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결혼생활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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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결혼생활

임경선

 

임경선 저자의 [평범한 결혼생활]을 읽었다. 이십여 년을 사랑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평범한 것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을 주문했나? 책에는 만난 지 3주 만에 결혼하고, 장문의 청첩장을 썼으며, 가정적인 남편을 만나 오랜 기간 자신의 별난 성격에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저자가 있었다. 그렇다. 이 책에는 평범한 결혼생활이 아니라, 평범하지 않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저자가 있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자신에 대한 자아도취적인 성향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남편이 아닌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관대함을 대놓고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보수적인 성향이 눈에 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그런 여자가 거기에 있었다. [지난 인생을 돌이켜보면 단 한번도 꾸준히 평온했던 시간이 없었다.] 이러한 면을 대변하는 핵심문장이다. 모두의 인생이 평온하지 않다. 그러나 평온하지 못한 이유는 제각각이다. 저자는 객관적인 자기를 바라보지 못함으로 인해 평온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덕분에 나도 내 8년 결혼생활의 현재를 잠시 생각하게 됐다. 요즘 내 기분은 한마디로 쉐엣 이다. 이 침체된 기분을 어찌하면 좋을까. 그러다 이틀 전 아이가 내 핸드폰을 숨겨놓아서 하루 종일 못 찾은 일이 있었다. 별거 아닌 일이 기름을 붓는 꼴이 되어 주체할 수 없는 화를 불러왔다. 덕분에 한밤중에 미친 듯이 청소를 하고, 지칠 대로 지쳐 잠이 들었다.

어제 남편이 퇴근 시간에 전화를 했다. 평소와 다르게 일찍 온다고 했다. 퇴근을 하고 아이 하원을 한 뒤,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그 때 내 곁으로 걸어와 꽃 한 다발을 내미는 남편. 누구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홀로 긴 싸움의 연속에서 처음으로 남편이 손을 내밀었다.

당신 고생하고 있는 거 내가 다 알고 있어’. 그 위로 한 줌이 필요했던 것이다. 원인도 이유도 모른 채 곪아가던 내 마음에 연고가 발렸다.

결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는, 밀집되고 수없이 접촉하는 밀착된 가족이라는 관계에서 나도 모르게 숨 쉴 곳을 발견하곤 한다. 숨 쉴 수 없이 답답한 곳이 때론 숨을 트이게 해주는 곳.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서 불쑥 내민 막대기에 감격하기도 하는 곳. 거기에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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