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1~2 세트 - 전2권 사계절 만화가 열전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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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1, 2

이창현 글

유희 그림

4


2023년 12월 Bookclub

 

한 우물을 판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계. 웃으면서도 마냥 웃지 못하겠는, 그러면서도 마냥 웃기도 하는

 

We cannot do but read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는 대목은 실상과는 다르다. 사자가 위장을 고치고 나면 다시 육식으로 돌아가지만 인간은 마치 책을 읽기 위해 병든 것 마냥 계속 병든 상태를 유지한다. 책을 읽는 것이 마냥 좋은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분명 역기능도 있다. 특히 병원에 온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다.

인간세계는 유치하다 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다. 책만이 나의 유식함과 지적임을 고양시켜주고, 사람들은 우매하고 든 것이 없는 유치한 것으로 치부한다.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놀 수 없어서 2차적으로 책을 선택한 부류가 있다.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이 없어서 괜찮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할량, 안 그러면 내가 너무 비참하니까 책을 들고 있는 경우가 있다.

나는 책이 그다지도 재미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자꾸만 책을 사고 읽는다. 뇌는 습관을 좋아한다고 했는가? 나는 이미 책을 읽지 않으면 안되는 상태에 이르렀는가. 며칠 책을 읽지 않아도 아주 멀쩡하다고 느끼는데, 결국 어느 순간에는 책을 읽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아 너무 재미있어하며 낄낄낄을 누리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내가 병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병든 인간이 바로 나로구나.

 

이 만화에는 실로 B급 감성이라고 할만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난 그 속에서 삶을 보았다고 하면 역시 병들어서 일까?

정신병이 있어도,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도, 능력이 없지만 계속 하고 싶은 자신감을 장착하고 있어도 심지어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핵심들. 그리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주어 기분이 깔끔해졌다. 나는 양파마냥 계속 겹겹이 감추고만 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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