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서른쯤 되고 보니,
예전에 했던 일을 하지 않게 된 것도 많지만,
예전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만큼 세상에 대한 물정을 알아가기도 하고,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경험을 하려는 포용력이 생기기도 한 것이다.
작년들어, 처음 소극장 연극을 보게되었다.
지방에 사는 백수라는 핑계를 댄다고 하면, 웃기겠지만,
문화생활이라는 것에 대해 흥미를 붙일만큼의 관심, 경계적 여유, 지리적 여견 등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 옷을 입는 느낌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우연히 공짜 연극을 보게되었고, 무대에서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관객이라는 이름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이 소통하고, 이를 통해 뭔가가 치유되는 느낌에 빠져,
가끔씩 나도 연극을 보러가는 사람이 되었다.
이번에 보게된 연극은 연예특강.
이 연극을 보러가기 전날. 비가 오는. 차안에서, 친구의 전화가 왔다.
뭐하니?
나? 지금 대전가는데?
그래? 내일 뭐하는데?
내일? 왜? 보게?
응. 내일 뭐 할지 생각 좀 해봐.
하여, 나는 무슨 부름이라도 받은 양, 찾을 수 있는 목록을 찾아서 보냈고,
친구는 연극을 선택했다.
하여,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대전에서 하는 연극을 검색한 뒤에, 가벼운 연극을 고르자고 생각했고, 하여, 고르게 된 것이 연예특강.
비가 갠 다음날, 친구와 나는 이런 곳에 극장이 있었나? 싶게 우왕좌왕 갈피를 못잡고 헤매이다가 시작 3분전에 가까스로 도착하여, 연극을 보았다. 그런데 친구가 소근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여자들끼리 온 사람은 우리 뿐이야.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연극이 시작되고,
어! 여기 연인들이랑 함께 오지 않으신 분도 계시군요. 이 연극을 보고나서 연애~도 좀 하고 그러세요~!
그 때 알았다. 이런게 망신스럽기도 하구나.. 하고.
연극의 내용은 각기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커플이 어떻게 사랑을 시작하고, 이루어가는지에 대해서 약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었는데,
볼만 했다. 연극의 내용도 재미있었고, 관객들의 호흥도 역시 재미있었다. 단지, 좀만 더 일찍가서 앞에 앉아서 봤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15년 지기 정ㅇㅇ 양과 함께 한 그 연극이 그 순간이 좋았다.
그녀의 남친이 바빠서 내가 대타가 된 하루였지만,
그런 날이 가끔씩 있어 주는 것도 나에게는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