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지독히도 무덥고, 지독히도 무거운 비가 내렸던. 

빨간 마티즈의 친구가 갑자기 대천에 다녀오자고 했다. 즉흥적인 친구였기에, 그러자고 했다. (사실, 갑작스럽게, 여행을 가는 행동이 나에게 어울리는 편은 아니다.) 그렇게 1시간을 달려, 대천에 도착했다.(그렇다고 대천에서 그리 먼 거리에 사는 것도 아니다.)  

습한 이 느낌. 젊은 이들의 열기. 그러면서도, 도시적이지 않아서, 편안한.  

편의점에 들러, 맥주 몇 캔과 안주를 사서, 바닷가에 돛자리를 깔고,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 한 모금을 마셨다. (실로, 술도 잘 마시지 못하는 지라) 그렇게, 바다를 보자, 내 마음의 파도가 일었다. 사실, 그 시기의 나는 정말이지, 폐인이었다. 일, 연애, 나에 대한 모든 에너지들이 빠져나가 있는 상태였기에, 난 어쩌면, 무의식 속에서, 나의 에너지를 충전할 돌파구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잠시 앉아서, 맥주만 마시고 가려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정말이지, 짝짓기의 향연이라도 되는냥 남자들이 몰려왔다. 이에 "괜찮습니다.", "저희는 조금있다 갈거예요.","지금 일어나려고요."등등의 말로 거절을 하기를 수도없이.(내 생에 정말 한여름밤의 꿈이었다.) 

그러다가, 무대포식의 남자들에 둘러싸여 술도 마시고, 즐거운 이야기도 하고, 친구가 된 것 같이 놀다가, 집에 돌아왔다. 난 정말이지 친구가 된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하룻동안의 친구였다. 그저, 그 사람들은 일회성으로 깔깔깔, 하하하, 할 사람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난 도시의 친구라도 생긴양 들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여름밤의 꿈을 꾸고, 이상하게 에너지가 생겼다. 그 젊은 사람들의 열기와 수많은 사람들의 열기 속에서 난 다시 에너지를 찾기 시작했다. 마음도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따분해지는 겨울이 오고, 난 또 한겨울밤의 꿈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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