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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5월
평점 :
품절
마루야마 겐지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상처받고, 고독하며, 강인합니다.
이문열식 마초와는 질적으로 다른 그 남자들은 세상을 고뇌하기 보다는 살아내는데 더 큰 비중을 둡니다. 삶이란 약한 인간보다는 처세술이라곤 조금도 없이 강하기만 한 인간에게 더 냉혹한 법이죠. 평생에 손자에게 들려줄 제대로 된 무용담 하나 없고, 누구의 축복도 없이 태어났지만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하는 인간..어쩌면 세상의 잣대로는 낙오자 일지도 모르는 그들은 어찌보면 구도자같기도 합니다.
그 인물들을 구축한 정체를 이 에세이집을 통해 조금은 알것 같군요. 소설가의 신변잡기라고 마루야마는 사소설을 경멸하지만, 역시 소설이란 작가의 투영임에 어쩔수 없나봅니다. 후후..
그동안 그의 소설들을 읽으며 직관적으로 보았던 작가의 모습이 그대로 에세이에 나타나있더군요..
소설가의 정치적 발언이나 쇼맨십, 패거리문화를 무쟈게 싫어하고, 소설쓰기를 돈벌기나 출세의 방편, 취미생활이 아닌 ‘생계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그의 소설관, 백경외엔 제대로 된 책한권 읽지 않았지만, 짧지않은 세월동안 오로지 소설쓰기에만 전념하는 작가정신도 맘에 듭니다.
그가 경멸해마지않는 문단이나, 문예지에서 주겠다는 문학상은 거부하는 그지만 평생에 가장 받고 싶은 상이 있답니다.
마루야마상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주는 상말예요.
괴팍해보이는데 귀여운(?) 구석도 있군요.
일본문단도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모양입니다. 잊을 만하면 소설가의 양심운운하며 신문에 얼굴을 내미는 이문열씨나 고시공부하듯 책읽기에 전념해 입신양명한 이인화씨같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그나저나 마루야마 씨 무지 괴짜입니다.^^
별하나는 그의 소설을 위해 남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