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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평점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임홍빈 옮김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한동안 책읽기도, 글도 쓰지 않았다. 누가 강요하는 일이 아니고 그저 내가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왜 하지 않냐고 다그칠 일이 없는 일들이 내게는 꽤 있다. 바로 운동, 독서, 글짓기가 그렇다. 나조차도 그것을 왜 꾸준히 해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의 동반자처럼 계속 이끌어나가고 싶다.
한동안 하지 않았더니 이내 하지 않은 내가 형성되어 다시 하려고 하니 설레면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설프다. 조금이라도 놓아버리면 금새 초보자가 되어버리는 게 독서와 글쓰기다. 이것저것 벌려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있어 폰 노트에 각 달에 읽는 책들을 쓰면서 읽어보기로 했다. 그러자 그 달의 마지막에는 왠지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어 책을 더 읽게 됐다. 읽히지 않을 때 과감히 책을 덮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이제는 어차피 안 읽혀질거면 안 읽혀지는대로 읽자 싶다. 그렇게 읽고 있다 보니 눈이 침침해도 그런대로 읽을 만해진다. 이 책은 10월에 읽는 목록에 넣었고, 오늘은 10월 마지막 날이다. 아직 한참이나 페이지가 남았지만 어느새 다 읽고 다 읽은 김에 오늘 글쓰기는 이 책 정리하는 걸로 하자 싶다. 성과가 없는 일을 지속해 왔다. 목표 없이 흘러가고 단기성과마저 없으니 내 인생도 흐지부지되는 것 같다. 맷집을 키워나가자. 언제라도 책을 낼 수 있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자. 나는 잠시 지쳐있었을 뿐. 충분히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이곳 기후는 그렇게 난해한 점이나 아리송한 점은 보이지 않고, 비유도 없고 상징도 없을 만큼 단순 명료하다. 그보다는 나 자신이 설정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에 더 관심이 쏠린다.
집에 가면 아이들 숙제와 할 일을 점검하고 무조건 자리에 누워 책 읽기를 한다. 그러다 잠이 드는 일을 반복하기로 하자. 어제 하루 했다. 귀찮다고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다고, 왜 나만 그래야 하냐고 생각하지 말고 그렇게 해 나가자. 루틴하게.
누군가로부터 까닭없이 비난을 받았을 때, 또는 당연히 받아들일 거라고 기대하고 있던 누군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했을 때, 나는 언제나 여느 때보다 조금 더 긴 거리를 달리기로 작정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받지 않아도 될 따가운 눈초리와 경멸을 받았다. 그러자 진정이 되지 않은 채 폰만 한 시간여 봤다. 그러다 보고서를 썼다. 나는 평소 하지 않던 집중도가 높아져 있는 상태이다. 덕분에 나는 오후에는 마음을 진정하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책을 읽기로 하자. 읽히지 않더라도, 그냥 글자뿐일지라도 책을 좀 더 오래 많이 읽자.
어쨌든 달력이 10월로 바뀌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1개월이 지나가 버렸다. 시련의 계절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2023년 10월은 나에게 시련의 계절이었다. 그리고 아직 10월 31일 화요일이다. 나의 시련은 나를 포함한 주변인이 아픈 것이 주요했다. 특히 첫 아이가 한달 내내 항생제를 달고 살아서 이러다 항생제에 절어 버리는 건 아닌지 염려될 정도였다. 10월은 내게 사랑하는 이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걸 여실히 알려준 계절이다.
나는 흥이 없다. 즐거움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한 이 일들은 내가 좋아서 한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취업하고 검사하고
다 내가 해놓고. 이제 와서 너무 힘들다고?
다 잘못된 일이었다고?
너는 네 인생을 정말 그따위로밖에 안 살거야?
어두운 마음을 품은 밤의 여왕처럼 내 뒤를 쫒아왔다.
태도를 언제까지나 정하지 못한 사람처럼 비는 구질구질 계속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