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카페
존 스트레레키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 끝의 카페

존 스트레레키 지음

 

익숙하지 않은 것들 속에 고이지 않은 물이 되는 것을 택할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언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어English는 나와 먼 나라 아주 먼 나라 정도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작업에 끌렸다. 작년의 일이다.

 

항상 힘든 시기이지만, 가족도 친구와도 나눌 수 없는 마음에 대해 난이도를 계산하지 않고 주고받는 과정을 한 미국인과 나누게 됐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돈을 빌려달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하여 정중하게 거절했음에도 마치 떼인 돈 받는 것처럼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 목적이 있는 친절함이었다. 그렇게 마음에 상처만 깊게 새기고 외국인과의 우정은 끝이 났다. 한동안 낯선 언어 사용이 강제 중지됐다. 그리고 올해 독일에서 살다가 한국에 법 공부를 하러 왔다는 30대 초반의 여성이 연락이 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추천받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 이야기를 하다가, 독일 작가인 줄 알고 소피의 세계와 같은 책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소피의 세계 저자는 노르웨이 사람이라고 일침을 날리는 그녀. 좋다. 그리고 이런 류를 좋아한다면 ‘The way are you here cafe’라는 책을 추천한다고 했다. 번역서가 나왔는지 찾아봤는데 없었다. 그래서 저자 인스타그램에 번역서를 기대한다고 글을 남겼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 우연히 번역서를 찾게 됐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 굴러다니게 하다가, 아이가 유튜브를 보는 한 시간 동안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은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데, 페이지당 들어있는 글밥이 별로 많지 않다.

 

당신은 왜 여기에 있습니까?

죽음이 두려우십니까?

충만한 삶을 살고 계신가요?

이 물음에 대한 책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별 큰 문제는 없는데, 안 풀리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런데 힘든 때가 있다. 그럴 때 덩그러니 놓여있는 카페에 들어갔다가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스토리다. 답은 나와 있지 않다.

답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 만으로도 가슴에 출렁이는 추를 느낀다.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면 목적 없이 남들이 사는 대로 사는 것에서 한걸음 떨어져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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