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틈새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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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이금이

 

일제강점기, 소련의 석탄공장에 징용되었던 이들과 그곳에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누가 나를 조선인이라 할 것인가. 일본인이라 할 것인가. 소련인이라 할 것인가. 그저 나는 그 속의 나다.

삶은 나의 정체성을 추구하기에는 너무나도 애처로운 것이다. 살아가기 위한 짐승. 그것이 그 시대의 삶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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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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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내가 거기 가면 안돼요?>를 읽었다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다. 읽은 이들은 <알로하, 나의 엄마들>에 이어 <슬픔의 틈새>까지 기어코 넘어가고야 말 것이다.

 

이전보다 지금이 어떻다는 평가가 필요하지 않은 책이다. 이 땅에 살고 있다면, 이 땅에서 생명을 시작했던 이들의 삶을 알 필요가 있다. 잘난 이들이 아닌, 이 땅의 생명들의 삶을.

 

모두는 일제강점기를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고, 주요 무대는 한국이 아닐 수도 있는 곳에 있는 이들의 삶이다.

 

사진결혼. 하와이에 노동자로 간 이들의 사진을 보고 결혼을 결심하여 한 평생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 그들의 삶을 지난하게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보는 것 같았다.

 

그나마, 항상 다른 조연들에 비해 그 안에서 조금은, 아주 조금은 나은 듯도 보이는 이들의 운이 조금은 고깝기도 한. 알량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우리내 인생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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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gwyppqr 2026-02-0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어요~~

2026-02-05 17:31   좋아요 0 | URL
재미, 귀여움에 당할 재간이 없지요.
 
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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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양귀자

 

제목부터가 끌리지 않는. 왜 하필 오래 묵은, 오래된 책을 스무살 초반의 B가 추천했을까? 요즘 스무살은 모순을 읽는다니. . 도대체 왜. 삐삐와 집 전화기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지금의 이십 대의 마음을 잡는다는 건, 중요한 건 다른 것에 있다는 말이다.

 

안진진은 알코올중독으로 가정폭력을 일삼다가 집을 나가 행방불명 상태인 아버지와 만우절에 태어나 만우절에 합동결혼식을 올린 엄마의 장녀로 살고 있다. 형제관계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동생은 조직폭력배의 보스 흉내를 내며 살고 있다.

안진진은 두 명의 남자 사이에서 어쩌면 결혼이라는 걸 생각하는 중이다. 이모의 남편같은 나영규, 어쩌면 엄마의 남편같은 김장우.

이모는 규칙 속에 살아가는 무미건조한 남편과의 인생을 자살로 마감을 하고, 안진진은 선택한다. 안진진은 자신이 사랑한다고 여겼던 형의 더러워진 양말을 빨며 가족애를 표현하는 가진 것 없는 김장우가 아닌 이모의 무덤 속 같은 평온을 견디지 못하게 한 나영규와 같은 인물을 선택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소설이 끝나고, 양귀자가 몇 장 써내려 간 작가 노트마저도 좋았다. 나는 아마도 작가의 다른 책들을 소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십 년 전에 읽었던 어쩌면 무미건조하고 심지어 손을 놓아버리기까지한 그녀의 책을 다시 잡으면서 힘을 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어떤 것에서라도 힘을 받아야 할 만큼, 초라하고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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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잃고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무언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 이 소설을 시작했으나, 모순으로 얽힌 이 삶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그 이유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는 인간이란 존재의 한없는 모순.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않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생애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 그윽하게 들여다보는 나. 한없이 들여다보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준 그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준 그 사랑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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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스페셜 에디션) - 당신의 지금을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준 가슴 따뜻한 이야기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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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읽고 싶은,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많아 한번 읽었던 책을 다시 집는 일은 흔치 않다. 본디 읽거나, 본 것을 다시 보는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왜 다시 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전에 보면서 소진됐던, 마음 쏟았던 것들을 다시 시작하려는 생각만으로도 질린다. 나는 이미 그것에게 마음을 쏟을 만큼 쏟았다고 여긴다.

그런데도 다시 집어 들었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 선물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싶은 날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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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은 무엇인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우리의 계획은 무엇인가?

