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 - 마감과 고갈 사이에서 건진 스물네 개의 문장들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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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

금정연

 

그의 첫 책을 사고, 뜻밖에도 너무나 신이 나서 한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나는 금정연의 책을 낙서하기 위해 산다. 읽으면서 반문하고 공감하고 어이없어하며 뭐라도 써서 훼손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득 안고 읽는다. 이 책은 그 맛이 많이 떨어지지만 관성처럼, 낙서한다.

 

[스무 살 무렵 내 꿈은 돈을 벌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 사람이 되는 거였다]-꿈이 공산주의였네. 북한가. ... 그러면 무보수 노동을 해야 하는구나. 못가겠네.

 

[나는 기술 발전을 나의 소비생활로 반복하는건가?]-나는, 나의가 반복되는, 국문과를 나온 건 맞는건가?

 

[그래서 써야 할 책이 이렇게 많이 밀려 있는 것이기도 하고]-일감이 이렇게 많다고 자랑하는 거야?

 

[그리고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한다]-과대적이다. 내가 하는 게 왜 제일 어려워?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

 

왜 계속 찡얼대. 글을 못 썼다. 한 줄도 못 썼다. 해야 하는 데 못했다. 생각이 자신을 지배하게 되어 필력이 줄잖아. 안타까운 사람아.

 

[알겠어. 내일은 아빠가 딱 적당하게 구워줄게.]-애초에 그렇게 해줄 생각이 없이 일단 뱉고 보는구나. 장담하지 못할 것을 왜 장담해. 인생 패턴이야. 위기 모면, 믿을 수 없는 말들의 향연.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 내게는 시간이 없고, 그래서 빅셀의 책도 아직 읽지 못했다]-시간이 많으니까, 네가 이러고 살지. 글 속의 너를 좀 봐봐.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네가 시간을 없애고 있지.

 

나는 데드라인이 있는 일을 하는 게 아니야. 그런데 너 작가는 데드라인이 있잖아. 그럼 해야지. 서평 마감이 코앞이라며. 왜 안해? 안 불안해?

 

[그러다 몇 해 전, 내가 쓴 담배와 영화라는 책에 달린 독자평 하나를 보게 되었다. 이 작가는 돈 받고 쓰는 주제에 왜 맨날 글쓰기 싫다고 징징대는지 모르겠다]-복에 겨워서. 언젠가 내가 쓴 서평도 작가의 책에 나오는 거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직장인들은 월급 받고 일하니까 불명하면 안되겠네? 하는 반문이 들지 않은 건 아니다]-열 받았구나? 그런데 직장인들이 너처럼 글에다, 책에다 불평해?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떠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아? 작가 너는 입장이 다르잖아. 그럼 너도 혼자서 불평해. 글에다 계속 반복해서 찡얼대지 말고.

 

[정확히 말하면 글쓰기를 대하는 내 태도가 변한 건 아니다. 다만 그런 마음을 티 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을 뿐]-여태까지 티 많이 냈어. 지금까지 티 낸 것만으로도 넘쳐.

 

[나는 지금 내가 징징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게 모든 시대의 작가들, 최소한 아주 많은 작가가 해 온 문학의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 네가 그 축에 속하기는 하냐. 변명 그만!!! 퇴고하면서 지우지... 지우고 싶지 않았어?

 

[나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런 글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 내가 쓸 수 있고 또 서야만 하는 유일한 글이라고 믿는다]-이게? 이 정도가? ...

 

[가난할수록 비만일 확률이 높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뜻이다. 따라서 모든 것이 운동하지 않는 당사자의 문제인 양 단언하는 악마의 말은 가스라이팅이다]-그래? 가난할수록 비만이야? 아프리카에 못 먹어서 야윈 사람 봐라. 가난도 가난 나름이다.

운동안한다고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게으르다고 하는 것도 아니야. 그냥 운동해. 라고 한거야. 덧붙이지마. 가난할수록 정크푸드나 배달음식을 먹게 돼서 비만되는거야? 그래? 그것만 있을까? 이유 같다 대봐. 엄청나게 많지. 그러면 부자일수록 비만일 확률이 높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도 있겠지.

 

[내가 쓴 글이나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를 지닐까?]- 그거 생각하고 쓰는 거였니. 먹고 살려고 쓴다며.

 

[어느 순간부터 내 손을 얼어붙게 만드는 건 좀 더 근본적인 두려움이다. 내가 하는 일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그것이다]-그런 생각 그만하고 그냥 써.

