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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는 재미가 없었다.
노인, 아이가 나오는 이야기? 별로 안좋아한다.
그런데 읽다보니, 로맨스다.
읽다보니, 삶에 대한 철학이 있다.
나도 내 삶에 대해 정직하고, 내 사랑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이가 되고 싶다.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살 수 있다. 그는 그저 뚱뚱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뿐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살아가는지 헤아릴 수 없을 뿐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을까? 대체 어떻게 살았기에 2인분의 인간이 된 것일까? 아마 그렇게 된 데에도 모종의 결단이 필요했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누군가 맨발로 그의 가슴속을 뛰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될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볼 일이 없었으리라.
그녀는 종종 “모든 길은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일로 통하게 돼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그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것’은 아마도 ‘무엇’이었으리라.
하지만 오베에게 그건 ‘누군가’였다.
그는 자기가 주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도 그것들이 이해할 수 있는 존재라서 그랬으리라. 주택은 계산할 수 있었고 종이에 그릴 수 있었다. 방수 처리를 해놓으면 물이 새지 않았고, 튼튼하게 지어놓으면 무너지지 않았다. 주택은 공정했다. 공을 들인 만큼 값어치를 했다. 안타깝게도, 사람보다 나았다.
사람들은 병원에 죽으러 간다. 오베는 그걸 안다. 국가가 사람이 하는 일마다 죄다 돈을 걷으려 하는 건 살아 있을 때만 해도 충분하지 않은가. 사람이 죽으러 갈 때도 주차 요금을 걷으려 드는 건 오베 생각엔 도를 지나친 것이었다. 그는 이 점을 주차 요원에게 누누이 설명했다. 바로 그때 주차 요원이 그에게 장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냥 웃고는 자기는 세상 무엇보다 책을 사랑한다고 말하더니 자기 무릎에 있는 책들이 무슨 내용인지 하나하나 열심히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베는 자기가 남은 일생 동안 그녀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그녀의 입으로 듣길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안합니다. 그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 뒤 자기가 앉은 의자 다리를 툭 걷어 찬 다음 거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당신이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그녀가 테이블 너머에서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다.
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는 결코 살아 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하지만 소냐에게 오베는 결코 뚱하지도 거북하지도 까칠하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그는 첫 저녁 식사 테이블에 올라 있던 살짝 부스스한 분홍색 꽃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입던 갈색 정장이 살짝 꽉 끼는 널찍하고 슬픈 어깨였다. 그는 정의와, 페어플레이와, 근면한 노동과, 옳은 것이 옳은 것이 되어야 하는 세계를 확고하게 믿는 남자였다. 훈장이나 학위나 칭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래야 마땅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종류의 남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소냐는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 남자를 꼭 잡았다. 아마 그는 그녀에게 시도 써주지 않을 테고 사랑의 세레나데도 부르지 않을 것이며 비싼 선물을 들고 집에 찾아오지도 않을 테다. 하지만 다른 어떤 소년도 그녀가 말하는 동안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좋다는 이유로 매일 몇 시간 동안 다른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자기 넓적다리만큼이나 두꺼운 그의 팔을 잡고 그 부루퉁한 소년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필 때까지 간질이면, 그건 마치 보석을 둘러싸고 있던 회반죽이 갈라지는 것 같은 일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면 마치 소냐의 내면에서 무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그 무엇인가는 온전히 소냐의 것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직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