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백과사전 - 눈보라 속에 남겨진 이상한 연애노트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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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뒷편에 이렇게 써 있다.  -그저 누군가 눈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가진 사람의, 조금은 특별한 작업으로 여겨졌을법한 이 노트는 눈 밝은 편집자의 손에 쥐어지면서 조금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차가운 눈에 빗댄 이 위대한 저술은 실은 노트의 주인이 차마 생전에 고백할 수 없었던 뜨겁고 절절한 사랑의 기록이다. 한번은 추리소설로, 한번은 연애소설로 읽을 수 있는 매우 독특하고 실험적인 예술소설! 이라고 말이다.  

헌데, 뭔가, 여성의 아픔, 성장통과도 같은 느낌을 받은 나는.. 또 다른 해석인가? 

p28  결정화작용-오스트리아의 소금광산 광부들이 이파리 없는 가지를 폐광 속에 넣었다가 석 달이 지난 후 다시 꺼내보니 가지에 성운을 닮은 결정체들이 묻어 있더란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정신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정화 작용이 일어난다.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이런 정신적 결정화 작용은 더욱 도드라진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세상의 모든 사건들이 사랑에 대한 완벽한 증거라고 여기며, 그 증거들을 천상에서 떨어진 무엇이라고 마음대로 과대평가한다.<양극성>을 보라.  

p131 Impatiene 갈망-우리는 북해가 가까운 성에서 살고 있다. 바람이 몹시 울부짖는 성이다. 밤이 되어 바람이 긴 복도를 타고 내려오는 소리에, 내 몸은 전율한다. 오, 변덕스러운 마음이여, 나의 상상이 날 잘못된 길로 이끄는구나! 나는 이 성을 다시 소유하기를, 무덤 밑의 사자들이 다시 살아나 그들을 누른 돌을 들어올려 내 수의를 걷어내기를, 너무나도 애타게 바란다. 당신이 내 상상의 우주를, 불 속을 산책하듯 가로지를 수 있다면... 당신이 날 알고 사랑해주었다면! 

 p138 Lost길잃음-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거기, 거기... 

 p199 Quiet고요한-고요하다. 눈이 소리없이 떨어지며 번잡한 세상사 소음을 덮어버린다. 바람만이 나직하게 속삭인다. 창밖을 내다보는 내 마음은, 눈 덮인 자그마한 현관 계단 위에 뚜렷하게 적힌 글의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다. 아련하지만 끝없이 되풀이 되는, "내 바람은 당신을 지켜보는것, 오로지 그 하나입니다."라는 글을. 이 글을 해가 떠오르자마자 발견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글을 쓴 이는, 내가 잠에서 깨기 전이나 어젯밤에 이 글을 써놓고 갔을 것이다. 거친 눈발을 헤치며 내 창문으로 다가와 장갑 낀 손으로 썻으리라.  

p211 Snow눈 - Il cantar che nell' anima si sente 

p262 Tulips-지금은 겨울, 나는 튤립과 함께 안에 있다네. 

p309-매순간 날아야 한다. 독수리들처럼, 집파리들처럼, 세월처럼. 토성의 고리들을 정복해서 그곳에 편종을 세워야 한다. 방랑자에게 구두와 오솔길을 더는 충분치 않으며 땅은 더는 소용이 없어라. 뿌리는 이미 밤을 가로질렀으니, 그리고 당신은 또 다른 행성에 나타나리니, 고집스럽게 덧없는, 양귀비로 나타나리라.-파블로 네루다의 시집.'100편의 사랑 소네트'에 수록된 97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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