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해의 원칙은....

"기본에 충실하자. 새로운 일을 가급적 벌이거나 맡지 말자" 로 하기로 했다.

집안일이나 아이들 문제에서 빵꾸를 내지 않는게 일차적인 포부이다. ^^;;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나를 보이자는 것.
기존에 맡은 일들은 충실히 하되, 새로운 일은 가급적 벌이지 않을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는 사회생활도, 새로운 스터디도, 새로운 공작도 다 포함된다.
그런데, 벌써 '이것만, 이번만...' 하면서 은근히 일을 벌이는 것 같다. 

2. 요즘 때아닌 뜨개질에 올인하고 있다.

내가 가끔 뜨개질을 했다는 것을 아는 어떤 환자가 '지하 홈패션집에 아주 예쁜 털실이 들어왔다'라고 귀띔해 준 것이 화근이다.
지난 몇달 간 허벅지를 꼬집으며 새로운 만들기를 시작하지 말자고 굳게 결심하고 있었는데 이 말에 호기심을 누를 수 없어 구경을 갔다.
그 환자가 말했던 털실은, 예쁘기는 했지만, 내 취향과는 조금 동떨어져서, 이번 봄에 들고다닐 가방을 만들기 위한 실을 사서 코바늘 뜨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가방을 뜨는 것을 본 아이들이 '우리 목도리도 떠달라'고 시위하는 바람에, 내 가방은 잠시 밀어두고 목도리 두개를 뜨고 있다.  언제는 '요즘 누가 엄마가 떠준 목도리를 하고 다니냐'며 떠준다고 해도 거절하던 놈들이.....  아마 목도리보다는 엄마의 관심을 더 원하는 걸거다.
어찌 되었든...... 빨리 뜨기 위해서 무늬 없이 메리야스 뜨기로 뜨고 있는데, 이번 주말 내로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위가 지나기 전에 완성해야 몇번이라도 두르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

3.  뜨개질 덕에 본의 아니게 문화생활을 하고 있다.

눈과 손은 뜨개질을 하고 있지만, 그동안에 머리와 귀를 놀리는 것은 좀 아깝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다.
그래서 밤에 집에서는 dvd로 영화를 보고, 낮에는 남편이 선물해 주었던 audiobook cd 를 들었다. 
이번주에만 Meet Joe Black, Tomorrow, Sting, Far and Away 를 보았고, audiobook 도 두권어치를 들었다.

원래  audiobook은 시각장애자들을 위한 건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 hearing 삼아 들어도 좋은 것 같다. 
한국어로 된 녹음도 들으면 좋을 것 같은데,  여러 해 전에 어떤 시각장애인 목사님을 위해 무진장 지루한 신학 책을 음성 재생용으로 워드 입력해 드린 적이 있는데, 그 목사님 왈, '이 책은 신학서 중에 기본이 되지만, 난해해서 제대로 끝까지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  시력이 정상인 사람도 녹음을 틀어놓고 반복해서 들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한 기억이 떠오른다. 
GEB 같은 책을 테이프로 녹음해서 워크맨처럼 들으면 진도도 잘 나가지 않을까?  ^^

4. 아이들의 여성 존중 의식?  

사례 1. 
작은 애가 얼마 전에 정색을 하고, " 엄마, 나는 3:1이 아니라, 1:1이야. 알았어? " 라는 것이다.
즉, 자기 마음은 한 여자애만 좋아한다는 뜻이다.    
---- 거참  조숙하네....  가족이 몇 번 '3:1'이라고 한 것이 맘에 걸렸었던 모양이다. 그래.... 성실해야지...
     
사례 2. 
큰애가 영어 학원을 다녀와서 하는 이야기.
'엄마, 이번달에 반이 바뀌었는데, 나보다 영어 못하는 여자 아이는 처음 봤어.되게 신기하다! " 란다.   ㅡㅡa

우리 애가 영어를 못하는 편은 아니다. 실력별로 편성되는 반에서 늘 상급생들과 편성되어 왔는데,
남자 상급생들과 편성되는 것은 늘 있는 일인데, 같은 학년이라도 같은 반이 되었던 여자 애들은 다들 영어를 무척 잘하고 예습복습도 잘해 왔었나보다.  그러니 '여자애들은 다들 영어도 잘하고 모범생이다.'라는 이미지가 머리에 깊숙히 뿌리내리고 있었나보다.

