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최윤아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쓰레기의 줄임말, 기레기. 동의한다. 직업의식을 갖지 말아야 가능한 직업 1순위. 쓰다 버린 거 주워 먹기 바쁜 하이에나. 이 저자는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 찾아봐도 쉬이 찾을 수 없었다.

퇴사하고 나니 불안에 떨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부단히 글을 쓴 저자가 전업주부 경험 어쩌고저쩌고한다는 건 어처구니가 없다. 전업주부의 의미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언론사를 그만뒀지, 엄연히 따지면 일을 하지 않은 게 아니지 않은가. 꾸준히 글을 쓰면서 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나아가고 있었으면서.

실제 전업주부들의 삶은 공통된다. 전업주부를 만나본 적이 없는 채로 쓴 건, 취재조차 하지 않고 그저 자기 뜻만 나열한 꼴이다.

그럼에도 글은 잘 썼다. 아~ 

 

 

{공격적인 가르침을 매일 수차례 듣다 보면 나조차 내 편을 들기 싫어지는 순간이 온다. 마치 상사와 한편인 듯 바통을 이어받아 내가 나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 여잔 사람 봐가면서 폭력을 휘두른 게 분명했다. 그건 약자에 대한 강자의 폭력이었다. 나처럼, 그들도 망가진 거였다. 충분히 소화되지 못한 지적은 딱딱한 피해의식이 됐다. 밤낮으로 손가락질 당하는 사람이 멀쩡할 순 없다. 분명 나는 서서히 맛이 가고 있었다. 나는 한여름 숟가락 들락거린 찌개만큼이나 빠르게 상하기 시작했다.

상사에게 미움받을 용기를 키운다면, 인정받지 못해도 괜찮다는 마음만 먹을 수 있다면, 회사를 계속 다닐 용기가 생길까 싶었다. 그러나 전날 밤 아무리 미움받는 상황을 이미지 트레이닝해도, 막상 닥치면 나는 맥없이 상처 입었다.

 

회사에 더 이상 내가 앉고 싶은 자리가 없었고, 그토록 경멸 혹은 경계했던 인간으로 변해가는 내 모습이 싫었다. 말하자면 나는 치명적인 스트레이트 한 방이 아니라, 수십 번의 잽에 맞아 백기투항을 결심한 셈이다.

 

모든 전업주부가 행복만을 말한다는 건 어쩌면 좀 현실감이 없었다. 내 인생의 경계가 허물어져 그들의 인생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남편은 집안일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밥숟가락 놓자마자 서재로 들어가 버리고, 자기가 먹은 과자봉지 하나 치우지 않는 전형적인 가부장이 됐다.

워킹우먼에게 미묘한 열등감을 갖고 있는 전업주부는 최소한 그들 앞에서 만큼은 그늘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한다. 아끼고 아끼다가 나를 귀하게 대하는 일에까지 인색해진 것이다. 다 제 몫의 그늘이 있는 거야. 배제된 일꾼이 주인의식을 갖기는 어렵다.

 

그 길에서 나는 잃어버렸던 계절을 찾았고 내 몸과 더 깊이 더 자주 대화했다.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항로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방식이 너 스스로가 더 좋아지는 방향이 맞니? 그 과정을 통해 주저앉으면서 손바닥과 무릎에 묻었던 먼지를 어느 정도 털어냈다. 그 일을 여전히 좋아하고, 잘한 일이라고 마음 깊이 긍정하고 있었다.

지독했던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