만한 수식엔 마음이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바람의 그림자>는 "2001년 스페인에서 출간된 직후 101주 동안 베스트셀러 상위에 머물렀으며,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30여 개 국에서 20개 국어로 번역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소설. 아마존닷컴에서 단시일 내에 100만 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스페인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00년 스페인 '페르난도 라라 소설 문학상' 최종 후보작, 2002년 스페인 '최고의 소설', 2004년 프랑스에서 그해 출판된 '최고의 외국 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라는 소개글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멋진 소설이다.
 
이 책의 내용을 뭐라 설명해야 할까. 한 소년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오래된 헌책방에 가게 된다. 거기서 '자신만의 책' 한 권을 얻게 된 소년은, 그 책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아픈 운명에 얽혀 들어간다. 내부에 수많은 미니어처를 담고 있는 '러시아 인형'같은 이야기. 책의 운명과 저주에 대한 소설처럼 시작했다가 추리소설인가 갸웃거리게 하고, 사건 속에 스페인 내전의 그림자가 가득 드리워져 있되 결국엔 죽음도 가라놓을 수 없었던 어떤 연인들의 이야기로 마감된다.
 
인물들의 운명은 소년과 책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번 반복되고 또 변주된다. 인생이란 결국 그러한 것. 반복과 변주를 통해 생은 조금씩 빛깔을 달리하고 아름답게 채색된다. 그때 그들 사이에 오가던 감정, 각자의 사연을 그 누가 온전히 되살릴 수 있을까. 소년은 흩어졌던 지난 인생의 조각들을 모으고, 그 과정을 통해 어른이 된다.
 
풍성한 내러티브, 경쾌한 전개, 지적이면서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다. 주변에 권해준 모든 이들 중 단 한 명도 실망했다 말하지 않은, 추천도 100%의 멋진 작품이다. 지극히 복고적이고 낭만적이며, '매혹'이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매력적인 소설. (책을 다 읽고 나면 전쟁 중에도 도시에서 꽃을 팔았다던 낭만의 도시 바르셀로나에 가고 싶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 p.s. 2005년 상반기에는 이른바 '저주받은 걸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재간되어 많은 이를 기쁘게 했다. 최고의 코믹 SF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재출간되었으며, 고려원에서 나왔던 미하엘 엔데의 훌륭한 단편집 <자유의 감옥>과,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가 출간됐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란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들을 찾아 헤매던 많은 사람들이 기뻐할 만한 소식. (그러나 유감스러운 건 지금까지의 예를 볼 때, 이렇게 재출간된 책들의 스코어가 썩 좋지많은 않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이 지나치게(!) 많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이 여름이 지나면 가을엔 또 어떤 멋진 책이 나올까, 기대 반 걱정 반 가슴이 설렌다. (요즘엔 매일 추리소설만 읽어대서 정신세계가 날로 각박해지고 있다.;;)
 
문학.예술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오랜만입니다"
 
그와 달 1
이케미 료 지음 / 학산문화사
 
뜬금없이 찾아온 '내맘대로 좋은 책'. 정초 이후 마음 속으로 '언젠가는 써야 해'와 '잊자!' 무리가 끊임없이 싸웠다. 현실에 승복하고 주섬주섬 책을 챙겨보니, 의외로 이번 달에 건진 만화책이 몇 권 있어 다행이다.
 
이케미 료는 국내에서 그다지 대중적인 작가는 아니다. <장미빛 내일>, <내가 있어도 없어도>와 같은 대표작을 꼽아도 아는 이는 드물다. 2권까지 나온 <그와 달>은 <허니와 클로버>의 신선한 명랑함과 <이씨네 집 이야기>의 대가족 구도를 70:30정도로 버무렸다. 거기에 종종 등장하는 수선스럽기 짝이 없는 가족의 컷은 <니아 언더 세븐>의 괴기스러운 수다와도 연결된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해 요즘 보기 힘든 대가족이 다다미방이 깔린 구식주택에서 살아간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개성이 뚜렷하지만 이야기의 무게는 분명히 젊은이들에게 쏠려 있다. 자신을 좋아하던 회사동료가 투신자살한 이후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어두운 분위기의 장남, 무뚝뚝하지만 매력적인 장녀 히로노, 남에게 사랑받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좋아하는 차녀 호노카. 이들이 각각의 짝과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한여름에 읽어도 기분좋은 따스함이 느껴진다.
 
2권까지 나온 터라 성급한 결론은 어렵겠지만, 전작과 비교해 좀 더 짜임새가 있는 만화다. 다만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도 많고 각자의 에피소드도 다양해 집중도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라는 것. 늙어서 면역부전에 걸렸지만 여전히 귀여운 고양이 나폴레옹도 매력만점! (2권 표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마키아벨리와 그의 친구들"
 
내 맘대로 좋은 책 제2의 창간을 기념하며 여기에 어떤 책을 가져올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단지 제목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나 <끝나지 않은 길>, <돌아온 젖소 블라섬>에 잠시 혹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이 영광스런 자리에 아무 책이나 모실 수는 없는 법, 고르고 고른 끝에 2005년 여름을 함께 한 '마키아벨리와 그의 친구들'(맘대로 지은 시리즈명)을 이 자리에 모신다.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 옮김 / 까치글방
 
우선 <군주론>. 태도가 냉정하면서도 이상을 위해 행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고전이다. 마키아벨리의 현실 인식에 감탄하거니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치밀하고 간결한 표현력에도 매력을 느낀다. 책장 구석에 있던 책을 꺼내 책상 위 책꽂이에 모셔두었다면 얘기 끝.
 
