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무라카미하루키

 

라디오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기억해 두었다가 주문했다. EBS. 이름만 들어도 얼마나 교육적인 방송인가. 거기에 나와 말하는 사람들의 내용은 당연히 믿고 기억해 두었다가 선별없이 책을 사는 나라니. 그런데 만족감도 꽤 크게 느끼니. 그런 나 자신에 웃음이 난다.

어릴 적 부모는 나에게 헛똑똑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공부는 잘하지만 세상 물정 모른다는 의미에서 그 말을 사용하셨다. 좋게 말하면 순진한 거였지만 나쁘게 말하면 사기당하기 쉬운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면은 여러 차례 사례를 통해 드러난다.

중학교 시절, 비가오는 길을 터벅터벅 걸으면서 학교에 가고 있었다. 그 날은 지각을 할 것 같았고, 주변에 학생들도 눈에 띄지 않는 학교에 가기 싫은 날이었다. 그 순간, 차가 내 발을 밟고 지나갔다. 검은 차, 여셩, 그 옆자리의 아이, 잠깐 섰다가 떠나가던 모습. 그러나 정작 그 차 번호판을 볼 생각은 미쳐 하지도 못하고 치료받을 생각도 못한 채 몇 날 며칠을 퉁퉁 부은 발을 딱딱한 신발에 끼워 일상생활을 했다.

대학교 시절에는 남자친구의 군대 동기가 전화 와서 받아줬는데, 휴가 나가면 볼 수 있냐는 이야기도 하고 조금 이상하다 싶었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화를 내며 탈영병이라는. 혹시 만나기라도 하면 감옥 간다는. 내 인생 왜이래.

그래도 심한 교통사고는 아니었고, 탈영병으로 인해 내 인생에 스크래치를 안은 것도 아니다. 그렇게 무수히 헛똑똑이 짓을 했지만 나의 과거는 그래도 다행스럽게 흘러갔다.

 

어느 인터뷰에서였나. 무라카미하루키는 자신이 쓴 글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쓰고 기억에서 안녕하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도 독자보다 더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나도 이 책을 가볍게 읽고 한번 날려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