이거, 여학생이라면 지레 그 실력에 꼬리 내리는 것을 걱정해야 할지, 아니면 '여성에 대한 존경심'을 그대로 키워주어야 할지.... ^^


5. 큰애의 위상 변화

큰애가 기말고사 한달 전에서야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이전에 쓴 적이 있다.
그런데, 큰애가 다니는 학원이 무척 영세한 학원이다.

[ 대전에서도 '둔산동'이라면 학군이 좋고(실재로 좋은 것 같지는 않지만, 엄마들의 극성은 유명하다.) 대전 시내의 유명한 학원들은 대부분 둔산동에 몰려 있다.  그런데, 아직 나는 그 유명하다는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보지 못했다.  가끔 장난으로 "우리 집안에도 T 학원 출신이 하나쯤 있어보면 어떨까?"라고 떠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그 '악명 높은' 학원에 가기를 거부한다.  ]

그런데, 우리 아들이 이 영세한 학원에서 졸지에 '스타'가 된 것 같다.
겨울방학을 하면서 기말고사 성적표를 학원에 가져간 이후, 선생님들이 회의를 했던 것 같다.
물론, 그 회의는 큰애를 위한 회의는 아니고,  아이 표현에 의하더라도 '망해가는 것 같은' 학원을 회생시키기 위한 회의였던 것 같다.  (실재로, 이 학원의 중 1 학생 수가 열댓명 밖에 되지 않고, 위치도 좁은 골목길 속에 있어 위험할 것 같고, 시설도 낡아서 본인이 고집 부리지 않았다면 나도 보내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 회의의 결론 중 하나로, 큰애의 성적을 '특별 관리'해서 모델로 삼으려는 것 같다.
원장이 큰애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여러번 전화해서 '건희를 위한 계획을 세워 두었다'면서 '믿고 맡겨 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왠지 불안하기도 하다.
움화하하하하.....한달 다니고 사회가 58점 상승한 케이스는 그렇게도 희귀했었나보다....   ㅡ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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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1-0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례2에 있어서는 후자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바입니다. 어차피 나이 먹고(겨우 20대에!!) 군대갔다오면 졸지에 남성우월주의자가 되는 사람들을 워낙 많이 봐온지라 지금부터라도 잘 조절시켜주시면 나이가 먹으면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겠죠.

그리고 '엄마가 떠준 목도리=관심의 징표'라는 말씀은 동의합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원래 민감한 저희 어머니는 나중엔 본인 작품이 맘에 안드신다면서 아예 파는 걸 사다주시더구만요...... ㅡ ㅡ;;;;

딸기 2005-01-08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둔산동에 사시나봐요. 대전에 많이 갔기 때문에 좀 알거든요. 거기 엄마들 치맛바람도 굉장할텐데... 그런데 '3:1'은 뭔가요?

뜨개질... 저도 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은데, 솜씨가 안 따라줘서 못하고 있어요. :)

가을산 2005-01-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님, 저도 후자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

딸기님, 3:1은요.....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하나 있고(그애도 우리 애가 싫지는 않은가봐요. ^^ ), 또 다른 여자애 둘이 우리 애를 좋아한대요. 그래서 3:1.... ^^

chika 2005-01-08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전 언니가 떠 준 목도리 하고 댕깁니다. ㅎㅎ

건희의 특별성적관리..는 참으로 웃어야할지 난감..^^;;;;;;

- 글, 감사해요!! 영양보충식을 해야겠어요. ^^

줄리 2005-01-08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생활이 따뜻하게 그려지네요. 뜨게질이 주는 포근함때문일까요? 어렸을때 엄마가 떠주었던 알록달록 조끼가 그리워지네요. 저의 엄마는 많은 식구 옷값 줄이려고 뜨게질을 하셨었는데... 올해는 저두 뜨게질을 해볼까 하고 70퍼센트 정도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나이에 벌써 여성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아이가 사랑스럽네요.^^


마태우스 2005-01-08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3: 1이라.... 전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보니 말만 들어도 부럽네요. 글구 학원은..... 그래도 악명높은 학원에 밀어넣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는...제가 너무 경쟁 위주의 사회에서 자라서 그런지 이런 생각밖에 안나는군요.

ceylontea 2005-01-1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는 해로 해야할까요? 십자수 하던 것도 정말 조금만 더하면 되는데.. 마무리 안된채 구겨져 있구요... 뜨개도.. 전에 뜨개 인형 뜨던 것 다 떴는데.. 솜넣고 꿰매면 되는데 그냥 쳐박혀있답니다..