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꿍 최영대 나의 학급문고 1
채인선 글, 정순희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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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꿍 최영대

 

채인선

 

 

채인선 작가의 글이라서 샀습니다. 일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이와 읽을 책을 고를 때,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종종 고릅니다. 아이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이 서로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라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4월의 어느 날 아침, 더벅머리를 한 남자아이가 교실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4월의 어느 날 아침, 더벅머리를 한 남자아이가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4월의 어느 날이라니, 더벅머리의 한 남자아이라니, 첫 문장부터 가슴에 무언가 몽글한 게 올라옵니다. 시작을 알리는 때에 함께 등장하는 아이라는 존재, 싱그럽지요. 그런데 더벅머리입니다. 뭔가 정갈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존재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실문 너머의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면서 지내게 될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아이는 말이 없고, 놀림을 받기 일쑤입니다. 그리고 놀림에도 반응이 없자, 괴롭힘은 더 거세어져 갑니다.

 

[그래도 영대는 울지 않았어요. 웃지도 않고요. 몇 번 노려 보긴 했지만 그것으로 다예요. 그래서 더 바보 소리를 들었어요. 남자아이들은 걸핏하면 영애 가방을 빼앗아 교실 밖으로 던져 버렸어요. 또 어느 때는 우유를 먹는 시간이었는데 일부러 그 애 팔을 흔들어 우유를 다 쏟게 한 일도 있어요. 그러고는 선생님께 이르는 거예요.

선생님, 영대가 우유를 엎질러 제 책상이 다 젖었어요. 혼내 주세요. ”

선생님. 영대를 복도로 쫓아내요. 냄새가 나요.”

하지만 영대는 가만히 있었어요. 그래서 더 바보 소리를 들은 거예요.]

-그래서 더 바보 소리를 들었다고?. 가해자의 시선은 항상 잔혹합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고 해서 더 괴롭히라는 것이 아닌데. 가해자가 가해자가 아닌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어쩌면 피해자인 척하는 가해자, 아니면 그냥 가해자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그것을 모르는 가해자일지도 모르겠어요. 씁쓸합니다.

 

그러다가 경주로 단체여행을 가게 되는데, 냄새나는 영대와 같이 가고 싶지 않았겠지요. 가서

 

이 애요. 엄마 없는 바보 말이에요라는 큰 소리에 어둠 속에서 으앙!”하고 울어버립니다. 그때에도 뭔가 잘못됐음을 아는 정도였지요. 시간이 흘러도 울음이 멈추지 않자, 겁도 나고 미안해집니다. 그 뒤로 아이들은 영대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도와줍니다. 그리고 영대도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지요.

 

이 글에서 사회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회에서 피해자는 죽습니다. 회사, 조직, 집단을 그만두거나 벗어나면 다행이에요.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면 다행이에요. 그런데 죽습니다. 가해자가 자신이 가해자인 것도 모른 채 살다가 갑자기 피해자가 나타나고 현실에서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차릴 때쯤에는 어느 것 하나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바꾸어 버리면 너무도 무서운 일입니다. 사실은 내가 피해자였는데, 가해자가 나를 계속 괴롭히는 것으로 모자라 가해자로 몰아세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해자가 자신이 피해자라며 죽어버리기까지 한다면?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곳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니다 싶으면 얼른 놔야 합니다.

 

직장생활을 십 년 넘게 하다 보니, 이곳도 정치판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갑니다. 역시 정치는 모르는 게 낫다 싶으면서, 정치하는 것들이란 하고 욕하다가 당하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그렇게 안 살 거야라고만 한 채 당하고만 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도망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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