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집은 메론 농사를 짓는다.
어젯저녁 친구가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엄마 목소리가 풀이 죽어 있더란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올해 메론 농사가 잘 안됐어......”라고 하더란다.
그러곤,
“메론이 살기가 싫었나봐. 다 죽어버렸어.”라고 하더란다.
오랜 세월 농사를 지어왔던 엄마에게 올해와 같은 일은 처음 겪는 일이었고, 자연이 하는 일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고 하더란다.
오늘 오전, 담담하게 말하는 친구 녀석의 말에 나는 화가 났다. 여름 내내 땡볕에서 일하고, 고생하고, 무엇보다 온갖 정성과 마음을 주었을 녀석의 부모를 생각하니, 화가 났다. 마음이 애잔하고 슬픈 것은 둘째치고, 조금이라도 산 것들은 어떻게 해서든 팔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이 드니, 화가 나고 말았다.
“어머니. 오늘은 힘내지 말고, 마음껏 슬퍼하고, 내일은 훌훌 털어버리세요.”
그리고 그 탓할 수 없는 자연이 자신의 위엄을 나타내기보다는 인간의 정성을 아울러주길, 보듬어주길, 인간이 하는 일에 노여워하기보다는 어리석은 것들의 마음을 감싸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