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끔찍하다.

케이블 TV의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몇명의 지원자들이 아주 어려운 미션에 도전해서, 가장 끝까지 남는 자가 상금 5만불( 5000만원)을 타는 프로그램이다.

끝에서 두번째 미션은, 내가 본중 가장 끔찍한 장면이었다.
큰 박스 안에 지렁이가 가득 꿈틀거리고 있다. 작은 컵에는 지렁이가 반쯤 담겨 있다.
미션은 1. 컵에 든 지렁이를 씹어서 삼킨 후에
             2. 입으로 박스의 지렁이를 저울 위에 놓인 그릇 안에 옮겨 담는 것이었다.

이 단계에 도전자 세명이 남아 있었는데, 첫번째 도전자가 그만 토하고 탈락했다.
나머지 두 도전자는 지렁이를 삼키기만 하면 그릇에 얼마를 옮겨담든 결승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사회자가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이 미션에서 더 많은 지렁이를 옮긴 자에게 추가로 1000불을 주겠다고. 
그 1000불을 놓고 두 사람이 입으로 지렁이를 옮기는데....  정말 끔찍했다.
더이상 볼 수가 없었다. 

시간이 다 되자 사회자가 도전자에게 한 말: "이젠 니 엄마가 너와는 뽀뽀 안할거다. "

이게 제정신인 프로그램인가?

1000불을 놓고 저 끔찍한 일을 시키다니! 

도대체 인간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놓고는 그것을 '즐길' 수 있다니!   

2.  불안하다.

정부는 공공의료를 포기한 것 같다.
'의료서비스 육성 방안'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돈낼 수 있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만을 육성하려 한다.
또 '동북아 의료 허브'라는 원대한 계획으로, 외국계 병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단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의료 수가로는, 그리고 '비영리법인'이어야만 하는 규정으로는 외국 병원이 들어오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 정부의 '동북아 의료 허브'라는 원대한 계획에 차질이 오지.

그래서 정부는 의료법인을 영리법인으로 허가하고, 병원 경영 이익을 얼마든지 해외로 빼내갈 수 있도록 허가한단다.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의료보험 당연지정제'(모든 의료기관은 의료보험공단에 가입해야만 하는 것. 이로서 의료기관은 현재의 수가로 정해진 만큼만 돈을 받고 진료한다.) 를 폐지해서 의료 수가를 맘대로 올릴 수 있어야겠지.

그런데, 그렇게 의료 수가가 비싸지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외국계 병원을 이용 못하겠네?
의료보험도 안되니 더욱더 말이야.
그러면 그 병원들이 또 안들어오려고 하겠지?
걱정 마.... 그럴 때를 대비해서 보험회사에서 사보험을 팔도록 하고 있잖아!
돈 있는 사람들은 비싸도 다 들을 거야. 걱정 마.

사보험 입김이 세지면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해서도 보헙회사들이 감놔라 배놔라 하겠지.
벌써 '암부터 무상의료' 하니까 보험회사들이 가입자가 줄까봐 먼저 긴장하고 있다더라.
그런데 정작 정부는 모든 사람이 고르게 혜택을 받는 의료보험의 보장 범위를 늘리려 하기보다는,
보험회사를 통한 사보험으로 의료 보장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한다.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겨도 유분수지.

갈수록 인구는 고령화 되어 가는데.
몇십년 후에 그 많은 노인들의 의료비는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지금도 OECD 국가 중에서 노인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데.

지금부터 대비해 두지 않으면 안되는데. 

3. 외풍이 세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는.
마치 땅 속에 고개를 박고 있는 타조 같다. 

크레인 위에서 20일째 단식농성하는 건설일용노동자들을 진료하고 오신 선생님의 글을 오늘 읽었다.
그들의 요구는 다음과 같단다.
'건설현장에서 화장실 좀 갈 수 있게 해달라
모래 바람에 흙먼지 섞인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현실을 고쳐달라.
매일 하루에도 2명 이상 죽어가는 건설노동자의
산업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달라.'

크레인 위로 올라도록 허가를 받기 위해서만 회사 및 경찰을 상대로 2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해야 했다고 하는데, 다행히 아직 건강은 양호한 편이라고 한다.

그 선생님의 글 중에.....

35m 가량의 크레인을 오르고 내리느라 솔직히 겁도 많이 났지만,
그 크레인이 크레인보다 더욱 거대하게 버티고 있는 한국의 그 어떤 현실을 웅변하고 있는 듯 하여, 이를 악물고 버둥거리며 올라갔습니다.

.. 중략 ..

그러나
어제 밤 저는
골리앗의 등에 올라탄 그들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그건 현실이 된다면서요?
여러사람이 꾸는 꿈에 저도 어제 동참하였으니
그 꿈이 현실이 될 날도 한뼘 정도는 가까워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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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고개좀 빼란 말이야!

움직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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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5-2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좀 상식적으로 정치를 하면 안되는걸까요? 설마 그러겠어......하다가 정말로 저질러 버리는 그 무신경과 근시안에는 정말이지 입을 다물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사람 목숨을 걸고 말이죠.

balmas 2005-05-20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퍼갈게요.^^

호랑녀 2005-05-20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매일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살아있을 수 있는 것..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가을산님 같은 분이 계셔서, 그래도 가끔 제 잠든 영혼을 두드립니다.

가을산 2005-05-2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이글 지우러 들어왔다가.... 발마스님이 퍼가셨대서 지우지도 못하구....
갑자기 썰렁해서 죄송해요.

chika 2005-05-2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왜 지우실라구요? 저도 추천합니다.

숨은아이 2005-05-2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개 좀 빼고요. 아, 무거워...

가을산 2005-05-2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내 딴짓하다가 발등에 포크 떨어지자 발작적으로 쓴 글입니다.
민폐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ㅡㅡ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