 

혹은 말하고 있는데 큰 따옴표가 과감히 생각되어 있는 거. 이런 식의 딴지가 포함된 낙서행위다.

 

책은 독서대에 올려놓고 봐야 잘 읽히고, 글씨는 책상에 놓고 써야 잘 써지고, 왔다 갔다 반복중.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을 읽으면서, 책에 반문의 반문을 제기하면서 생각의 소리가 맞닿으면서 불협화음도 내면서 읽었다.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샀고, 작가는 [매일 쓸 것, 뭐라고 쓸 것]이 인생에 타협한 결과인것처럼 기술하고 있지만, 나름 짜임있게 일기라는 형식에 맞춰 다른 책들의 일기들을 가지고 와서 자신의 일기도 나타내면서, 읽는 이들이 읽을 만하다고 느끼게 하는 장치를 넣었다.

작가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 즉슨, 이 책도 그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는 듯 한데, 아니올시다. 이 책은 제목이 다했다. 글쓰기 싫을 때 읽으면 안된다. 이 책 제목은 글쓰기 싫다고 징징대는 금정연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징징대다가 변명하다가 징징대다가 합리화하다가 아무런 노력의 흔적없이 진짜, 인생에 타협한 글쓰기의 잔해를 남기는 것으로 마친다.

 

(null)

[나는 한 통의 전화를 해야 했고, 그게 나를 미치도록 두렵고 초조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나쁜 소식을 전화는 전화가 아닌데도 말이다.

 

가끔은 돈도 내 걱정을 좀 해줬으면

 

구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적인 기분이 되어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잠깐 나온 사이에 글 하나 쓰고, 다시 구석에 몰려 있다가 또 나와서 잠깐 쓰고, 가끔은 구석에 반쯤 엉덩이를 걸쳐 놓은 상태로 눈물을 흘리면서 쓰기도 하고...

출판사:

45쪽 밑에서 3번째 [앗아 가] 버린다는 점이다

 

팔리지 않는 책.

 

좀처럼 일을 끝내지 못하니 늘 일이 많을 수밖에

 

애초에 책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읽은 책에 관해 쓰고 싶었고, 나 역시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런 날이었다.

 

중요한 것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병과 더불어 태연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신은 내가 글쓰기를 원하지 않는 거야, 하지만 내가 원해, 그러니 해야 하네.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나는 글쓰기를 원하는가?

 

정말로 내가 감동하는 책은 다 읽고 나면 그 작가가 친한 친구여서 전화를 걸고 싶을 때 언제나 걸 수 있으면 오죽이나 좋을까 하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그러나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은 좀처럼 없다. J D 샐린저 - 얼마 전 그런 책 만났어. 부처님 말씀대로 살다보니

 

이건 어쩔 수 없다. 작가들이란 그런 존재다.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내글구려-바이러스를 안고 가야 하는 생물이며, 이것은 아무리 대문호의 경지에 오르더라도 떨어지지 않는 주박이다

 

한때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장문의 서평을 써서 인터넷 서점에 올리던 열혈 서평가였다-? 나는 아직도 그러고 있다. 지금 봐라.

 

즐거움이 없다면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

 

그해 봄, 인생살이가 어지간히 고되고 내 신세와 전쟁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통 보이지 않아 막막해하던 때에, 나는 기차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유난히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내려갈 때는 멀쩡한데 가만히 서서 위로 운반되다 보면 감정이 북받쳤다.

 

상처 주기 싫어서 그냥 입을 다뭅니다. 게다가 그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책을 읽다가 우연히 남이 그은 밑줄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런 경험은 종이책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요즘 대형 중고 서점에서는 밑줄을 너무 많이 그은 책의 매입을 거부한다고 하는데, 나는 헌책방을 구경하다가 순전히 누군가 책에 그은 밑줄이 마음에 들어 책을 구입한 적도 있다.

만남의 순간을 표시하는 것이 바로 밑줄이다.

읽어 넘기면 그만인 문장들에 줄을 그어 되새기고, 언젠가 다시 펼쳐 읽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작은 연필선 하나가 이토록 깊은 의미를 지닐 수 있다니,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딜레마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해결책은 단호히 결정을 내리는 것밖에 없다.

 

어제 아침의 내가 파김치였다면, 오늘 아침의 나는 푹 익은 파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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