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무루(박서영)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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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무루 지음

 

처음 읽을 때는 이것도 과하고, 저것도 과했다. 작가의 감성이 너무 짙어서 질퍽거리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 사람 글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갈수록 문장력도 깔끔해진다. 그래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책 중 모르는 것이 나오면 사야 될 것 같다. 그런데 아는 그림책을 가지고 쓴 글을 보면 그 정도는 아닌데 싶기도 하다. 그만큼의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사람이다.

 

2월 중순 도배를 하고, 책을 잃어버렸다. 여기저기 정리되지 않은 책들을 하나둘 정리한 끝에 겨우 찾았다. 밑줄이나 여백에 쓴 글들이 많아서 워드에 치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오랜 시간 붙들고 있었는데, 정작 여기에 담지는 않기로 했다.

 

문방구에 갔다가 공기를 샀다. 6살 아이가 공기 놀이를 한다. 그러자 아빠가 그거 아니야라고 하며 공기를 가져가 시범을 보인다. 그러자 아이가 뿔났다. 그렇다. 그게 아닌 건 없다. 가지고 놀고, 즐기면 그뿐이다. 놀이는 놀면된다. 규칙은 그다음이다. 놀이의 방식은 배우기도 발견하기도 하는 것이다.

 

초등시절, 할머니 집에 가는 것이 싫었다. 어른들은 모두 어른들의 일로 바빴다. 나는 툇마루에서 신발을 신고 마당을 걸어 나왔다. 그 먼 길을 걸었다. 이 길이 맞는지 어쩐지 모르게 걸었다. 가다가 무서워졌다. 그리고 커다란 개도 만났다. 씩씩하지 않았고, 겁도 났다. 그러나 나는 그 길을 무사히 건너 언제 두려웠냐는 듯 내 방에 누웠다.

 

얼마 전 논문 설문지를 버렸다. 끌어안고 있기를 4, 안녕했다. 끌어안고 있을 때는 찾을 일이 없더니, 버리고 나니 쓸 일이 생겼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버리는 것이 많아질수록 더 큰 고민에 빠진다.

 

글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관통한 과거들이 떠올랐다. 어느 글에서 어떤 경로와 같은 이어짐보다는 불현듯이 올라왔다. 그림책을 소개하는 글 속에서 사유의 바다를 거닌다는 것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일이다. [무엇보다 어딘지 조금씩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이상하게 바라봐 줄 수 있어서 좋았다. 이상한 일상, 이상한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외롭지가 않다. 오해받는 사람이 제일 좋아. 세상의 언저리에서도 재미나게 잘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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