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리커버)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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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숙제처럼 나를 기다리는 것들이 있다. 바로 산 지 꽤 된 책, 읽다 만 책. 끝을 보기를 기다리는 데, 따라가지 못하고 내 인생에 쓸데없는 것으로 채우고만 있다. 기다리고 있는 경애의 마음을 집어 들고 마무리하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김금희의 소설 [복자에게]를 처음 접하고 ! 이렇게 쓰는 한국 소설가가 있구나싶어 가슴을 어루만졌더랬다. 이후 김금희라는 이름만 보이면 책을 샀지만, 불행인지 행운인지 거기까지였다. 감흥이 이는 책은 없었고, 심지어 실망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라해야 했다. 과거로 회귀해야 더 나은 사람이 있단 말인가.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생각난다. 그 뒤로 한참을 어딘가에 정신이 팔린 사람 마냥 써대는 소음에 질색하게 되기까지, 그리고 한참이, 아주 한참이 흘러서야 영영 돌아오지 않지만, 다른 길의 어느 안착점을 찾은 듯한 기분으로 [할머니는 죽었다]를 읽었던 때처럼. 김금희도 그런 날, 그런 시간이 오겠지.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다면.

 

너무나 찌질한 캐릭터들만 계속 나열하고 있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게 경애의 마음을 만날 수가 없었다. 찌질한 상수, 찌질한 경애, 찌질한 찌질한 찌질한. 아웃사이더, 못난이.

복자에게를 쓰려는 복선으로 이 글을 받아들이면 될까?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작가가 될 거라고. 미성년자 시절에 술을 마시다가 화재가 나서 죽은 이들과 관련 있는 상수, 경애가 한 회사에서 만나서 이곳 저곳의 비리를 만나고, 그 비리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살아가는 이야기. 동시에 드러나지 않은 곳에 있는 각자의 삶의 역할을 현실로 가지고 나오는 것을 선택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책을 집어 들면 우리는 언니라는 인물을 통해 이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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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추웠어요.

 

타인의 불행을 담보로 만들어낸 것은 기회가 아니라 일종의 시험에 가깝다고.

 

그렇게 밀려난 자리에는 왜 하나같이 햇볕이 들지 않는 것인지, 앉아 있으면 정오가 왔는지 저녁이 되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스스로에게 알려주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흐트러지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를 포기한다는 것은 조금씩 삶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르지 않아서

 

고통을 공유하는 일은 이토록 조용하고 느리게 퍼져나가는 것

 

힘을 쌓다 보면 축적해온 모든 것들을 잃을 용기도 생겨나는 것일까.

 

오래전 겨울, 미안해. 내가 좀 늦을 것 같아 눈을 먼저 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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