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민음의 시 308
김경미 지음 / 민음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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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김경미 글()

 

민음사 유튜브에서 소개하는 것을 보고 골라들었다.

제목 봐라.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냐니.

어떻게 안 사냐.

그리고 시인의 이름이 내가 아는 이름과 같아서 혹시나 해서 집기도 했다. 아니었지만.

 

 

[지나치다

 

어느 날 혼자 버스를 타고 가다가

일 초 전

친구와 절연했다는 걸 깨달았다.

 

멀리 온 정거장처럼 도를 넘어섰으리라

 

멋진 밤이다.

 

그런데도 나의 기차는 이 늦은 밤

어쩌자고 낭비를 싣고 계속 달리는가

 

오늘의 꿈은

어디로 무엇을 통과해야 하나

 

어제와 오늘의 두 발이 고이거나

 

지난날을 돌아보지 않게 해 달라면

목이 안 돌아가고

사람 품을 그릇을 달라고 했더니

금 간 유리 그릇을 주었다

 

휩쓸려서 얼굴을 떨어뜨린 적이 있었다

시간을 버린 적도 많았다

 

왜 이렇게 멍청하지?

왜 이렇게 자꾸 바보와 얽히지?

바보여도 초조한 날

초조해서 더 바보스럽던

 

떨어지는 꽃잎에 어깨를 맞고 주저앉아

벌써 봄이라니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처럼

모든 것을 다 잃은 것처럼

한 발도 걸을 수가 없었던 날

 

어둠은 원래 그랬다

 

그 소리 막느라 한사코 청춘을 다 바쳤다

 

마음

너무 깊어서가 아니라 너무 얕아서 못 건너겠다

그대 마음

 

기다림은 추한 것

구름들 모였다 금방 흩어지고 다음엔

조용히 비켜 간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

모든 게 산뜻하고 선명해진다

 

벌 받는 것만큼 산뜻한 것도 없다

 

화가 났을 때 간격을 쓰는 것

 

스물다섯 살의 나와

서른한 살의 내가

서로 너 때문이라면서 말다툼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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