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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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 글 이내 그림

 

매일 수많은 책들이 책이라는 틀을 가지고 세상에 선을 보인다. 나는 인간이고, 책을 읽는데에 한계가 있다. 내가 조금 더 진득한 사람이었다면,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매일 책 한 권씩을 읽을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하루 30쪽을 읽기에도 엉덩이가 들썩인다. 그렇다. 과장해서 말해야 하루에 책 한 권 읽을 수 있을까 말까하다. 이 말은 책이 나오는 속도와 내가 책을 읽는 속도 사이의 급격한 거리를 알려준다. 읽어야 할 책, 읽고 싶은 책, 욕심을 부려 사놓는 책들은 갈수록 늘어만 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책 읽기 속도는 노화와 맞물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읽고는 싶은데 다 읽지도 못하는 책들이 책장을 한 가득 메워있는 상태에서 이 세상을 고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어떤 책을 읽다 보면, 에이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아니 솔직히 이것보다는 내가 더 잘 쓰겠다 싶은 책도 만나게 됩니다. 책은 글을 잘 쓰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었는데, 독립출판, 1인출판이라는 유행과 더불어 내가 책을 내고 싶다면 낼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래서 나도 책 좀 내보겠다고, 인터넷으로 검색한 어느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몇 자 읽어보다가, 현타가 왔다.

내가 해놓은 것이 없다.

내가 해놓은 것은 책으로 쓸만한 내용이 아니다.

이런 글은 책으로 내기가 창피스럽다.

그렇다. 나는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현실에서 별것도 아닌 것 같아 보였던 책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음을 창피하고 민망스러움과 함께 알게 되면, 내 존재가 더 작게 느껴진다.

 

이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쓸 수 있겠다는 행동력을 안겨준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직업을 소재로 하여 에세이를 써나가고 있다. 한 동안 불 붙은 것처럼 써내려가다가 한 열흘 뜸하기는 하다(지금은 한달...). 그래도 책을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느낌적인 느낌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초적인 내 책의 분량을 확인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글을 기획하면서 자신이 잘 아는 것에 대해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쓴 글을 누가 읽어주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책을 쓰는 과정은 사람의 사고를 성장시킨다]는 꼭 내가 글을 쓰는 것이 필수 자양분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말도 해준다. 그런데도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말이 안되는 것이지 않는가. 그럼. 그럼. 써야지 말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고 객관적인 조건이 나쁘지 않은데도 공허함을 토로하는 젊은이도 있다. 그런 정체성 위기는 자기 인생의 의미, 자신을 만들어내는 일의 가치를 확신하지 못할 때 온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지금 내가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 내고 있다라는 감각이 필요하다]. 그 감각, 절실하지. 물론, 내가 느끼는 공허함이 의미있는 생산을 하지 못해 발생하였는지, 어린 시절의 부모의 지속적인 싸움, 오빠의 폭행에, (ventral 미주 신경계가 발달하지 못해 교감신경이나 dorsal 미주 신경만이 싸우고 공포스러워하는) 고립된 좁은 방안에 머물러 있어서 그런지, 읽는 이마다 다른 생각이 들겠지(나 좀 이상한가?). 나는 그저 저자가 목소리 높여 글을 쓰게 해주고 싶다는 그 마음을 높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글쓰기를 찬양하기 위한 이야기가 과하다 못해 비참하게 들리기도 했다. 그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실제로 글을 조금이라도 쓰지 않았는가. 정말, 내가 저자에게 기획서를 보내고, 글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고 하면, 이 책처럼 따뜻하게 응해줄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일단 책에서는 응원하고 있다. 기꺼이 온 몸으로 받아들여주마.

 

글을 쓰고 싶은데 쓰지 않는다면 [작가의 꿈을 버렸다. 그러나 그 꿈은 버려지지 않았다. 그도, 나도 안다. 앞으로도 그에게 작가의 꿈은 버린 것과 버려지지 않은 것 사이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는 그 상태로 살 것이다]라며 마치 내가 글을 쓰지 않는다면, 그렇게 살게 될 거라는 이야기로 들리게 한다. [중요한 건 뛰어난 사업가가 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 사업으로 내가 무엇을 얻을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지난주에 생긴 것이 아니라면, 몇 년 된 것이라면,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써야 하는 사람이다.] 그렇지. 그렇지. 내가 안 쓰면 누가 쓰겠어. 내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삶도 정리가 되고, 앞으로의 삶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 그럼, 그럼.

글을 못 쓴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세상에는 자기 글을 깔본 교수에게 주먹을 먹이고 대학을 뛰쳐나와 소설가로 성공한 할란 엘리슨 같은 이도 있다]라면서 말이다. 나는 할란 엘리슨이 아닌데......라는 소심한 생각이 들고, [나는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정식으로 데뷔했다]는 장강명 작가도 아닌데......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아무렴 어때. 나는 나대로 나의 이야기를 쓰면 그만인 것을.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내가 내 글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그 끝을 향해 달려나가 문을 열고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염원으로 글 읽은 소회를 말한다.

 

[좋은 에세이에는 그렇게 삶에 대한 남다른 관찰과 애정이 담긴다]. 남다른 관찰은 있다. 그런데 내 글에는 나에 대한 애정이 없다. 애정을 키우는 일부터 하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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