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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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나는 왜 이 책을 읽으며 울었을까?

 

제목을 버려야 한다. 저자에게는 의미있고, 독자에게는 의미없다. 그 안의 말들이 소중하다.

 

[그래, 너의 앞에 서면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내 입속에 내가 넘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폐가가 을씨년스럽거나 흉물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그곳에서 불을 켜고 밥을 짓고 사랑을 하고 병을 앓기도 하며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보냈다는 것

어디가 되었든 평당 천만원이 훌쩍 넘는,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내쫒는 일이 허다하게 일어나는 도시와는 다른 모습으로 있다. 사람을 보듬는 땅의 방식으로.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오래 침묵했고

과거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조금 안도했다.

 

나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미신 같은 말을 잘도 믿고 지키며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믿어야 할 사람에게는 의심을 품은 채 그 사람과 그의 말을 믿지 않을 때도 있었다.

 

마음속에 새로운 믿음의 자리를 만들어내기에 이만큼 좋은 때도 없다.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꼭 울음처럼 여겨질 때가 많았다.

일부러 시작할 수도 없고 그치려 해도 잘 그쳐지지 않는

흐르고 흘러가다 툭툭 떨어지기도 하며

 

하긴 나는 이렇게 사소하고 작은 일들을 좋아한다. 밤새 내린 눈으로 산이 하얗게 변하는 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흰 산을 눈에 넣으며 감탄하는 일, 따듯한 물에 언 발을 담그는 일,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일

 

작은 일들은 작은 일로 두어야 한다.

 

사람에게 미움받고,

시간에게 용서받았던

 

마냥 봄이었다.

 

노동은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소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대란 오래된 달력을 넘길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신을 보는 혹은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서로의 눈동자에서 태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늦은 밤 떠올리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나를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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