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비용 데버라 리비 자전적 에세이 3부작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백수린 후기 / 플레이타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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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비용

데버라 라비 지음

이예원 옮김

4

 

오래전에 읽었다가 마무리를 못 했다. 분명 처음에는 경탄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너무 재미있다고, 글을 잘 쓴다고 극찬을 했는데, 왜 다음에 책을 펼쳤을 때는 극적으로 재미가 없었을까...... 결국 너무 재미없게 마무리를 했다.

 

나는 책을 끝까지 읽어야 책을 다 읽었다는 표현을 하는데, 끝까지 다 읽어야 하냐고 되묻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무튼, 초짜일수록 책의 처음에는 힘이 들어가서 왜 이렇게 엉망일까 싶다가도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해 열심히 써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반대다. 글을 너무나도 잘 쓰고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아는데, 끝까지 갈수록 읽는 것이 고역이 됐다.

 

 

[폭풍과 회오리 바람이 몰아들고 물결이 소용도는 가운데 파도가 내리치고 있었다.

 

삶은 허물리고 무너진다. 우리는 와해되는 삶을 지키려 뭐든 손 닿는 대로 부여잡는다. 그러다 깨닫는다. 그 삶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음을

 

사랑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 그 틈새로 밤이 스며든다. 밤은 끝없이 이어진다. 분한 마음과 비난으로 들끓는다. 밤새 이어지는 괴로운 내면의 독백은 해가 떠도 잦아들지 않는다. s로선 이 점이 가장 원망스러웠다. 이토록 내 마음이 그이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이렇게까지 그 사람에게 가로채였단 사실이. 그건 점령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행복하지 못했고, 행복하지 못한 게 어느새 버릇이 되고 있었다. “우표나 달걀을 하나씩 모아 수집한 컬렉션처럼 ......평생에 걸쳐 점차 키워갈 수 있는변화하는 것으로 베케트가 설움을 묘사했듯이 말이다.

 

나는 지난날의 복원을 바라지 않았다. 내겐 전혀 새로운 구성이 필요했다.

 

나중에 그 헛간에서 처음으로 가을을 보냈을 때, 헛간 지붕 위로 사과나무 열매가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폭발음처럼 요란했다. 그제야 나는 뉴턴이 사과가 돌이킬 수 없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중력 이론을 못 박게 되었던 과정을 납득했다. 서서히 떨어지는 사과란 존재하지 않는다.

 

난 행복과 사랑만을 위해 살 수 없어. 내 글쓰기와 일이 유일하게 의미를 가지는 곳일지도 모를 이곳에서 계속 글을 쓰고 일을 하는 걸 단념할 순 없어.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고 계속 그 일들을 해 나가면서 어머니보다도 더 가차없이 살아야 한다. 글은 바람처럼 들이닥친다.

 

 

누구도 감내해선 안 되는 수준의 용기를 요하는 일이 건강한 일이라는 생각을 교훈인 양 안겨 준 적은 없다. 나무가 휘지 않고 부러질 때 비극이 발생한다.

 

오롯이 나 자신으로 사는 삶]

 

ps 후기는 백수린이 썼는데, 역시 잘 쓰네.

 

우린 과거의 길이를 줄이고 있던 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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