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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날마다 축제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주순애 옮김 / 이숲 / 2012년 1월
평점 :
2020년 4월 10일 금요일
처음 만남을 가졌다. 친구로서 만나는 수다가 중심이었지만, 책을 나누고 발족을 했다.
No. 1 파리는 날마다 축제_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_이숲
date: 2020년 4월 10일~
from the April book club이라고 적어놓은 책을 나누었다.
이스터에그의 옥탑방 같은 곳에서 나눈 한시간여의 대화는 H가 과연 이 과정을 잘 따라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진행되었다. H의 텅빈 눈.
“없는 자존감이 더 내려가는 중이야”
“자꾸 나한테 실망을 하게 되네”
“너무 싫어서 나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하지”
“내 실체를 알면 너무 실망하니까”
“좀 다르게 생각하고 살아야해”
등등의 말들.
H는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니까 어떻게 하는지 알려줘”라는 말로 내가 독서모임을 이끌어 갈 것을 애둘러 표현했다.
April book club 두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주제: 생각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
현실과 이상의 차이
꿈이 있다는 것과 필요성
절실함의 끝
과 같은 주제가 있었지만 이것은 주제라기보다는 H가 다 읽지 못했을 때, 읽기는 했으나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지 막막해 보일 때 사용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H는 모이는 날이 일주일 뒤로 미뤄졌던 덕분인지 다 읽어왔고, 자신이 생각해 놓은 것에 대해 이야기도 곧잘 했다. 그 이야기들은 내가 표시해놓은 부분과도 일치하는 많은 부분들이 있어서 우리의 대화는 1시간을 훌쩍 넘었다.
사실, 지난 달 첫 모임을 가지고 두 번 째 모임을 가지기까지
“집중이 잘 안되네”
“책을 아직 잘 못 읽었다”
“너가 고른 책을 읽자”
라는 식의 반응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나는 소리 내서 읽고 있어”
“점차 나아지겠지”
그러다가,
“생각도 못했어”
“책도 못 읽고”
“일이 너무 많아서 집에 오면 기절했어”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제법 의미 있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이 되었다는 것에 실로 감탄이 나올만한 상황이었다.
재촉하지는 않되, 책을 읽어오도록 이끌어주는 나의 역할은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의 소감: 241p 나는 그 모든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며, 글을 쓰는 상황적 팁을 얻었다. 헤밍웨이가 카페에서 뭔가에 홀린 듯이 글을 써내려 가거나 자신만의 상황적 방식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글을 쓰는 것. 일상의 모든 것이 소재가 되는 것. 글의 그런 것들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글을 쓰고자 하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고, 무력감에 있는데 어떻게 헤어나올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나눈 이야기
12page [옮겨심기. 그런 경험을 글로 옮기기에 다른 어떤 곳보다도 적합한 자소가 따로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227p [겉장이 파란 공책 한 권, 연필 두 자루와 연필깎이, (주머니칼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대리석 상판 테이블, 코끝을 간질이는 커피 향, 이른 아침 카페 안팎을 쓸고 닦는 세제 냄새, 그리고 행운. 이것이 내게 필요한 전부였다.]
12p[상의 주머니에서 공책과 연필을 꺼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항상 글쓰기를 위해 공책과 연필을 가지고 다니고, 글을 쓰고자 할 때마다 망설이지 않고 꺼내서 글을 쓰는 역동. 무언가를 하고는 싶은데, 실제로는 하지 않는 역동을 가지고 있는 내게 의미를 가지고 다가온 말이었다.
55page 대상을 설명하지 않고 설명하는 진실한 서술 방법.
[빛이나 질감, 형태 같은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한는지 둘이 열심히 토론하던 것도 기억해요.]
나의 생각: 이것은 실제 심리평가보고서에서도 내가 자주 논하는 것이다. 진단을 진단이라고만 명시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러한 진단을 가진 사람이 진단명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려질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서술해야 하는가.
p170 [그는 자기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팔릴 작품을 쓰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 자기 재능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p195
[며칠 후 스콧은 자기 책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표지가 요란했는데, 그 거칠고 상스럽고 야단스러운 모양이 무척 거북했다.]
나의 생각: 알라딘 서재에 그동안 써놓은 글들을 보고, 또는 글을 쓰면서도 이런 책을 읽었다고 한 줄 써놓는 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이 많이, 매번, 여러 번 든다. 책을 골라 읽지 않고, 그리고 고작 한줄 달랑 써놓기도 하고. 그러나 어떤 글에서는 나조차 감탄이 나오는 글들이 있다. 스콧 피츠 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와 같은 실로 위대한 글을 쓰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글들도 다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것에 개의치 않아 했다.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모두 명작으로 채울 욕심은 없다. 명작은 있으면 된다. 생계를 위한 작품도 필요하다. 라는 그의 소신을 듣고. 내가 느끼는 부적 감정에 대해 흘려보낼 수 있었다. 나의 생각이 전환되었다. 글은 이처럼 실로 대단한 것이다. 그 동안의 생각의 동굴 안에서 허우적대다 침잔하던 나를 단번에 바꾸어 놓았으니 말이다.
p 240 작가가 일인칭으로 쓴 단편의 내용이 대단히 그럴싸하여 사실처럼 보일 때 독자는 그런 사건이 실제로 작가에게 일어났던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p 293
작가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좋은 글은 쉽게 파괴되지 않지만 비웃음을 당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책에 대한 총평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가깝게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고, 다른 작가(예) 스콧피츠제럴드)의 삶에 대해서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물론 헤밍웨이에 맞춰진 시점이기는 했으나, 도 매력있었다.
우리의 첫 책으로 손색이 없는 삶이 스며들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