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202156일 목요일

The April Bookclub

 

소설가의 일

 

김연수

 

책 전체에 대한 소감은 잘 썼다이다. 그래서 잘 봤다. 글에 예의를 지켜가며 바른 자세로 써내려간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책 초반부터 밑줄 그을 문장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그러다 이내 밑줄 긋는 것을 멈추었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책 대부분이 밑줄을 그어야 할 문장이었다.

 

나는 소설가가 될 생각이 없다. 너도 나도 소설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누구나 글 한 자 쯤은 쓰게 되어 있는 세상을 살고있다. 그리고 이왕 쓰는 거 잘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소설가가 된다는 절차적 이야기보다는 그 이면의 내용을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작가가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소설가 김연수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강의하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좋은 글을 읽고 싶다면, 저자의 자세를 배우고 싶다면, 굳이 소설가가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일말의 걱정도 없이 그의 글을 실컷 만나는 것을 추천한다.

 

저자는 글쓰기 공식, 핍진성과 같은 것들을 반복하면서 외우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게 되풀이해준다. 소설가는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야아 한다. 그리고 있을 법하지만 그렇지 않을지까지는 고민해도 되지 않는 핍진성을 가진 이야기의 주인공에 생고생을 시키면, 그리고 어떻게라는 의문을 가지고 글을 이어나가면 그것이 소설이다. 예를 들어, [감각적으로 구성된 캐릭터에게 욕망을 부여한 뒤에 방해물로 그 욕망을 실현되는 것을 저지하면 이야기가 발생한다던 그 공식. ······ 고생길이란 보고 듣고 느낄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불우해진 중생이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간절히 원하건만 세상의 갖은 방해로 그걸 얻지 못하는 과정을 뜻한다].

 

거기에 소설가가 되는 것은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을 넘어 스스로의 인생을 바라보고 보듬을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는 작업이라는 것을 여러 문장에서 보여준다. 그런 글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해 보았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글들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나는 이렇게 받아들였다.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소설가에게 현재란 지금 어떤 소설을 쓰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그러니까 지금 뭔가를 쓰고 있다면, 그는 소설가다. 그러니 일단 써보자.

누구나 죽기 전에 한번은 소설을 쓰는데, 그게 바로 자기 인생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자신이 경험한 시간의 흐름을 소설로 보여줄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그는 소설가가 된다. 이 인생은 나의 성공과 실패에는 관심이 없다. (따라서) 자기 인생이 어디서부터인가 잘못됐다고 해도 이야기의 관점에서는 별문제가 안된다. 처음부터 잘 사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인생의 묘미는 뭔가 일이 벌어지는데 있으며, 그러고 나면 예전과는 다른 삶이 전개되는 데 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면, 상처도 없겠지만 성장도 없다. 하지만 뭔가 하게 되면 나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 심지어 시도했으나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조차도 성장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다. 그 중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 이가 그리고 그것을 꿈꾸는 이가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나 대표할 수 있는 직업군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것은 글쓰기를 통해 삶에 대한 자세와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바른 근성을 이끌어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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