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김경미 글(시)
민음사 유튜브에서 소개하는 것을 보고 골라들었다.
제목 봐라.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냐니.
어떻게 안 사냐.
그리고 시인의 이름이 내가 아는 이름과 같아서 혹시나 해서 집기도 했다. 아니었지만.
[지나치다
어느 날 혼자 버스를 타고 가다가
일 초 전
친구와 절연했다는 걸 깨달았다.
멀리 온 정거장처럼 도를 넘어섰으리라
멋진 밤이다.
그런데도 나의 기차는 이 늦은 밤
어쩌자고 낭비를 싣고 계속 달리는가
오늘의 꿈은
어디로 무엇을 통과해야 하나
어제와 오늘의 두 발이 고이거나
지난날을 돌아보지 않게 해 달라면
목이 안 돌아가고
사람 품을 그릇을 달라고 했더니
금 간 유리 그릇을 주었다
휩쓸려서 얼굴을 떨어뜨린 적이 있었다
시간을 버린 적도 많았다
왜 이렇게 멍청하지?
왜 이렇게 자꾸 바보와 얽히지?
바보여도 초조한 날
초조해서 더 바보스럽던
떨어지는 꽃잎에 어깨를 맞고 주저앉아
벌써 봄이라니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처럼
모든 것을 다 잃은 것처럼
한 발도 걸을 수가 없었던 날
어둠은 원래 그랬다
그 소리 막느라 한사코 청춘을 다 바쳤다
마음
너무 깊어서가 아니라 너무 얕아서 못 건너겠다
그대 마음
기다림은 추한 것
구름들 모였다 금방 흩어지고 다음엔
조용히 비켜 간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
모든 게 산뜻하고 선명해진다
벌 받는 것만큼 산뜻한 것도 없다
화가 났을 때 간격을 쓰는 것
스물다섯 살의 나와
서른한 살의 내가
서로 너 때문이라면서 말다툼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