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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알려주는 염증 제로 습관 50
이마이 가즈아키 지음, 오시연 옮김 / 시그마북스 / 2023년 6월
평점 :
명의가 알려주는 염증 제로 습관 50
이마이 가즈아키 지음
몸이 잘 곪는다. 40년의 시간 동안 많이도 곪았다. 물혹이 여러번 차서 배와 손목을 수술하기도 했다. 생리 기간에는 어김없이 곪는다. 내 신체는 독소를 배출하는 방법을 이리 선택한 것일까?
얼마 전에는 임파선염으로 고생을 했다. 귀 뒷부분과 연결되는 목 부분에 멍울이 잡히면서 건드리면 아픈 수준이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 찾아왔다. 대상포진인가 했지만, 임파선염이었고, 사일치 약을 먹고 증상은 호전이 되었다. 그리 심한 수준으로까지는 가지 않지만 자주 곪는다.
한번은 어깨에서 등쪽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곪았다. 몸에 자주 곪는 일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는데, 아는 간호사가 외과에 가서 째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째는데, 쨌는데, 이게 웬걸, 가려움과 피부의 흉이 크게 남았다. 그런 일이 있고 나니, 약을 먹어 가라앉히는 게 나은지, 사라질 때까지 두어야 하는지, 수술을 해서 제거해야 하는지 모를 염증을 여럿 달고 산다.
마침 아는 언어치료사로 일하는 H선생님과 한 달에 한권 책을 읽을까요? 이야기를 하다가 염증에 관심이 있다며 읽어보자고 했다. H가 추천한 책이다. 이전에 알고 있던 책은 아니고 인터넷에서 염증을 찾아보고 고르게 된 것이다. 대부분 책을 고르고 읽자고 권유하는 쪽은 나여서인지, 이런 바뀜이 신선했다.
글이 큼직큼직하고 밑줄도 알아서 그어있고, 쉬워서 편히 읽힌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도 그다지 없다. 다만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여겨진다와 같이 피동사가 여럿 쓰여서 거슬렸다.
위의 89%만 먹는 습관으로 장수 유전자를 만들고, 몸에 쌓인 지방이 만성염증을 일으키고, 공복감을 느끼는 시간을 만들고. 모두 나를 가꾸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그냥 나를 가만히 놓아두고 싶은 충동이 자주 인다. 나를 일으켜 열심히 활동하는 것 말고 그저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냥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맨달 강화로 염증을 제로화환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아픈 사람의 사진을 보지 않는다이다. 나는 병원에서 매일 아픈 사람을 마주한다. 스물다섯, 연인이었던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네가 매일 아픈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는 삶이 걱정돼. 네가 원하지 않으면 계속 하지 않아도 돼”라고. 나는 아픈 사람을 보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삶이란 게 안좋다고 여기는걸 모두 제거하고 살 수 있을까? 함께 하면서도 건강하게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게 인생이다. 나는 아픈 사람의 사진이 아닌, 아픈 사람을 매일 보지만 건강하고 밝고 아름다운 이들도 매일 본다.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