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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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걸

호프 자런 지음

 

20239

Bookclub

 

목차를 보면 1부 뿌리와 이파리/2부 나무와 옹이/3부 꽃과 열매 라고 되어 있다. 나는 목차만 보고도 책의 훌륭함을 알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의 마음이 보일 때는 있다. 약간은 옹색하고 올곧으며 자기만의 생각으로 꾸려나간 세상이 궁금해졌다.

 

한동안 겉멋이 들어있기가 진해지다 반년 사이 다시 원점을 찾았다. 글 좀 쓴다고, 책 좀 낸다고 이 일 저 일 벌이다가 초심을 잃고 말았다. 유명인사가 아니어도 뛰어난 실력자가 아니어도 초심을 잃는다는 건 이런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서평쓰기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마치 걸음마를 다시 시작한 재활환자처럼. 어렵고, 묵직한 건 어쩌면 가짜노동일지 모른다. 나는 나대로 다시 지렁이가 앞으로 나아가듯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해서 벽에 손을 대면 두꺼운 페인트 밑에 있는 시멘트의 질감이 느껴졌다.

 

각자의 고집스러운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했다.

 

내 실험실은 불이 항상 켜진 곳이다. 그 방에는 창문이 없지만 창문이 필요하지 않다. 모든 것이 자체적으로 조달되는 자급자족 시스템을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를 이루고 있다. 내 실험실은 굉장히 개인적이고 익숙한 곳으로, 서로 잘 아는 소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내 실험실은 손으로 하는 일에 모든 정신을 집중해서 뭔가를 해 내는 곳이다. 내 실험실은 내가 움직이고, 서고, 걷고, 앉고, 물건을 가져오고, 나르고, 오르고, 기는 곳이다. 내 실험실은 잠을 이루지 못해도 괜찮은 곳이다. 자는 것 말고도 할 일이 많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내 실험실은 내가 상처받고 다치면 문제가 되는 곳이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경고문이 붙어 있고, 규칙이 정해져 있다. 장갑을 끼고, 보호 안경을 쓰고, 발가락을 감싼 신발을 신어서 위험한 실수로부터 나를 방어하는 곳이다. 내 실험실은 내가 필요한 것보다 가진 것이 훨씬 많은 곳이다. 서랍들은 어젠가 필요할지 모르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내 실험실의 모든 물건들은(그것이 아무리 작고 못생겼어도)존재 이유가 있다. 아직 그 용도를 아무도 알지 못할지라도

 

아주 작은 실수만 저질러도 잘못을 허락하지 않는 바깥 세상의 소용돌이에 단번에 휩쓸려 들어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 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과학은 또 한때 벌어졌거나 존재했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모든 중요한 것을 주의 깊게 적어두는 것이야말로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라는 것도 가르쳐줬다.

 

둘의 기다림은 다른다. 씨앗은 번성하기를 기다리지만 나무는 죽기를 기다린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죽음의 사신이 병들고 약한 몸들과 그들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끌고 마지막 어려운 길을 가는 동안 병원에서 일하는 우리는 그 뒤를 따라가는 임부를 수행하고 돈을 받는다는 생각.

 

부끄러움으로 붉어진 얼굴과 후회로 무거워진 심장으로 그를 바라봤다.

 

사악한 기운이 언제든지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치유될 것 같지 않은 상처속에서 시간이 멈춰버렸다. 그들은 안으로 향해 있었다. 자신의 심장을 갉아먹어야 하지만, 자신의 심장은 절대 포만감을 주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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