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 2003-09-27
할 일이 많다는 것은... 재작년 여름부터 1년간 미국서 잠시 지낸 적이 있다. 참 좋은 나라고 참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직장도 있고 NGO 활동도 하고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로 고민도 하다가 거기에 가니 거기서는 아이들 학교 자원봉사, 목공작품 만들기, 책읽기, 살림살이, 아이들 숙제 도와주기 말고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사실 살림과 아이들 숙제 봐주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나는 살림살이 면에서는 열렬한 구차니즘 신도이다. 특히 집청소, 빨래, 설겆이 같은 것은 시간과 인생의 낭비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미국에서는 당시 9.11 테러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정말 시급한, 중요한 사회적 이슈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 나를 맥빠지게 했다. 아마 내가 거기서는 외국인이어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참으로 축복 받은(?) 나라인 것 같다. 고쳐야 할 일, 해내야 할 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원색적인 상호비난의 카타르시스도 누릴 수 있고, 늘 사회가 유동적이고, 진보와 보수의 대결에 스릴넘치고, 요구할 것, 주장할 것이 넘치고... 게다가 이 사회의 미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변화시킬 것이 많은.. 따라서 할 일도 많은....
살맛 나는 .... ( -_-)a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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