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년과 수련1년을 제외하고는 시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시골사람. 

한동안 김장철이 돌아오면, 우리집보다 더 시골에 있는 이모집에서 김장을 하던 어머니가 어쩐일인지, 이모와 틀어진 후, 김장은 우리 가족 모두의 몫이 되었다.  

유난히 한 손 하시는 어머니는 해마다 김장철이 돌아오면, 400포기씩(상상속의 한포기를 400포기로 불려보자, 어느 정도의 양인지.) 김장을 하셨고, 작년까진 어머니, 아버지, 나 그렇게 셋이서, 400포기를 감당해 내야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농사를 지으시는 아버지 덕분에, 하우스에서 따뜻하게,(배추는 아버지가 직접 키우신 걸로) 새벽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했으나, 4대강사업으로 더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어, 이번 김장은 만만치 않은 아우라가 번져왔다.  

올해 기습적인 폭우가 계속 몰아치고, 농산물의 값은 폭등했기에, 비님은 잠잠해 져도, 농산물의 값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그래서 직접 밭에 찾아가 포기당 2500원으로 잡고, 100포기를 사왔다. 그리고, 아침 9시 쯤 어머니의 가게 뒷마당에서 절인배추를 씻고, 양념을 만들고, 배추에 양념을 묻히고, 통에 담기를 시작했다. 매년 400포기씩 해치웠던(말그래도 해치웠다) 우리가족의 김장에, 100포기는 껌이었다.(말그대로 껌은 아니었다) 그렇게 다 해갈무렵, 비가 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가게에 들어가, 삶은 고기에 겉절이를 얹어서, 꿀같이 먹었다. 한덩이, 두덩이, 세덩이.. 그렇게 한사람당 고기 한덩이 씩을 먹은 꼴이 되고, 밥까지 먹고, 집에와서, 샤워를 한 뒤, 나도 모르게 낮잠을 잤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 또다시 먹을 것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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