그렇게 하기 위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멋진 미래의 모습은 어떠한지 그림을 그려라.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 그것을 달성할 수 있게 하라.

계획은 지금 이 순간 행동으로 옮겨라

 

직장에서 계획을 세우거나 목표를 정하지 않을 때, 혹은 미래 문제만 너무 앞서 걱정할 땐 길을 잃곤 합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정말로 관심을 쏟아야 할 중요한 일에는 정작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계획을 세운 후에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탓이죠.

 

삼각대는 다리가 셋일 때 완벽한 균형을 이루지 않는가. 현재 속에서 살기, 과거에서 배우기, 그리고 미래를 계획하기야. 다리를 하나만 빼도 삼각대는 쓰러지지.

 

성공은 우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고귀한 목표들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우리는 모두 스스로 정의한다.

 

마치 자신의 소명이 앞으로 나아가며 더 나은 인생을 다듬어가는 게 아니라, 계속 상처받고 화를 내는 것인 양 행동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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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겨울빛
조지프 브로드스키 지음, 이경아 옮김 / 뮤진트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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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겨울빛

 

202512

The April Bookclub

 

내용이 이해가 안가서 드문드문 잡아 끄는 문장을 붙잡는 시간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이런 글을 읽고 싶어하는가? 내가 러시아문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해가 안가는 건 끝까지 넘겨가면서 끝을 봐야지. 대충 봐서 끝을 보는 시간이 이르다. 대학원에 다닐 때의 일이다. 나보다 한 살 어린 박사 선배가 있었는데, 수업을 마치고 교수가 질문을 받는 시간이 항상 이어졌다. 그 선배는 숲을 알지 못하는 게 명백한데,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 딱 한 줄의 이야기를 궁금하다고 던지는 패턴을 내가 보아온 3년간 지속했다. 누가 봐도 공부를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는 못하니 대충 어느 한 줄 읽은 것이 분명한 질문. 그런데 그 질문에 눈빛이 흔들리면서도 대답하려고 애쓰는 교수. 그 사이에서 그것을 모두 알면서도 지켜보는 나. 이 책을 읽는 내 마음이었다. 선배는 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읽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어디선가 아는 체를 하지만 속은 없는 인생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팝업처럼 다가온 문장들을 하나둘 옮기자니, 그럴싸하다. 나조차도 속을 것 같다. 적는 글들의 심도가 사색으로 이끈다. 독서란 참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어떤 식으로든 나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저러나 나는 졸업을 하지 못했고, 선배는 졸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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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똑같이 음모를 꾸미는 듯한 어조로 가족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언제가 즐겁다고 대답했다] 소개팅. 맞선이라는 것이 가족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내 삶을 흔들어놓는 일이라는 걸, 왜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나는 그리 인간의 연을 가벼이 여기는 면이 있다.

 

[여행의 끝은 춥고, 축축하고, 흑백이었다.] 매번 여행이 그런데, 일상으로 돌아오면, 따뜻하고, 산뜻하며 컬러인 하루가 있다.

 

[충동구매로 산, 결국 그 옷들을 빛이 바래고 낡아가도록 옷장에 처박아 두거나 더 젊은 친척들에게 줘야 한다. 아니면 친구들에게 주던가.

 

어쩌면 전지전능한 신의 존재에 대한 최고의 증거는 인간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삶이 오로지 인간의 일이라면, 인간은 이곳에 존재할 기간을 정확하게 정해주는 조건이나 선고를 태어날 때 받아야 한다. 교도소에서 행해지는 방식처럼 말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니 그 문제가 온전히 인간의 것이 아니라고, 우리로선 뭔지 알 수도 없고 간섭할 통제력도 없는 뭔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우리의 시간의 흐름이나 도덕 감각을 따르지 않는 어떤 힘이 있다고 짐작하게 된다. 여기에서 사람의 미래를 점치거나 알아내는 그 모든 시도가 시작된다.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려고 이리저리 움직일수록 당신은 길을 잃은 뿐이다.

 

좀 더 밝은 면으로 보자면, 이 도시에는 당연히 수많은 사자들이 있다.

 

행복은 당신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자유로운 상태에 있을 때, 당신이 그것들과 마주친 순간의 감정일 것이다.

 

기껏해야 미래는 현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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