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 쯤. 빨간마티즈의 친구가 "맥주 한잔 하자." 하며, 집 앞으로 왔다. 마티즈를 타고, 다른 친구를 데리러 가는 길. 우리는 영화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하루에도 몇번씩 왔다갔다 하는 길이 도무지 알 수 없는 길이 되고, 미지의 세계가 인도하는 느낌. 안개가 끼었다는 말이 맞지 않는,  온 세상을 덮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왜, 어린시절 모기차가 지나가고 나서의 그 뿌연, 그래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그런 상황.

결국 다음에 보자는 전화 통화를 하고, 5분 거리를 30분을 걸려, 다시 우리 집 근처로 왔다. 동네의 선술집에 들어가서, 키위소주를 시키고, 두어시간을 앉아 있었다. 중년의 사람들이 주를 이룬 술집에서 두어시간을 앉아 있다가, 아는 사람도 봤다가, 술집을 나왔다.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오늘 아침도 옅은 안개가 자욱한 느낌으로 출근이라는 걸 했다. 며칠째, 이렇게 자욱한 공기 속에서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생각이란 것은 버려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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