 
新군주론
딕 모리스 지음, 홍대운 옮김 / 아르케
 
다음은 <新군주론>. 1996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이 중도적 노선을 취해 재선에 성공하도록 전략을 짠 정치 컨설던트 딕 모리스의 책이다. 서문부터 눈길을 확 휘어잡는다.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만약 미국 정치인들이 진정한 현실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고 자기 이익을 추구했더라면 오늘날 정치인들이 당파 싸움에 몰두하지 않았을 것이고, 대신 훨씬 더 깨끗하고 바람직한 이슈 중심의 정치가 뿌리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고로 이 책의 주제는 '진정한 현실주의적 사고방식'이라는 말씀! 미국 정치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딕 모리스의 통찰력이 빛나는 책이다. 당위며 도덕적 우월성에 기댈 생각을 버리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전략을 세우라 하신다.
 
 
피도 눈물도 없이 경영하라
로브 라케나워, 조지 스토크 지음, 김원호 옮김 / 북앳북스
 
마지막 책은 <피도 눈물도 없이 경영하라>. 세상에는 두 가지 기업이 있다. 1. 적당한 수준의 실적을 내고 신사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기업 2.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극한의 노력을 기울여 결국에는 승리하는 기업. 이 책은 후자를 선택한 이들 즉, 하드볼 플레이어를 위한 일종의 지침서다.
 
경쟁이란 원래가 흥미있는 주제이며, 이기는 일이란 아무리 초연한 듯 굴어도 결국은 흥분되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을 지키며 얻는 승리란 얼마나 멋진가. 책은 괜한 자존심 세우느라 정작 지킬 것을 잃지 말고, 당당하게 싸워서 멋지게 이기라며 꼬시고는, 몇 가지 팁을 알려준다. 어떤 내용에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어떤 내용에서는 '이건 좀 심한거 아니냐'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 p.s. 쓰고나니 어째 분위기 살벌. 그러나 본인은 평소 휴머니즘을 주창하는 사람이며 <아름다운 가치사전>이나 <쨍한 사랑 노래> 같은 책들을 더 열심히 읽는 사람임을 밝혀둔다.
 
인문.사회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내맘대로 좋은 책'을 다시 시작하자고 서로의 결심을 다진 지 어언 몇 달. 이번 달에는 하나 둘씩 동료들이 진짜로 책을 정해내기 시작했다. 어이구 어이구 배신자 나빠 미워... 투덜거리는 사이 나만 남았다(알고 보니 막판역전에 성공하긴 했다 ^^). 게다가 팀장님은 한 권을 뽑든 두 권을 뽑든 신간을 고르든 구간을 고르든 마음대로 하라신다. 너무해요, 저는 원래 본성이 소심하고 우유부단하여 결정에 약합니다요. ㅠ_ㅠ
 
너무 멀리까지 생각했다간 수렁에 빠질 게 뻔하다. 근래 어떤 책 덕분에 즐거웠더라? 그래, 보름 전쯤 일과 시간에 몰래 <노다메 칸타빌레 12>를 읽다가 불의의 장면에 기습당하고 꽥꽥 소리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은 끝이 아니다. 치아키 님 제게 돌아오세요! ♡♡♡
 
 

 
상반기 내맘대로 좋은 동화는 역시 <헨쇼 선생님께>. 마음이 자란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지난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도 다시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도 좋았다. 여성의 권리에는 목소리를 높여도 엄마의 권리에는 무심한 나, 진심으로 반성한다. <악마와의 계약>은 무척 강렬했다. 과녁을 향해 직진하는 티에리 르냉의 글쓰기가 좋았다. 이 책의 표지는 빨간색 밖에 될 수 없으리라.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JD, <달님 안녕>이야말로 최고였지요? ^^
 
어린이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올해의 첫 매미 울음, / 인생은 / 쓰라려, 쓰라려, 쓰라려"
 
바람의 그림자 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한 명의 동료를 떠나보냈다. 고개를 들어보니 계절은 늦여름이다. 반년간 읽은 책을 궁리하다가 <바람의 그림자>를 꺼내들고 가만히 바라본다. 이 책에는 향기가 있어서 지금 주인공들의 운명은 다 잊었을지라도 향기만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운명, 우연, 사랑, 인생, 고통을 낭만으로 견디는 것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인생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고통까지 자초하는 인간들에게는 운명이나 시대가 친구인 셈이다. 어떤 리뷰어께서 "소설과 원수지지 않았다면 읽어보라"고 하셨는데 정말이다. (혹자는 지나치게 영화 시나리오 같다고 평하기도 했지만 좌우간) 그 어떤 이야기가 기척을 알리며 읽는이의 마음에 접어드는 것은 대단한 일. 묘하게 후각적인 이 책은 소설 읽는 재미를 상기시켜준다. (편집자 모씨는 책을 읽고 이상형이 '페르민'으로 바뀌었다고 토로하셨도다. 그이가 잊지 말라고 내가 여기 적어둔다.)
 
올 여름을 화끈하게 총정리해준 것은, 그런데, 주간지인 '한겨레21' 8월호 별책부록 '추리소설 가이드'다. 일부러 주간지를 사볼만한 재미가 있다. 아아 어느새 저 매미 울음 부쩍 시끄러운 것은 가을이 올 신호인가.
 
편집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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