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춤도 흥겹지 않나요?… 5년 만에 재기 앨범 클론이 돌아오다

[중앙일보 2005.07.05 04:30:35]

[중앙일보 이경희] ''아이고 어깨야…. 5년이면 익숙해져야 할 텐데, 오늘도 변함없이 어깨가 많이 아프다. 휠체어가 내 몸에 안 맞는 건지, 아니면 내 친구 준엽이 말대로 휠체어댄스 안무가 내가 표현하기엔 너무 무리인지…. 그렇다. 요즘 내 어깨가 아픈 이유는, 휠체어댄스 안무를 만드는 이유는, 클론으로 다시 가요계에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나는 노래로, 또 다른 댄스로…''. - 강원래(36)의 싸이월드 미니 홈페이지에 오른 글 중에서.2000년 11월 일어난 오토바이 사고. 강원래는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됐다. 화려한 춤꾼의 생명은 끝난 줄 알았다. 2000년 4월 발매된 4집 ''New World''는 클론의 마지막 앨범이 될 줄 알았다. 1996년 ''쿵따리 샤바라''를 외치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두 사내의 인생은 수직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시 춤을 춘다는 건, 클론의 이름으로 무대에 선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된 강원래에게 춤을 추지 못하게 된 서글픔 따위는 사치였다. 당장 대소변을 해결하는 일이 더 급했다. "언제 클론의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설 거냐"는 질문 공세는 남의 이야기를 묻는 것으로만 들렸다.

구준엽(36)의 인생도 덩달아 어두워졌다. 사지가 멀쩡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친구에게 미안했다. 둘이 뛰놀던 무대는 혼자 서기엔 너무 넓었다. 아니, 혼자서도 채울 수 있었지만 강원래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저랑 원래, 둘이 아니면 클론이 아닙니다. 다른 누가 대신할 수 없어요."''친구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음악 활동을 중단했던 구준엽이 가까스로 솔로 앨범을 낸 건 사고 뒤 3년이 지나서였다. 솔로 1집 이후 처음 공개무대에 섰던 날, 휠체어를 탄 강원래가 함께 등장해 노래했다. 구준엽의 1집은 ''홀로서기'' 선언이 아니라 클론 컴백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다행히 강원래는 남보다 빨리 장애를 극복하는 듯 보였다. 1년쯤 지나자 혼자 대소변을 가리게 되고, 혼자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되고, 혼자 라면도 끓여먹을 수 있었다. 장애는 비로소 ''남들보다 조금 불편한 무엇'' 정도로 된 것이다. 그러고는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이 꿈틀댔다. 한때 제일 가는 춤꾼이었던 그는 지난해 9월 강릉에 ''클론 댄스 스쿨''도 열었다. 그 뒤에는 아내 김송(33)씨의 헌신적인 사랑과 구준엽의 우정이 있었다.

사고 이후 5년이 흘렀다. 그리고 다음 주면 클론 5집 ''Victory''가 발매된다. 5(V)년 만에 내는 5(V)집이자 인간 승리(V)를 상징하는 제목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 사랑과 우정, 클론의 노래, 나 자신…. 모든 게 그대로예요."살짝만 충격을 받아도 중심을 잃을 정도로 강원래의 몸은 약해졌다. 하지만 마음은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뻔뻔''해졌다. 휠체어를 탄 몸이라고 더 이상 부끄러워하거나 숨기고 싶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춤을 추기로 했다. 혹여, 친구가 어색해 보일까봐 구준엽도 멀쩡한 두 다리를 가지고 휠체어에 앉았다. 구준엽은 지난 1년간 집안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생활했다. 그는 "원래가 겪는 고통의 100분의 1 정도는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강원래도 비록 다리는 감각을 잃었지만 춤꾼 기질은 잃을 수 없었다.

"휠체어 덕분에 밖에 나갈 수 있었고, 다시 대중 앞에 설 수 있었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휠체어를 타면 재수없다고 하잖아요. 우리가 휠체어를 타고 멋지게 춤을 추면 그런 거부감도 사라지지 않을까요."물론 쉽지 않았다. 춤 연습을 하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이나 넘어졌다. 두 사람 모두 상처투성이 손을 보여줬다.

5집엔 여름 시즌에 딱 맞는 ''클론스러운'' 신나는 노래가 많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강원래의 사고 이후 두 사람이 겪었던 수많은 곡절이 담겨 있다. 강원래에게 힘을 준, 그래서 클론이 다시 태어날 수 있게 한 김송을 위한 노래 ''내 사랑 송이''가 타이틀곡으로 태어났다. 장애인으로 5년간 살아온 경험을 담아 장애인 이동권을 다룬 노래 ''소외된 외침'' ''무언의 발걸음''도 실었다.

"우연히 ''버스를 타자''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는 감동받아 만든 곡이죠. 그런 주제를 가지고 노래를 해야 하느냐며 주변에서 걱정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대중가수 중 클론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겠어요."이들은 그저 "돈을 벌고 인기를 얻는 재미에 노래하고 춤을 췄던 클론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장애를 얻은 뒤에야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을 깨달았다는 강원래. 구준엽도 클론의 이름으로 남들보다 조금 앞서서, 조금 큰 목소리로 노래하자는 데 동의했다.

"무대 위에서는 우리 기량의 50% 정도만 보여드릴 겁니다. 혹시라도 넘어져 우리가 춤추는 모습이 슬퍼 보이면 안 되니까요. 예나 지금이나 멋진 클론의 모습을 잃지 않을 겁니다."구준엽은 앨범 마지막 장에 ''다신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적었다. 둘은 휠체어 타는 기술을 멋지게 보여줬다. 슬퍼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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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5-07-0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년 전 사고가 났을 땐 누가 이런 날을 꿈꾸었겠어요? ㅜㅡ

숨은아이 2005-07-05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래는 스스로 장애인임을 받아들인 뒤로 진짜 멋있어졌어요.

세실 2005-07-05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짝이야. 전 가을산님을 축하해 드릴 일이 생겼는줄 알고 헐레벌떡 달려왔어요~
아침 신문 봤습니다. 역시 희망만 담고 산다면 ★ 꿈은 이루어진다~~~~

진/우맘 2005-07-05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세이~~~~~~~~

울보 2005-07-0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축하할일이지요,,
이일로 모두가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