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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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은유 지음

 

우선 안 좋았던 점부터 이야기하기로 한다.

감읍, 묘파, 복기, 고졸한, 조붓한, 명징한 등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 굳이 이런 단어를 쓰는 이유가 뭘까? 감읍보다 감격하여 몫 메어 운다고 말하는 것이 이해하기에 더 좋은데. 갑자기 툭 튀어 나온 단어가 문장을 이해하는데 걸리기만 한다. 그런 면에서 대놓고 인위적이다. 겉멋을 부리고 버무리는 것이 대놓고다. 거기에 무수한 나는이 등장해서 어지럽게까지 한다. 꽂히는 문장을 찾아 헤매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격한 반응. 예를 들어 아들이 책을 권한 것에 대해 [벌을 받는 이 느낌은 뭐지. 내가 좋다고 남에게 권하는 게 얼마나 폭력인지 당해 보니 철렁했다]라니. 당해 보니 철렁할 정도의 폭력이 이런 것인가.

 

[글쓰기의 최전선]을 읽고, 저자가 나오는 동영상을 찾아보고, ‘명언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그걸 기억해 뒀다가 삶에서 사용하는 사람이구나했다. 그러다가 [쓰기의 말들]을 샀는데, 정말 대놓고 명언을 한쪽 페이지에 배치시키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뒀다. 분량도 적고, 역시나 서민적인 표현들이 책에서 본 부대끼는 말들과 뒤섞여 있다. 그런데 뒤틀리는 매력이 만만치 않은 게 문제다. 타인과 교합하지 않는 가 책을 읽고 글을 쓴다면 이렇다 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글쓰기. 여백에 내가 쓴 글로 채우게 되고, 딴지를 걸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책.

 

[꽉 막히는 건 때때로 내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는 걸 뜻한다]. 마음이 꽉 막혀온다. 휴가를 냈다. [산다는 것은 밀려오는 사건을 받아들이는 수락의 여정이다. 흔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상태를 인식하는 것] 마음이 꽉 막힌다는 것이 길을 잘못 들어서 그런 것이라면 나는 지금 어찌해야 할까. 잘못된 길을 접어 들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는 지금. 이십년을 헤메고 있는 것이라면, 그런데도 잘못된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나는 어찌 해야 할까. 그런 때 글을 쓴다.

 

[내 삶은 글에 빚졌다. 어린 시절에는 내게 친절하지 않은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책으로 만든 창과 벽을 쌓아 올렸다] 지금은 [자주 숨이 찬다. 참을 인자로 가슴이 가득 찰수록 입이 꾹 다물어진다] [반복을 통한 신체의 느린 변화를 본다. 읽고 쓰며 묻는다. 몸으로 실감한 진실한 표현인지, 설익은 개념으로 세상만사 재단하고 있지는 않는지. 글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아무리 사소하거나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라. 나에게 일어난 일은 시차를 두고 누군가에게도 반드시 일어난다고 했던가. 정말로 그렇다면 자기 아픔을 드러내는 일은 그 누군가에게 내 품을 미리 내어 주는 일이 된다. 새벽녘까지 글을 지었다. 어쩐지 차고 슬픈 것이 뒤 끝에 번진다. 이미 알고 있고 책에도 쓰고 말로도 떠들고 시시때때로 우려먹는 말을, 난 처음 듣는 양 가슴에 새긴다. 기록한다는 것은 조수간만처럼 끊임없이 침식해 들어오는 인생의 무의미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 인생의 무의미를 자주 느끼는 나에게 기록은 생을 향한 발걸음이 된다. [기억 복구 작업인 글쓰기는 과거의 회상이면서 현재의 보호막이 되어 준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목숨줄 붙잡듯이 글쓰기를 하는 이유가 그랬구나.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와 놀다가 마음이 맞지 않자, 문 앞에다가 글을 써 붙였다. “너는 욕심쟁이야. 모두 네가 가지려고 하고. 이제 내 방에 출입금지야.” 라고 말이다.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해서 붙이다니. 첫째 아이는 종종 둘째와 마음이 맞지 않으면 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둘째는 아직 글을 읽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쓰기의 힘. 쓰기 자체로 치유되는 힘을 아이들도 알고 있다. 그러니 아이였던 나의 것을 꺼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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