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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잘재잘 그림책 읽는 시간
김여진.최고봉 지음 / 단비 / 2020년 4월
평점 :
재잘재잘 그림책 읽는 시간
김여진, 최고봉 글
좋아서 읽습니다에서 만난 김여진과 이 책에서 만난 김여진은 다른 사람같다. 존재를 알지 못했는데, 이렇게 강렬하다니. 다만 끝으로 갈수록 아니어서. 책을 끝까지 읽는 나같은 경우에는 아쉬웠다.
기존에 있던 책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1초마다 세계는]과 같이 없는 책은 샀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그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발 한 켤레를 놓을 수 있을 정도의 자그마한 책 한 권에서 우리는 세상을 보고, 드넓은 우주까지 본다.
우리는 시간 앞에서 조금은 무력합니다.
[아직도 더듬더듬 손을 뻗어 가방 속에서 책을 꺼내 오래된 종이 냄새를 맡는 당신과 같이 읽고 싶다. 우리는 어쩌면, 최고의 사치를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근사한 일들은 물끄러미 응시하는 시선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하고 꽤 자주 생각합니다. 무언가 욕망하는 것을 보자마자 바로 “좋았어! 시작해 볼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한참을 망설이게 되지 않나? 따뜻한 환대는 어쩌면 우주를 활짝 열어젖히는 일일지도 모른다. 너무 무심한 듯 따뜻해서 얼마든지 서성거리고, 발을 동동거리고, 하지만 끝내는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다. 아무리 가둬 놓아도 가둬지지 않는 존재가 있다. 어쩌면 끊임없이 나를 가두는 모든 것에서 탈출하는 게 삶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무척 연약해지는 마음은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세상 모든 것이 다 너와 관련 있는 건 아냐.
당신만의 ‘슬픔이’를 그림으로 나타내 보라고, 자신만의 색과 모양으로 크기와 표정으로요.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