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기야, 춤춰라! 동화는 내 친구 61
채인선 지음, 김은정 그림 / 논장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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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기야, 춤춰라!

채인선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노래기는 걷는 것에 대해 살펴보지 않았다. 걷고 싶으면 걷는 것이지, 발걸음을 어떻게 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 같은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노래기의 발이 모두 엉켜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노래기는 몇 날 며칠 동안 엉킨 발을 푼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온도로 그 일을 지속한다. 그렇게 엉킨 발을 다 풀고 기분이 좋아진 것도 찰나, 어떻게 걸었는지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발이 엉키고 엉켜 엉킨 발을 푼지 한 시간도 안되어 이전보다 더 엉켜 버리고 만다. 그래서? 다시 푼다. 그리고? 걷는다. 이러한 이야기를 이렇게 적정한 선에서 써내려가는 채인선이라는 작가에 매료되었다.

 

실상은 한번 엉켜 버린 실을 완전히 푸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엉켜버린 실을 푸는 동시에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한다. 엉켜버린 실만 풀고 있을 시간은 사실 없다. 그것을 안은 채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더 엉키기도 하고, 어느 날은 조금 더 풀리기도 하는 그런 날들이 있을 뿐이다.

 

엄마의 마음에 병이 들어, 그 아픔의 찬란함이 나에게 왔을 때, 그 마음의 상처가 나를 짓눌렀을 때, 처음엔 해결하려고 매주 내려가서 엄마를 만나고 병원에도 가자고 하고 그랬다. 그러나 단단히 어긋난 엄마의 사고는 쉬이 돌아오지 못하고 더 망가져 가기만 했다. 가지 말아야 할 강을 이미 건넜고, 엄마는 이쪽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거기서 나도 무너지고 싶었다.

 

처음 경험해보는 시련 앞에서 우리는 모두 좌절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당연한 거다. 그렇지만 좌절을 짧게 할 수는 있다. 그리고 되든 안되든 시련을 겪기 이전으로 돌리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러다 또 미쳐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시련이 우리 앞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 좌절을 견디고 일어난 그 경험을 토대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아는데, 요새 그게 잘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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